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촌철살인-네팔의 일람차밭을 거닐며....

찰라777 2010. 12. 17. 10:54

 

네팔의 일람차밭을 거닐며...

 

촌철살인-안수정등(岸樹井騰)과 같은 인생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비탈길

 

 

▲환상적으로 펼쳐진 일람차밭. 네팔에서 가장 큰 차밭이다.

 

 

 

▲일람 차밭에서

 

 

일람차밭으로 가는 길은 험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포르까스란 기사는 버스를 잘도 몰아간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좁은 비탈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포르까스, 안개 속을 훤히 들여다보듯 차를 운전하는 그는 도인처럼 보인다.

 

자동차가 2000m고지에 다다르자 안개가 거치였다가 끼기를 반복했다. 일행들은 아슬아슬하게 비탈길을 달려가는 버스위에서도 장엄을 풍경을 바라보며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만약에 포르까스가 자칫 핸들을 한 치만 잘 못 돌려도 우리들의 생명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콩가루가 되고 말텐데도 말이다. 인생은 풍전등화 같은 삶 속에서도 오욕칠정을 즐긴다. 오욕! 오욕은 한 방울 달콤한 꿀과도 같은 것이다.

 

인생은 안수정등(岸樹井騰)이라고 설파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 절벽의 나무와 우물의 등나무 넝쿨. 인생이란 등나무 넝쿨에 매달려 곧 죽음을 면치 못할 텐데도 한 방울 꿀에 취해 사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다. 칸카이 강에서 죽엄을 목격하고서도 우리는 한없이 살아 갈 것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맛있는 음식과 멋진 색상에 취해 있으니 말이다.

 

 

 

 

부처님은 일찍이 불설비유경에서 촌철살인의 인생살이를 설파 해놓고 있다. 부처님이 승광왕(빠세나디왕)에게 설했다는 불설비유경은 매우 짧으면서도 중생살이를 의미심장하게 담고 있다. 차제에 불설비유경에 새겨진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겨보고 넘어가자.

 

“대왕이시여, 나는 지금 대왕을 위하여 간단히 한 가지 비유로써 생사의 맛과 그 근심스럼움을 말하리니, 왕은 지금 자세히 잘 듣고 잘 기억하시오.

 

한량없이 먼 겁 전에 어떤 사람(중생)이 광야(무명)에 놀다가 사나운 코끼리(무상)에게 쫓겨 황급히 달아나면서 의지할 데가 없었소. 그러다가 그는 어떤 우물(생사)이 있고 그 곁에 나무뿌리(목숨) 하나가 있는 것을 보았소. 그는 곧 그 나무뿌리를 잡고 내려가 우물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소.

 

그 때 마침 검은 쥐와 흰 쥐 두 마리(밤과 낮)가 그 나무뿌리를 번갈아 갉고 있었고(목숨이 줄어듦), 그 우물 사방에는 네 마리 독사(사대)가 그를 물려하였으며, 우물 밑에는 독룡(毒龍)(죽음)이 있었소. 그는 그 독사가 몹시 두려웠고 나무뿌리가 끊어질까 걱정이었소.

 

그런데 그 나무(목숨)에는 벌꿀(오욕)이 있어서 다섯 방울씩 입에 떨어지고 나무가 흔들리자 벌(사견)이 흩어져 내려와 그를 쏘았으며, 또 들에서는 불(늙음과 병)이 일어나 그 나무를 태우고 있었소. 그러므로 대왕은 알아야 하오. 생ㆍ노ㆍ병ㆍ사는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니, 언제나 그것을 명심하고 오욕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하오.” -불설비유경-

 

▲안개 낀 일람 차밭

 

 

한량없이 먼 겁 전에 한 나그네가 아득히 펼쳐진 광야를 가고 있었다. 그 때 나그네는 거대한 미친 코끼리를 만나 쫓기게 되었다. 죽기 살기로 달아났지만, 막다른 절벽에 이르러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었다. 절벽엔 비바람을 맞으며 자라왔을 나무 한그루가 위태롭게 뿌리를 박고 서 있고, 나무를 감아 올라간 등나무 넝쿨 한 줄기가 절벽 아래 우물로 축 늘어져 있었다.

 

미친 코끼리)가 나그네를 짓밟으려는 찰라, 그는 등나무 넝쿨을 붙들고 우물 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런데 나그네가 매달려 있는 우물 벽 사방에는 네 마리 독사(지. 수. 화. 풍-사대)가 혀를 날름거리며 나그네를 향해 독을 내뿜고 있다. 물리면 끝장이다. 우물 밑바닥에는 거대한 독룡이 시뻘건 임을 벌린 채 먹이를 받아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나무위에 흰쥐와 검(낮과 밤)은 쥐 두 마리가 기어 나오더니 등나무 넝쿨을 쏠기(생명이 줄어듦) 시작했다. 허공에 매달린 채 팔 힘은 다 빠져 나는데, 쥐들이 쏠고 있는 넝쿨이 끊어지면 독룡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매달려 있는 나무뿌리는 바람에 뽑힐 듯 흔들리고, 사면초가. 그 때 문득 나그네는 뭔가가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달콤한 향기를 느꼈다. 절벽 위에 매달린 벌집에서 달콤한 꿀(오욕)이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자 벌(사견)이 흩어져 내려와 나그네를 쏘았으며, 또 들에는 불(늙음과 병)이 일어나 그 나무를 태우고 있었는데,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떨어지는 꿀을 나그네는 위급한 상황을 잊어버린 받아먹었다.

 

 

▲일람 차밭을 산책하며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아니 중생이란 내일 죽을 줄도 모르고 오욕칠정에 빠져서 산다. 톨스토이도 부처님이 설하신 불설비유경에 대한 우화를 읽고 인생의 깊은 참회에 들어갔다고 한다. 지금까지 화려하게 살아온 인생을 참회하고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회상하는 게기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책이 바로 그의 깊은 사유를 담은 <참회록>이다.

 

비탈길 벗어나자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멋진 차밭을 잠기 걷기로 했다. 푸른 차밭은 하도 길고 넓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네팔에서 가장 크다는 차밭이다. 히말라야로 뻗어있는 언덕 전체가 다 푸른 차밭이다. 푸른 차밭위로 안개가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를 반복한다. 멋진 풍경이다.

 

 

▲가이드 아식이 다녔다는 학교

 

 

더욱이 이곳은 가이드 아식의 고향이라고 했다. 아식은 한국에서 5년 넘게 근로자 생활을 하여 한국말을 곧잘 했다. 카트만두에 거주를 하고 있는 아식은 오랜만에 고향에 오게 되어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언덕 밑에는 아식이 다녔다는 학교가 보였다. 양철지붕을 인 학교는 허름한 창고처럼 보였다. 낡은 건물 주위에는 키 큰 삼나무가 둘러쳐져있다.

 

우리는 차밭을 거닐기도 하고, 환상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거기에 푸른 찻잎은 싱싱한 생명의 줄기를 발하고 있었다. 저 찻잎은 홍차로 만들어져 전 세계로 수출을 하고 있단다. 삼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는 언덕에는 외길이 나있고, 그 양편에는 차밭이 긴 스트라이프 물결을 이루고 있다.

 

 

▲안개 속에서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일람 차밭

 

 

풍경은 아름답고 싱그럽고 향기롭다. 살아서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큰 축복이다. 비탈길을 올라올 때에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왔는데, 올라와서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탄성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중생이란...

 

우린 피껄이라는 작은 고산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더사인 명절이라서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피껄은 인도의 다이질링으로 가는 교통요지라고 한다. 딱히 먹을 것이 없는 산골은 점심 그 자체가 꿀이다. 일행은 모두 배가 고픈지 꿀맛처럼 네팔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중생은 이렇게 색성향미촉법에 취하는 것이다. 부처는 오욕칠정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하지만, 중생은 오욕에 취해서 산다.

 

 

 

▲포르까스가 운전했던 버스

 

 

점심을 먹고 피껄의 거리를 산책했다. 거리의 상점에는 야크로 만든 치즈와 고산지대에서 나는 야채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더사인 명절을 맞이하여 복권을 파는 곳과 행운의 당첨권을 파는 곳에는 사람들이 얼기설기 모여 있다.

 

일람차밭 정상은 이곳에서 한 참을 더 가야 한다는데, 때 아닌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길이 끊겨 현지 가이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원래 일람차밭에서 하루 밤을 묵으면서 일출을 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포기를 해야 했다. 족장 집에서 잠을 자기로 했던 것도 포기를 하고 다시 더먹으로 가서 하루 밤을 묵기로 했다.

 

 

▼피껄 풍경-다이질링으로 넘어가는 요충지다

 

 

 -고향 가는 사람들

 

- 노란 쌕은 야크 치즈다

 

-고산지역에서 나는 야채 

 

 

 

 

▲홍차 만드는 공장

 

▲오래된 라마사원

 

 

아쉬운 일정이다. 만약에 단체여행이 아니라면 나는 필시 이곳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해돋이를 보는 대신에 우리는 일람의 작은 차 공장을 구경하고, 어느 이름 없는 라마사원을 돌아보았다. 인적이없는 라마사원은 허물어져 가는 초르텐위에 롱다와 타르초만 나붓끼고 있다.

 

라마사원을 뒤로하고 우리는 그 아슬아슬한 길을 되돌아와 더먹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더먹은 이래저래 잠자리와 인연이 깊은 곳인가 보다. 더먹에서 3일 밤이 보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음 날 더먹을 출발한 우리는 치트완을 향했다.

 

(2010.10. 10 네팔 동부 일람 차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