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사는이야기

"붕어빵 100개를 팔아야 만 오천원 벌어"

찰라777 2011. 1. 1. 17:03

 

 

구례 촌놈, 2011년 서울 세밑 풍경 스케치[1]

붕어빵이 안 팔려요...

 

40년 묵은 서울시민의 옷을 벗고, 남도하고도 지리산 끝자락 구례고을로 이주를 한지도 벌써 반년 째로 접어들고 있다. 헐! 세월 참 빠르다. 이삿짐 싣고 내려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나는 어느새 구례 촌놈이 다 되었나 보다. 서울 올라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2011년 세밑은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보내야 한다. 아내의 병원 외래가 12월 30일, 1월 3일 징검다리로 잡혀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왔다 갔다 하면 그 여비가 더 들어간다. 그러니 어차피 서울에서 머물러야 한다.

 

오늘은 12월 31일, 정말로 다사다난 했던 2010년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내가 서울에 머물고 있다고 하니 강남에 잘 사는 친한 친구가 점심을 사겠다고 한다. 테헤란로 어느 뷔페식당에서 만나잔다. 강남에서 뷔페 먹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암 가서 먹어야지.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숙소가 동서울 강변 근처인지라 아내와 함께 전철을 타기 위해 강변역으로 갔다. 도로 옆에는 아직 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강변역에는 동서울터미널로 오가는 승객들이 구름처럼 밀려오고 밀려간다. 그런데 길을 걷던 아내가 갑자기 저혈당 증세가 나타났다. '저런, 뷔페식당 간다고 하니 아침을 시원찮게 먹었남?' 마침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엔 붕어빵이 제맛인데

붕어빵 장사는 붕어빵이 팔리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여보, 우리 붕어빵 먹어요."

"뷔페 먹는 날인데 하필이면."

"그래도 사탕 먹는 것보다는 나으니 빨랑 가요."

  
당뇨병 환자에겐 저혈당증세가 오면 당분과 탄수화물을 급히 섭취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포장마차의 비닐 문을 해 짚고 붕어빵틀 앞으로 들어갔다. 붕어빵 할아버지가 아내를 보고 알라본다. 붕어빵을 좋아 하는 아내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붕어빵을 사 먹었기 때문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갈수 없듯이 워낙에 붕어빵을 좋아 하는 아내는 할아버지의 단골손님이다.

 

"천원에 세 개인데, 네 개 드릴 게유~"

"고맙수다. 장사는 잘 되시는 가요?"

"아이고 말도말혀유. 요샌 통 손님이 없시유. 원 이렇게 불경기는 처음이그만유."

 

붕어빵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절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밀가루와 가스 값은 치솟는데, 손님은 없고, 그래서 요즈음은 시설비를 감안하면 적자신세란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를 보니 붕어빵원가를 계산해 놓았는데, 반죽 50원, 팥 30원, 포장 20원(위생봉투10, 비닐봉투10), 가스 값 50원, 전기세 30원(변동비 180원), 인건비 300원, 시설비 200원(고정비 500원)으로 나와 있었다.

 

할아버지가 주는 붕어빵은 3개에 1천원이니 붕어빵 개당 판매가격은 330원꼴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고정비를 감안하면 적자이고, 인건비와 시설비 등 고정비를 빼고 변동비만 감안하면 개당 150원이 남는다. 그러니 고정비는 제처놓고 15,000원을 벌려면 붕어빵 100개를 팔아야 하고, 10만원을 벌려면 700개 정도를 팔아야 한다. 할아버지의 말로는 요즈음은 하루에 100개를 팔기가 힘들단다.

 

하여간 울상을 짓는 붕어빵 할아버지 앞에서 아내와 나는 고소한 붕어빵을 두 개씩 나누어 맛있게 먹어 치웠다. 붕어빵 두 개를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뷔페 맛은 다 글렀군.' 허지만 오랜만에 먹은 붕어빵의 고소한 맛은 그 무엇에 비길 데가 없다.

 

붕어빵은 왜 팔리지 않는 것일까? 경기가 좋지않아서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입맛이 변해서일까? 몇 년전에는 둘이서 구어내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붕어빵 할아버지의 볼멘소리가 못내 귓전을 뱅뱅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