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가깝고도 먼 길-버드러칼리로 가는 길

찰라777 2010. 11. 3. 07:47

 네팔에 심은 희망의 씨앗 하나④

 

가깝고도 먼 길, 버드러칼리로 가는 길

맑은 영혼에 모두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다

 

 

 감자와 토스트, 그리고 찌아차 한잔으로 아침을 먹고 버드라칼리(Bhadrakali)학교로 향했다. 25인승 버스는 지금까지 네팔에서 탔던 버스 중에서 가장 좋은 버스다. 좋다는 것은 이제 바로 나온 새 버스라는 점이다. 대부분 낡은 버스인데 시토울나씨가 우리 회원들을 생각해서 새 버스를 예약 했다니 고마울 뿐이다.

 

기사는 아랫배가 동그랗게 튀어나오고 얼굴은 무사처럼 생겼는데 그의 이름은 포르까스라고 한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바카스"라고 불러 그 이후부터 포르까스의 이름은 부르기 쉬운 바카스도 통했다. 그의 코끼리 코처럼 콧날이 우뚝한 그의 얼굴은 어쩐지 힌두의 가네시 신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네팔에는 기사의 조수가 항상 있다. 이는 길이 워낙 험해서 여차하면 기사를 돕는 조수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사와 조수를 위해서 힘찬 박수갈채를 보냈다. 우리들의 생명을 11일 동안 지켜줄 사람들이 아닌가?

 

더먹에서 버드라칼리 학교까지는 불과 19km의 거리로 매우 가깝다. 그러나 길이 어찌나 험한지 그 길을 버스는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하며 겨우 앞으로 조금씩 나간다. 길은 평지인데 홍수로 길이 패여서 삽과 곡괭이로 패인 홈을 메우고서여 겨우 버스가 지날 수 있었다. 패인 길이 나오면 승객들은 모두가 차 밖으로 나와서 걸어서 가야 했다.

 

 

 

 

신작로 길 가에는 들판에 벼가 자라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고 있다. 길옆에 있는 초가집에서는 버스를 구경하기 위해 아이들이며 어른들도 모두 나와 바라본다. 아이들은 "나마스테"하고 합장을 하며 해맑게 웃는다. 그 표정이 너무나 순박하다. 저 순박한 표정은 히말라야 신이 그들에게 안겨준 선물일 것이다.

 

"오, 신이여! 저 맑은 미소를 보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19km를 남자들은 대부분 걸어서 갔다. 시토울나는 자기 고향인지라 아는 사람이 많다. 가다가 지인들을 만나 한참을 이야기를 한다. 그도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샘인데 말하자면 금의환향하는 꼴이다. 버스는 1시간 30분 만에 19km를 기어가 겨우 버드라칼리 학교 입구에 도착을 했다.

 

 

 

 

 

 

학교 어구에 도착하여 우리는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많은 마을사람들이 네팔 악기를 들고 풍악을 울리며 우리를 환영하여 주었다. 네팔 전통 옷을 입은 소녀들이 합장을 하며 기도를 하듯 반겨주었고, 수많은 학생들이 길 양옆에 도열하여 박수를 치며 환영을 해주었다. 그들 모두가 한 결같이 날씬하고 눈이 땡그렇게 컸다.

 

수km에 달하는 길을 그들은 그렇게 메우고 있었다. 동네 어른들은 풍악을 우리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까지 했다. 하교 교정에 이르니 잔디도 아닌 풀이 돋아난 넓은 운동장이 나왔다. 교정 중앙에는 우리를 환영하기 위한 연단이 차려져 있었다. 원색 천으로 둘러친 연단위에는 의자를 마련하여 우리가 앉을 수 있게 준비를 해 두고 있다. 마이크에서는 우리들이 도착을 알리며 환영의 말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운동장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빽빽이 들어 서 있다. 내 인생에 아마 가장 큰 환영을 받는 행사인 것 같다. 지상 스님을 비롯하여 회원들은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감동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으리라. 그 지방의 라디오 방송과 신문기자들도 우리들의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이미 와 있었다.

 

이윽고 우리들을 위한 환영회가 시작되었다. 너무나 감격스런 환영회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다. 도대체 우리가 저들을 위하여 무엇을 했기에 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하염없는 환영의 갈채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과연 우리가 그들의 환영을 받을 만한 자격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 맑은 영혼들 앞에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