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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국립현충원 풍경

찰라777 2012. 6. 6. 22:29

6월 6일 오전 9시, 국립현충원 입구에는 추모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복을 갈아입은 듯 하얀 팥배나무꽃이 만발해 있는 현충원은 무더운 날씨임에도 추모열기가 점점 더해지고 있었다.

 

추모객들은 가족이나 친지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정성스레 준비한 꽃과 음식을 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의 묘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묘비 앞에 꽃과 제수를 진설하고 큰절을 올리거나 말없이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무릎을 꿇고 앉아 묘비에 새긴 글씨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정각 10시가 되자 추모 사이렌이 울리고 1분간 묵념이 시작되었다. 이어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나자 21발의 예포가 국립묘지를 뒤 흔들며 고이 잠들고 있는 호국영령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웠다. 추모객들은 묘비 앞에 혹은 나무 그늘아래 앉아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에 대한 덕담의 시간을 보냈다. 수없이 도열된 묘비 앞에는 추모객들의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6월 6일 추모행렬이 가득찬 동작동 국립현충원 풍경

 

 

 

▲추모행렬로 장사진을 이룬 현충원

 

 

▲팥배나무꽃

 

 

 

 

 

 

 

 

 

 

 

 

 

▲현충원 내 호국지장사에 걸린 추모등

 

 

 

 

 

 

 

 

 

 

 

 

 

 

 

▲350년 된 현충원 느티나무

 

 

 

▲쓸쓸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한 장군묘역

 

 

 

▲묘역 앞의 추모객들

 

 

▲묘소 앞에서 덕담을 하는 추모객들

 

 

 

▲추모행렬

 

 

▲가족들의 참배

 

 

 

▲고이 잠드소서

 

 

 

▲누구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는가?

 

 

 

▲무명용사 비

 

 

▲21발의 추모 예포

 

 

▲나라사랑 태극기 사랑

 

 

 

▲누구를 위한 눈물인가?

 

 

 

▲고 김대중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추모객들

 

 

▲고 이승만 대통령을 참배하는 추모객들

 

 

▲고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추모객들

 

 

▲고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추모객들

 

 

▲박사모 플래카드

 

 

 

 

 

▲박사모 플래카드

 

 

▲묵념을 올리는 추모객들

 

 

▲정성스럽게 올린 제수

 

 

 

고 이승만 대통령 묘와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도 참배객들이 하나 둘 찾아 들었다. 그들은 묘역 앞에 비치된 방문록에 사인을 하고 묘소 앞에서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장군들의 묘역에는 이상하게도 사병들 묘역에 비해 추모객들이 별로 눈에 띠지 않았다. 수많은 별들이 잠든 장군들의 묘역은 쓸쓸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장군들의 묘역 인근에 있는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 앞에는 유독 수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묘역 앞에 세워 놓은 텐트에는 "대한민국 박사모 중앙 봉사단"이란 현수막이 걸려 있고, 음료와 수박까지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아, 아직도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더구나 박사모 모임까지 나와서 묘소를 찾는 참배객들에게 봉사를 하고 있다니….'

 

그러나 그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추모, 조국을 품은 그대, 대한민국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박근혜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 근혜동산"

"추모, 박근혜 사랑하는 해병들 모임(박해모봉사단)"

 

처음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모임인줄로만 알았는데, 여기저기 어지럽게 걸려 있는 플래카드를 자세히 보자 그것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를 사랑하는 해병들의 모임에서 박대통령 참배 의전을 봉사하고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발상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모임이라면 그래도 이해를 할 수 있겠는데, 신성한 현충원 묘역에 어찌 살아있는 있는 사람인 박근혜를 사모하는 모임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 놓을 수 있을까? 그것도 현충일 날에 말이다.

 

카드에 새겨진 "추모"라는 글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 하는 의미인지, 아니면 박근혜를 추모하는 뜻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정작 박근혜 본인은 알고 있을까? 사건은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과잉충성을 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 곳곳에는 과잉 충성을 하는 작태가 돌출하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 앞에는 한 여인이 "제57회 현충일을 맞이하여"란 제하에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글씨를 가득 새긴 흰 천을 두르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호국영령들이시여!

이 나라 일부 정치인들은 나라사랑을 입으로만 합니다. 무궁화를 사랑하지도 않습니다. 태극기를 사랑하지도 않습니다. 이 나라 국민 채송화는 대한민국에 무궁화를 심겠습니다. 태극기를 달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대통령이 되시고자 하는 분들께 전해 주십시오!'라는 유인물을 나누어 주며 그녀는 다시 외쳤다.

 

"대통령이 되시고자 하는 분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부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을 잠시 내려놓으십시오. … 먼저, 생각 하십시오! 국민들의 가슴에 꿈을 심어줄 능력이 본인에게 있는가를-… 대통령이 되시고자 하는 분들께 호소합니다. 제발~ 나라와 국민을 경영할 생각부터 먼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성웅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닮아 가겠다는 그런 다짐부터 하십시오. … 세종대왕의 마음을 닮아가겠다는 그런 결심부터 하십시오!…. 우리나라 대한민국 대통령은 바로,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이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채송화'라고 밝힌 이 여인은 볼멘소리로 외치며 자신이 인쇄를 한 유인물을 추모객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어찌보면 대통령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전해줄 내용이 들어 있기도 하다. 반세기를 넘긴 제 57회 현충일 날 '박사모' 플래카드 앞에서 외치는 여인의 볼멘소리를 뒤로하고 현충원을 떠나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