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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기기묘묘한 바위에 취하다

찰라777 2009. 10. 22. 08:24

 

봉정암 기기묘묘한 바위에 취하다

 

1350여년전 자장율사가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봉정암의 베일을 다시 벗겨본다  

 

 

▲ 찬란한 빛과 함께 날아온 봉황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큰 바위 끝에 앉아 머리를 조아리다가 사라졌다는 불두암.

  

 

"바로 이곳이구나!"

 

 

1350여년 전, 찬란한 오색 빛과 함께 날아온 봉황이 멈추었던 곳, 자장율사가 서 있었음직한 바로 그 자리에 여행자는 서 있다.

 

자장율사는 당나라 청량산에서 3.7일(21일) 기도를 마치고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와 금란가사를 받고 귀국하여 처음에는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스님은 금강산에서 사리를 봉안할 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찬란한 오색 빛을 발하며 날아온 봉황새가 스님을 인도했다.

 

남쪽으로 날아가던 봉황은 설악산 깊숙히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쳐진 곳에 멈추었다. 봉황은 바위 꼭대기를 선회하다가 어느 큰 바위 끝에 앉아 머리를 조아리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스님이 봉황이 사라진 바위를 바라보니 바위 모습은 흡사 적멸(寂滅)에 든 부처님 모습과 같았고, 가늘고 긴 선이 머문 산세는 '봉황(鳳)'이 알을 품고 있는 '정수리(頂)'와 같은 형국이었다.

 

"바로 이곳이로구나."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소리쳤다. 부처의 머리를 닮은 불두암(佛頭岩)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좌우 일곱 개의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불두암을 호위하고 있었다. (▶사진 : 봉황이 머리를 조아렸다는 불두암)

 

 

 

봉황이 알을 품은 명당자리

 

 

바로 이곳이 부처님 사리를 모실 곳임을 깨달은 스님은 봉황이 알을 품은 명당 자리에 5층탑을 세워 불뇌사리(佛腦舍利)를 모시고 조그마한 암자를 세웠다. 그리고 절 이름을 '봉황이 부처님 이마로 사라졌다'는 의미를 가진 '봉정암(鳳頂庵)'이라 명명했다. 그 때가 선덕여왕 13년, 지금으로부터 1355년 전의 일이다.  

 

▲불뇌사리탑 좌측으로 뻗어 내린 용아장성. 불두암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용아장성이, 우측에는 공룡능선이 뻗어 내려 있다.

 

 

"아아!" 불두암 밑에 서 있는 여행자는 기기묘묘한 바위와 장엄한 산세에 그저 와~ 하고 입만 벌어진다. 불두암 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말과 글로는 도저히 표현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왼쪽으로는 용아(龍牙-용의 이빨)장성이, 오른쪽으로는 공룡능선(공룡의 등뼈)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떡 버티고 있고, 대청봉을 타고 내려온 혈은 중청, 소청의 맥을 타고 내려와 봉정암에서 똬리를 틀고 서기어린 기운으로 뭉쳐있다.

 

봉정암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들은 운무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듯 가려졌다 보였다 하며 아슬아슬하게 승무(僧舞)를 춘다. 운무 사이로 보이는 바위는 빛과 그림자 사이에 조화를 이루며 순간순간 다른 형상으로 춤추듯 다가왔다 사라져 간다.

 

부처바위, 촛대바위, 기도바위, 거북바위, 사자바위, 칼바위, 물병바위, 거북바위, 새바위, 호로병바위, 기도바위, 닭바위, 용바위, 네페르타르 바위, 방석바위, 모자바위 등등… 형형색색의 바위는 보는 자의 마음에 따라 변한다.

 

  

 

   ▲ 불사리탑을 둘러싸고 있는 기기묘한 바위들. 기운이 넘치는 바위는 날씨와 보는 자에 따라 만가지 형상으로 변한다.

 

바위의 이름은 보는 자의 몫이다. 제 맘대로 이름지어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바위는 만(萬) 가지 모습으로 돌변한다. 여행자는 이 경이로운 풍경을 말과 글로서는 도저히 표현을 할 재간이 없다. 그래서 문득 고려조 위원개(魏元凱)의 한중우서(閑中偶書)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올라 이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암자는 천 봉우리 속에 아득히 숨어/골이 깊고 험하여 이름조차 알 수 없네/창을 열면 다가서는 산 빛이요/문을 닫으면 스며드는 개울 소리네(庵在千峰裡 幽深未易名 開窓便山色 閉戶亦溪聲)"

 

 

 ▲설악산 대청봉에서 타고 내려온 혈은 중청, 소청을 거쳐 봉정암에 똬리를 틀고 그 기운이 뭉처있다.

 

여행자는 중국의 장가계, 오대산, 아미산, 황산, 숭산과 히말라야, 티베트, 안데스, 알프스의 영봉 등을 두루 돌아보고, 북한의 금강산도 가 보았지만 지금 봉정암 불두암 밑에서 느끼는 그런 감동은 없었다. 과연 자장율사는 천년만년을 내다보는 도인중의 도인이다. 

 

오대산 중대사의 적멸보궁, 영축산 통도사 적멸보궁, 사자산 법흥사의 적멸보궁, 태백산 정암사의 적멸보궁 등 하나같이 찾기도 닿기도 어려운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모셔진 불뇌사리를 봉안한 봉정암은 명당중의 명당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