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포클레인보다 더 힘이 센 꽃게

찰라777 2010. 7. 20. 11:54

 

 꽃게 소동

 

 

 "앗, 아파!

 

구례 장을 봐 와서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뭔 일이요?"

"빨리 와 봐요."

 

현관 청소를 하다가 부엌으로 달려가 보니 꽃게가 집게손가락으로 아내의 검지를 꽉 물고 있지 않은가. 그도 다른 다리는 다 잘리고 집게손가락만 딱 하나 남아 있는 꽃게다.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물고 있는 꽃게의 집게를 겨우 벌려서 치우니 아내의 손가락에서 빨간 선지피가 흘러 내렸다.

 

"이 녀석 죽을힘을 다하여 물고 있군."

"빨리 밴드와 후시딘 연고를 가져와요."

"그렇지."

 

약 상자를 가져와 꽃게에게 물린 자리에 소독을 하고 후시딘을 바른 뒤 대일밴드로 감아 상처를 치료했다. 아내의 말인즉 꽃게의 다리가 다 잘린 줄 알고 무심코 양념을 버무리다가 공격을 당했다고 한다.

 

"많이 아프겠네."

"요리를 하면서 살아있는 꽃게에게 어쩐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했어요."

 

아내는 살생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샘이다. 꽃게는 마지막 남은 힘을, 마지막 남은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을 죽이는 아내의 손가락을 필사적으로 물고 있었던 것이다.

 

꽃게의 힘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아마 포클레인보다 힘이 더 세지 않을까? 두 팔을 떡 벌리고 있는 꽃게가 새삼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접시처럼 생긴 둥근 등, 톱니처럼 날을 가진 등의 날, 그리고 두 집게를 떡 벌리고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은 위대하다. 그리고 살아 있는 생명은 저마다 나름대로 무시무시한 방어의 본능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어떤 생명이든 결코 무시를 해서도, 방심을 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꽃게 맛이 어째 그리 맛이 있는지. 꽃게 무침으로 점심을 먹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 벌교에서 금방 잡아온 싱싱한 꽃게라서 그런지 정말 싱싱했다.

 

"나는 참으로 잔인해. 당신의 손가락을 필사적으로 물었던 꽃게를 맛있게 먹고있으니 말이요."

"에고, 그냥 먹기나 해요."

 

인간은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꽃게처럼 물리고 물리며 살아가는 것이 세상사라는 생각이 든다.

 

(2010.7.13 구례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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