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네팔 노인들과 짜아차 한잔

찰라777 2010. 10. 31. 06:58

 네팔에 심은 희망의 씨앗 하나③

 

따뜻한 짜아차처럼 뜨거운 네팔리들의 마음 

  

▲이른 아침 찌아차 한잔을 마시며 대화로 아침을 시작하는 네팔의 노인들(더먹)

 

 

모기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자고 일어나니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네팔은 10월부터는 건기에 들어가는데 지구 온난화 현상인지 비가 오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단다. 나는 우산 하나를 챙겨들고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섰다. 여행지에서 아침 일직 산책을 나서는 것은 나의 오랜 여행 습관이다.

 

사람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아름다운 풍경보다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곳의 기후와 풍경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오랜 기간 동안 환경에 적응하면서 가장 적정하고, 조화를 이루어가며 살고 있다.

 

 

▲더먹의 아침풍경-찌아차 한잔으로 시작한다  

 

네팔 하면 흔히 8,000M급 높은 산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지가 않다. 넓은 평야와 정글도 있다. 이곳 더먹 역시 평야지대에 있다. 물론 조금만 북쪽으로 가면 고산지대와 연결된다. 이 지역은 아열대성 기후라 아직 덥다. 사람들은 느린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움직인다.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는 느긋한 표정이다.

 

그들은 금생에 모든 것을 다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금생에 이루지 못하면 내생에 다시 시작하여 이루어 나간다는 느림의 미학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가 보기에는 자칫 체념으로 보기 쉬운 모습이다.

 

길가로 나가니 릭샤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아침 해돋이를 등지고 있는 릭샤의 모습이 신비롭게 보인다. 어떤 사람은 릭샤에 앉아 느긋하게 시장으로 간다. 건물들도 요란스런 치장이 없다. 멋을 부린 건축물도 없고 무두가 미완의 모습처럼 보인다. 벽에는 물기어린 얼룩이그대로 모자이크처럼 드러나 있다.

 

길은 우리가 보기엔 더러워 보이지만 그들은 적당히 널부러진 채로 모든걸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것 같다. 상대적인 불만으로 입이 튀어 나온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며 모두가 절대적인 자신의 삶을 살라가는 것 같다. 비교하지 않는 삶! 절대적인 삶이야말로 불만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일 것이다.

 

 

 

 

▲리어카에서 찌아차를 끓여 팔고 있다. 

 

 

길가에는 아침 일찍부터 바나나, 사과 등 과일을 팔기도 하고, 리어카에 물을 끓여 찌아차를 팔고 있다. 찌아차 부근에는 많은 동네 사람들이 한가롭게 앉아 찌아를 마시면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찌아차는 홍찻잎에 향신료와 물, 우유를 넣고 끓인 네팔 전통 차다. 인도에서는 “짜이”라고 하는데 네팔에서는 찌아라고 한다. 아침에 주로 마시는 차로 찻잎을 우려내어 우유, 설탕, 계피 가루 등을 넣어 펄펄 끓여서 마신다.

 

펄펄 끓는 찌아를 보니 그들과 어울려 차를 한잔 마시고 싶다. 주인에게 차를 한 잔 시키니 그가 씽긋 웃는다. 차는 주기적으로 통에 끓여 주전자에 따른 다음 여러 개 잔에 따라서 준다.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니 피로가 삭 풀리는 것 같다. 네팔 루피를 아직 바꾸기 전이어서 1달러짜리 한 장을 꺼내어 주니 그는 돈을 이리 저리 살펴보더니 달러는 받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아침 간식을 파는 여인들

 

 ▲바나나를 노상에서 필고 있는 여인의 미소가 싱그럽다

 

이곳 더먹에는 외국인이 거의 오지 않는 오지다. 주인이 들고 있는 달러를 본 주변 사람들이 우우 몰려들어 돈 구경을 한다. 주인은 달러를 도로 나에게 건네주며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공짜로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다시 돈을 건네주자 그는 손 사례를 훼훼 치며 그냥 씩 웃는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아침이다.

동네 노인들이 죽 둘러 앉아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네팔 사람들은 이렇게 이른 아침에 일찍 거리에 나와서 차를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냥 떠나기가 미안하다.

 

“던네 밧!”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음에 와서 꼭 갚겠노라고 몸과 눈으로 인사를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흐음~ 아침부터 공짜 찌아를 얻어 마시다니… 일단 기분은 상쾌하다.

 

 

 

 

사람들은 아침 일찍 노상에 과일을 늘어놓고 있다. 빠나나, 사과, 귤, 파인애플, 코코넛 등을 자판에 혹은 땅바닥에 진열하고 있다.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온순했으며, 바쁜 것이 없는 것 같다. 한꺼번에 다 팔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느긋한 자세로 앉아있다. 소리를 지르거나 내 물건 좀 사달라고 애타게 권유를 하지도 않는다.

 

 

 ▲한국 옴레스토랑에서 만났던 빠담과 그의 아버지. 가운데는 시토울나의 사촌 누이

 

 ▲ 고행친구를 만나 반가운 악수를 하는 시토울나. 시토울나는 이 지역 출신으로 거리에서 모거의 모든 사람이 알아본다

 

호텔로 돌아오니 빠담과 그의 아버지가 와 있다. 빠담은 삼청동에 있는 옴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가 네팔로 돌아와 있는데, 우리가 갈 쩌퍼러마리 마을이 그의 고향으로 아버님이 그곳에 살고 계신다고 한다. 빠담도 카트만두에 살다가 5년 만에 고향에 왔다고 한다. 빠담의 아버지는 늘 싱글 벙글 웃는 얼굴로 매유 유쾌한 노인이었다.

 

시토울나의 사촌 누이도 왔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두 시토울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시토울나는 이 고향 사람 70%를 안다고 했다. 헉, 국회의원에 나와도 당선되지 않을까? 아침 9시, 우린 더먹에서 버스를 타고 20km 떨어진 쩌퍼러마리 마을로 향했다.

 

 (네팔 자파시 더먹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