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릭샤와 타타-여행은 고행길이다

찰라777 2010. 10. 27. 07:54

네팔에 심은 희망의 씨앗 하나②

더먹에서의 하루

여행은 고행의 길이다

 

네팔 동부에 위치한 자파시는 인구 90만 명으로 꽤 큰 도시다. 여기서 인도 다이질링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릭샤와 자동차들이 거리에 붐비고 있다. 길가에는 노점상들이 줄줄이 늘어 서 있고, 인도산 타타버스 TATA 가 온 몸에 치장을 하고 부자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거리를 누비고 있다.

 

“삐리삐리 빵빵~~~~”

 

 ▲릭샤

 

 ▲화려한 타타버스

 

 

인도와 네팔을 누비는 타타버스는 버스 전체에 원색으로 치장을 하고 부자 소리를 희한하게 울리고 다니는 괴물이다. 타타버스 지붕위에는 승객들이 짐짝처럼 올라타고 다닌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데 사람들은 아슬아슬하게 잘도 매달리고 다닌다. 더욱이 지금은 네팔에서 가장 큰 명절이 ‘더사인 Dashain 축제’ 기간이라 버스 지붕에 매달려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더먹의 아침 릭샤들

 

 

 ▲자전거를 타고 더먹의 학생들

 

우리는 더먹Damak으로 가는 도중 배가 고파 어느 레스토랑에서 찌아 차 한 잔에 간단하게 간식을 먹었다. 오늘의 숙소 더먹에 도착하여 더먹 뷰 호텔 Damak View Hotel에 여장을 풀었다. 말이 호텔이지 호텔 내부는 쾌쾌한 냄새가 풍기고 모기들이 들끓고 있었다. 우리나라 모텔 수준보다 훨씬 못하다. 그것도 방이 부족하여 우리부부와 두 정 보살, 그리고 도명거사 부부 함께 옆에 딸린 부속 건물로 갔다. 여기는 더 형편없는 수준이다. 화장실은 냄새가 진동하고 화장지는 없다. 물로 뒤를 씻어야 하는 재래식 화장실이다.

 

우리부부는 이미 배낭여행에 익숙한지라 큰 불편이 없는데, 도명거사 부부는 바람이 통하지 않고, 냄새가 진동하여 도저히 이 방에 서 잘 수 없다며 다른 호텔로 갔다. 배낭 여행자에게는 이 방도 감지덕지한 럭셔리한 방이다. 어차피 고행 길을 자처하고 나선 여행길이 아닌가. 편 하려고 하면 집에 있어야 한다. 모두라 코를 막고 모기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한다.

 

여행은 모험과 고행의 길이다. 영어의 Travel은 “고생, 고통, 진통, 역경”이라는 뜻의 Travail에 어원을 두고 있다. travel의 tra는 셋을 의미하는데, 옛날 사람들이 고문을 할 때 쓰던 세 개의 막대로 이루어진 고문기구가 그 어원이라고 한다. 배낭 하나를 걸머지고 우리부부가 세계 일주를 하며 느낀 것은 바로 고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고행 속에서 언어와 풍습은 다르지만 인류의 휴머니티를 체험 할 수 있었다. 현지 사람들과 함께 뒹굴고, 문화를 체험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고행 길에 맞이한 칠순 잔치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식당으로 갔다, 오늘은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으신 천수행 보살님의 칠순 날이다. 칠순의 나이에 동참을 해주신 천수행 보살님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수행 보살은 자신의 삶을 부처님께 회향을 하며 자비행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보살이다.

 

 

 

 

시토울나님이 천수행 보살님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해 카트만두에서 케이크를 공수해 왔다고 한다. 이곳에는 케이크를 파는 제과점이 없단다. 그리고 거사님 중에서 가장 손위인 정명 거사님이 포도주와 맥주를 샀다. 그렇게 해서 전기가 나간 호텔 레스토랑에서 천수행 보살님의 찰순 잔치가 벌어졌다.

 

“해피버스 데이 우리 천수행 보살님!!!!”

  

모두가 박수를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자 천수행 보살님은 감격한 듯 얼굴이 홍조를 띄었다. 맥주잔과 포도주 잔을 높이 처 들고 우리는 축배를 들었다. 그 순간 전기가 들어왔다. 일행은 모두 “와아!” 하고 환호를 질렀다. 이곳은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전기가 수시로 나갔다 들어왔다 한다. 그래서 형편이 좀 나은 호텔은 자가 발전기를 달고 있다.

 

우리는 칠순의 나이에 이렇게 오지까지 동참을 해준 천수행 보살님께 감사와 축하를 드리며 여

행 첫날의 피로를 풀었다. 고행 길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소박한 잔치를 하는 모습이 퍽 행복해 보인다. 그 어느 화려한 칠순잔치보다도 더 값지게 여겨진다.

 

“이렇게 부처님이 태어난 나라에서 칠순 잔치를 맞이하게 되어 영광인데, 여러분께서 축하잔치까지 열어 주시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수행 보살님이 합장을 하며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일행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하긴, 부처님이 태어난 나라에서 칠순을 맞이한 것도 우연은 아니며, 과거생의 좋은 업이 있었지 않았을까? 그 누가 칠순을 맞이하기 위해 이곳 머나먼 오지까지 오겠는가? 하기야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의 생일잔치를 세계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하고 있다. 여왕은 1999년 4월 21일 우리나라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잔치를 맞이한 적이 있다. 천수행 보살님이 비록 케이크 하나에 촛불을 켜고 맞이한 생일잔치이지만 하회마을에서 생일잔치를 맞이한 엘리자베스 여왕보다도 더 행복하게 보였다.

 

“천수행 보살님이여, 부처님께서 태어난 나라 네팔에서 맞이한 생일 잔치의 공덕으로 천수를 누리는 가피를 받으소서!”

 

내일은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모기 소리가 “웽웽~” 가리며 높은 바이올린 소리를 낸다. 창밖은 발전기를 돌리는 소리에 귀가 소란하다. 한 차례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며 드럼소리를 낸다. “희망의 씨앗”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인가?

 

모기소리를 자장가 삼아 

 

부처님의 나라 네팔 동부 더먹의 밤

촛불 켜고 맞이한 천수행 보살님의 칠순잔치

전기불이 나갔다 들어왔다 깜박거리며

칠순 무대를 장식한다.

부처님 탄생하신 나라에서

칠순을 맞이한 천수행 보살님이시여!

부처님 무한 가피로 천수를 누리소서.

밤은 깊어만 가는데

모기들이 웽웽 바이올린을 켜는구나.

몇겁생 인연으로 너를 만났으니

내 피 한모금 배불리 마시고 가거라

웽웽웽~

모기 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나 청해볼까?

 

(네팔 더먹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