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산딸기 따먹다 뱀에게 혼쭐나다

찰라777 2011. 6. 27. 09:01

 

산딸기 따먹다 뱀에게 혼쭐나다

 

산딸기 있는 곳엔 뱀이 있다고

오빠는 그러지만 나는 안속아

내가 따러 갈까봐 그러는 거지

 

 

나도 나도 오늘은 산에 갈 테야

언니 따라 산딸기 따러 갈 테야

도라지꽃 나리꽃 꺾어 올 테야

 

 

 

 

 

 

산딸기 하면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가 생각난다. 동생을 따돌리고 혼자서만 산딸기를 따 먹으려는 오빠의 심보를 노래한 동요는 듣기만 해도 고향의 향수가 느껴진다. 그런데 실제로 산딸기가 있는 곳에는 뱀이 많다.

 

 

6월은 산딸기의 제철이다.

마침 혜경이 엄마가 산딸기 있는 곳을 가르쳐 주어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 산딸기를 따라 갔다. 우리는 뱀이 가장 싫어한다는 <석웅황>을 주머니에 차고 장화를 신고 장갑도 준비를 했다. 석웅황은 뱀을 예방하는 전설적인 약이라며 카페회원이 보내준 것이다. 혹 뱀이나 벌이 있을지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모처럼 내린 비가 촉촉 대지를 적시고 있다. 앞산 계족산 병풍바위에 운해가 그림처럼 걸려 있다. 계족산 병풍 바위는 아무리 쳐다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멋진 풍광이다. 개울을 건너 밤나무 숲을 지나갔다.

 

 

밤꽃은 떨어지면 정말이지 볼품이 없다. 지상에서 유일한 <남자의 꽃>이라는 밤꽃은 땅에 떨어지면 늙은 홀아비처럼 추하게 보인다. 흰 지렁이 같기도 하고, 지네 같기도 하고, 일을 치른 후 축 늘어진 남의 심벌 같기도 하다. 하여간 땅에 떨어진 밤꽃은 지상에서 가장 가련하고 추하게 보인다.  밤나무 숲을 지나 혜경이 엄마가 가르쳐 준 숲으로 가니 이게 웬일? 산딸기가 지천에 널려 있다.

 

 

 

 

"와아, 이렇게 많은 산딸기는 처음 봐요!"

"정말 그러네!"

"혜경이 엄마를 몰랐더라면 어찌될 뻔 했을까?"

"그러게 말이요. 우리는 참 복이 많은 가봐. 하하."

 

 

정말이지 이곳에 귀농을 하여 혜경이 엄마를 알게 된 것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크나큰 은혜이다. 그녀는 낯선 곳에 온 우리들이 나침반 역할을 하는 여인이다. 매사에 열심히 살고, 남의 일은 다 도와주며, 홀로 살아가는 그녀를 보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으러진다.

 

 

 

나지막한 언덕 돌무더기에 싱싱한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 있었다. 아내와 나는 산딸기의 유혹에 이끌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딸기를 따기 시작했다. 산딸기를 한주먹 따서 입안에 가득 넣고 움질움질 씹어 먹는 맛이란 먹어본 자만이 안다. 먹으며 따며, 먹으며 또 따고, 어느 정도 채워지자 타파에 산딸기를 따 넣었다.

 

 

산딸기는 가시가 있다. 산딸기를 따려면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한다. 그리고 산딸기가 자라는 곳은 대부분 돌무더기가 있는 척박한 언덕이다. 그래서 야생 산딸기를 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따기가 가장 어려운 곳에 의례 붉은 산딸기는 유혹의 손짓을 한다.

 

 

나는 작대기로 산딸기 넝쿨을 지치며 산딸기가 유혹을 하고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그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피어있는 산딸기를 정신없이 막 따려고 하는데… 맙소사!

 

 

 

 

"이크, 뱀이다! 뱀!"

"어디요! 빨랑 피해요!"

 

 

바로 산딸기 밑에서 검은 점박이 독사가 똬리를 틀고 혀를 널름거리고 있질 않은가? 모골이 송연해진고 등줄기 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나는 살금살금 뒷걸음질을 해서 가재처럼 도망을 쳤다. 산딸기 가시가 등과 허벅지를 찔러댔다. 독사는 고개를 쳐들고 그대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아내와 나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쳤다. 만약에 그 독사를 밟았더라면 큰 일 날 뻔했다.

 

 

"산딸기 따먹다가 사람 잡겠네요."

"휴우, 큰일 날 뻔했어. 십년감수했네!"

"산딸기가 많은 곳에는 왜 뱀도 많지요?"

"아마 뱀도 산딸기를 좋아 하는 거 아닐까?"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뱀은 육식동물인데 아마 산딸기를 좋아하는 각종 곤충이나 새들을 포회하기 위해서 산딸기가 있는 곳에는 뱀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여간 여름철 뱀은 독이 올라 있으니 산딸기를 따 먹을 때는 주변을 잘 살피고, 두꺼운 긴 바지와 장화를 신고 작대기 같은 것을 반드시 지참하는 것이 좋다.

 

 

 

산딸기는 눈을 말게 해주고, 신장을 튼튼히 하여 요실금을 예방해주며, 정력이 강해지고 머리털을 검게 해준다고 한다. 또한 최근 실험에 의하면 항암효과와 항산효과 그리고 당뇨병에도 특효가 있다고 한다. 산딸기가 몸에 좋다는 것은 부지기수다. 생으로 먹기 곤란하면 산딸기 잼, 산딸기 술을 담가서 먹으면 될 것이다. 특히 심장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는 붉은 산딸기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와아! 이 산딸기! 언제 우리가 이런 싱싱한 산딸기를 밥상에서 구경할 수 있겠어요."

"맛이 정말 상큼하네!"

"음, 이 맛! 여보, 내일은 더 단단히 준비를 하고 산딸기를 따러가요."

"그럴까? 뱀이 무섭지도 않아?"

"작대기로 두들겨보고 조심하면 되겠지요 뭐."

"당신 산딸기 맛에 단단히 반했군."

 

 

 

 

 

산딸기를 따 먹다가 뱀에게 혼쭐이 났지만, 그 붉은 산딸기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다. 해서 아내와 나는 내일은 긴 지팡이를 준비하고, 좀 더 단단하게 복장을 채비하고 산딸기를 따 먹으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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