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 얌드록초 호수

찰라777 2012. 1. 11. 08:02

티벳 라싸에서 네팔까지②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 얌드록초 호수

 

 

티벳의 얌드록쵸 호수 Yamdrok-Tso Lake는 해발 4,488m에 위치한 티벳의 3대 신성한 호수(남쵸 호수, 마나사로바 호수, 얌드록초)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이 호수는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고 불리어지고 있으며 티벳의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위험한 만큼 아름답다고 했던가! 푸른 보석처럼 빛나는 호수 뒤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인 히말라야의 봉오리들이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었다. 흰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데도 호수의 빛깔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파랗다. 캄바라 고개에는 돌탑이 쌓여있고, 룽다와 타르쵸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해발 4488m에 위치한 얌드록초 호수는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고 부를 만큼 티벳인들이 신성시하는 호수로 티벳의 3대 성호 중 하나이다.

남북으로 130km, 동서로 70km에 달하며 하늘에서 바라보면 전갈모양을 하고 있다(해발 4794m 캄바라Kambala 고개에서 바라본 얌드록초 호수).

  

 

▲얌드록초 호수는 터키석처럼 푸른 호수로 '푸른 보석'이라고 부른다. 하늘에 구름이 끼었는데도 호수는 푸르다.

 

 

라싸를 출발하여 도심에서 벗어나자 만년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정에는 흰 눈이 덮여있고, 산허리 밑으로는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돌과 모래 산이 거역을 할 수 없는 암갈색으로 거대하게 들어 서 있다. 2시간 쯤 왔을까? 평지를 달리던 자동차가 가파른 고갯길로 접어들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곳에 다리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런데 티벳 복장을 한 여자 경비원이 다리 앞에서 쇠줄을 걸어놓고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어젯밤 눈이 많이 내려 길이 위험해서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이 길을 택하지 않으면 얌드록초 호수를 갈 수 없다고 한다. 깡파는 그 여인과 무어라고 티베트 말로 한참을 이야기 했다. 그냥 물러설 깡파가 아니었다. 어떻게 구어 삶았는지 여인이 드디어 쇠줄을 끌러서 열어 주었다.

 

 

우리 일행은 휴우 한 숨을 쉬며 깡파에게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그 박수는 곧 잘못 친 갈채였음을 자연이 증명해 주었다. 굽이굽이 올라가는 고갯길은 빙판 그대로였다. 자칫 잘 못하여 한 바퀴라도 잘못 굴러가면 콩가루가 되어 온 몸이 박살난 날판이었다.

 

 

그런 위험한 길을 깡파는 용케 잘도 기어갔다. 깡파의 운전 솜씨는 노련했다. 일생을 이런 위험한 길을 다닌 노하우가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금이 재려 곧 오줌이라도 곧 재릴 것만 같았다.

 

 

대관령이 이유가 아니었다. 해발 4000m가 넘는 길은 가본 자만이 그 느낌을 안다. 자동차는 그야말로 겁에 질려 슬슬 기어 올라갔다. 우리는 식은땀이 나는데 깡파는 휘파람을 불며 핸들을 이리저리 돌렸다. 위급할수록 여유을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깡파가 그랬다.

 

 

"깡파는 참 대단한 친구야!"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는 저 아래 절벽을 바라보기도 힘든데."

"어휴, 간이 콩알만 해지는 데요."

 

 

▲호수 주변에는 만년설이 뒤덮여 있다.

 

 

우리는 두번 놀랐다. 처음에는 위험한 빙판길에 놀랐고, 두번째는 깡파의 운전 쏨씨에 놀랐다. 드디어 고개 정상에 오르니 파란 호수가 거대한 푸른 휘장처럼 갑자기 나타났다. 말로만 얌드록초 호수다! 얌드록초 호수는 라싸에서 254km 떨어져 있다. 산자락 사이사이를 휘감고 도는 호수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호수는 푸른 터키석만큼이나 파랗다!

 

 

 

 

 

 

"히어, 깜바라! 깜바라! 데어, 깡창! 깡창"

 

 

깡파는 손가락질을 하며 이 고개가 캄바라(Kambala, 4,794m)고개라고 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설산은 노진 캉창산(7191m)라고 했다. 지명 이름이 깡파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깜바라, 깡창이라서 속으로 고소를 금치 못했다. 우리는 가파른 언덕을 올라왔기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비취색 호수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 이건 정말 터키석 같아요!"

"정말 호수전체가 푸른 보석처럼 보이는데요!"

 

 

위험한 만큼 아름답다고 했던가! 우리는 위험한 빙판길을 올라온 것도  잊어버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탕을 하고 있었다. 푸른 보석처럼 빛나는 호수 뒤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인 히말라야의 봉오리들이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었다. 흰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데도 호수의 빛깔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파랗다. 캄바라 고개에는 돌탑이 쌓여있고, 룽다와 타르쵸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얌드록쵸 호수는 해발 4,488m에 위치한 호수로 티벳의 3대 신성한 호수(남쵸 호수, 마나사로바 호수, 얌드록초)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이 호수는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고 불리어지고 있으며 티벳의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얌드록초 호수 전갈모양과 흡사하다.

 

 

 

 

 

전설에 의하면 용왕의 딸 남무무는 신들의 뜻에 따라 호숫가에 나와 사신을 기다리고 있다가 천신의 자손인 네치짼뽀와 짝을 맺어 국모가 되었다. 그들이 바로 토번(티벳 옛 이름)왕조를 이룬 초대 왕과 왕비이다. 두 사람의 신이 만나 결혼을 하자 온 나라가 노래를 지어 함께 부르며 이 성스럽고 신비로운 결혼을 축하했다.

 

 

푸른 하늘은 천신들의 거처,

천신의 아들이 세상에 내려오니 이는 인간의 길상이네.

넓고 푸른 호수는 용왕의 궁전,

용녀가 인간계에 임하니

이 또한 만민의 복덕이네

 

-티베트의 역사산책, 김규현, 정신세계사, 2003-

 

 

 

 

얌드록초 호수가 마르면 티벳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티벳인들이 신성시 하는 호수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전갈 모양을 하고 있어 '전갈 호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는 캄바라 고개에서 넋을 잃고 호수를 바라보다가 가파른 언덕길을 천천히 내려갔다. 다행히 내리막길은 남향받이라서 눈이 별로 없었다. 깡파는 호숫가에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카메라를 찍는 흉내를 내면서 말했다.

 

 

"포토! 포토 타임!"

"깡파, 땡큐!"

 

 

▲얌드록초 호수변에 있는 작은 마을 낭가체(4500m). 기념품을 파는 상점과, 게스트 하우스, 툭바, 모모를 파는 식당도 있다.

 

 

깡파는 무뚝뚝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의외로 여유가 있고 친절한 면이 있었다. 우리는 잠시 한가롭게 모래톱을 천천히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 아니 빨리 걸을 수도 없다. 호수라고는 하지만 해발 4500m가 아닌가! 황홀경에 빠져 호수를 천천히 거닐다 보니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다.

 

 

"미스터 초이, 고우 고우!"

 

 

 

 

▲늦은 아침을 먹었던 낭가체의 라싸 레스토랑

 

 

 

깡파는 넋을 잃은 듯 호수에 서 있는 우리들을 보고가자고 재촉을 했다. 우리는 다시 고물차에 올라 호수 변을 달려갔다. 남북 길이 130km, 동서로 70km로 길게 뻗은 호수는 한눈에 다 볼 수 없다. 호수를 끼고 계속 달리다 보니 늪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늪지 옆에는 야크와 양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늪지를 달리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낭가체(Nagartse)라는 마을이다. 낭가체는 해발 4500m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상점들과 게스트 하우스와 간이식당 등 먹거리도 있었다.

 

 

우리는 라싸레스토랑이란 곳에서 모모와 툭파로 늦은 아침을 먹었다. 야크차까지 한잔 마신 우리는 느긋해진 마음으로 깡파의 차에 다시 올랐다. 우리의 호프 깡파는 휘파람을 불며 다시 핸들을 잡았다. 새벽의 분위기와는 영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였다<계속>.

 

 

(▲ 사진 ; 티벳 얌드록초 호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