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강원도

봉정암 불뇌사리보탑은 기단이 없다?

찰라777 2009. 10. 23. 06:00

 

설악산 기운을 통째로 받고 있는 봉정암 불뇌사리보탑 (佛惱舍利寶塔)

 

 

▲설악산 봉정암 불뇌사리보탑. 1300여년 전 자장율사가 부처님 뇌사리를 모신 사리탑은 해발 1244m고지에 있다. 불두암에 도착하자

갑자기 광풍이 불고, 먹구름이 일더니 부챗살 같은 햇살이 뻗어나와 볼뇌사리보탑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봉정암 불뇌사리보탑은 기단이 없다

기단 대신 설악산 전체가 탑을 떠 받들고 있다

 

 

불두암 아래 서 있는데 갑자기 강한 일진광풍이 휘몰아쳐 온다. 광풍은 여행자의 몸을 바위 밑으로 밀어낼 것만 같은 기세다. 온 몸에 젖었던 땀이 순식간에 식어버리고 모골이 송연해진다. 불뇌사리의 기운인가 부처바위의 조화인가.

 

순간 시커먼 먹구름이 중청봉위로 몰려오더니 천지가 컴컴해진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질 기미다. 그러나 다행히 비는 쏟아지지 않는다. 중청봉을 덮고 있는 구름 사이로 부챗살처럼 내리 뻗치는 햇살이 5층 석탑과 어울려 기묘한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다.

 

 

 ▲봉정암 불뇌보탑은 기단이 없다. 탑은 마치 바위를 뚫고 솟아나온 형상으로 설악산의 기운을 통째로 받고 있다.

 

불뇌보탑은 마치 바위를 뚫고 솟아나온 형상이다. 일반적인 탑에는 대개 기단부가 이는데, 봉정암 불뇌보탑에는 기단부가 없다. 자연 암석을 기단으로 삼아 그 위에 5층의 몸체가 우뚝 솟아올라 있다. 이는 설악산 전체가 이 탑을 받들고 있는 모습이다.

 

설악산과 탑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탑은 설악의 기운을 통째로 받고 있다. 탑의 몸체가 시작되는 자연암석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조각되어 있다. 연꽃은 1면에 4엽씩 모두 16엽이 탑을 포개고 있어 그 연꽃 위에 탑은 부처님이 정좌하고 있은 것처럼 보인다.

 

 

탑과 설악산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 탑의 기단이 시작되는 자연암석에는 4면에 연꽃이 조각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연꽃이 핀듯한 원뿔형 보주를 올려 놓아 영원한 불심을 향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탑의 꼭대기에는 연꽃이 핀 듯한 원뿔형 보주를 올려놓아 영원한 불심을 향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모든 암자가 불에 타 없어졌지만 신통하게도 불뇌보탑은 그대로 보전되었다고 한다. 무엇이 불뇌보탑을 보전케 하였을까?  천년을 넘게 설악과 함께 버티어 온 탑은 만고풍상을 격어온 흔적이 역역하다. 이렇게 소중한 역사적인 문화재는 길이 보전을 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사리탑 앞에는 백색의 도인(그 모습이 도인 같아서 도인이라고 부르자)이 홀로 가부좌를 틀고 꼿꼿하게 앉아 선정에 들어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도인의 은발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저 도인은 마음을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1350여 년 전 자장율사도 저렇게 선정에 든 후 불뇌사리를 이곳에 봉안 하였을까? 시공을 초월한 마음은 신라시대 선덕여왕시절의 자장율사 곁으로 다가간다.

(▲사진:사리탑 앞에서 선정에 들어 있는 백색의 도인)

 

여행자는 선정에 든 도인을 방해 할 수 없어 사리탑으로 다가가지 않고 그냥 불두암 밑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아 본다. 불뇌사리를 들고 선정에 들어있었을 자장율사가 환영처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