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아아, 옐로스톤! 그 생명의 신비

찰라777 2012. 7. 29. 16:44

아아, 옐로스톤! 그 생명의 신비

 

 

▪ 회색의 숲지대

 

89번 도로를 타고 옐로스톤으로 북상하는 길은 아름다웠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과 잭슨 홀 지역은 서부영화 ‘셰인Shane'의 촬영 무대이기도 하다. 만년설봉아 바라보이는 목장 풍경, 야생화가 핀 들판, 백조처럼 맑은 호수…….

서부영화의 클래식 판이라는 영화 ’셰인‘은 그랜드 티톤의 아름다운 배경 때문에 아카데미 촬영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저 나무들이 왜 저렇게 회색 기둥처럼 보이지요?”

“정말 회색 숲 속의 나라에 온 것 같군.”

버스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가까이 다다르자 수많은 나무들이 잎사귀는 하나도 없고 회색의 기둥처럼 눈 덮인 산에 서 있었다. 어떤 것은 넘어져 있고 어떤 것은 비스듬히 반 쯤 넘어져 있었다.

회색의 숲지대! 이곳은 그야말로 회색의 나무 기둥들로 덮인 회색의 숲지대 같았다. 이는 1988년 옐로스톤 대화재로 약 3개월 동안 숲이 타들어가 이 거대한 공원의 절반이상이 타버렸기 때문.

이 화재로 옐로스톤의 처녀림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숲이 잿더미로 변했고, 수많은 야생동물이 화염에 쌓여 목숨을 잃어야 했다. 타다 남은 고목들이 해골처럼 서 있거나 여기 저기 뒹굴고 있었다.

나무의 시체들! 흰 눈 위에 뒹굴고 있는 회색 나무의 시체들이 처량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 잿더미 속에서는 파란 새싹이 다시 돋아나고 있었다. 새로운 생명의 힘! 자연발생적으로 불이 나고, 다시 윤회의 굴레 속에 새 생명이 움트는 자연의 신비한 힘이란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여보, 저기 들소들 좀 봐요!”

과연 야생동물의 천국답게 여기저기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버펄로들의 모습이 보였다. 버펄로, 엘크, 고라니 들이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거나 혹은 뛰어 다니고 있었다.

“이 공원은 참으로 이상하군! 저기 저렇게 눈들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데, 또 저쪽지역은 새파란 풀이 초원을 이루고 있고, 거기에다 여기저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증기들……. 이상한 나라야, 여긴…….”

보이는 것이 모두 아직 성숙하지 않은 태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

그랜드 캐니언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몬태나, 아이다호, 와이오밍 세 개주에 걸쳐있는 로키의 고원지대, 8,000년 이상 인간이 손길이 닿지 않았던 원시림, 200만 에이커의 방대한 처녀림, 136만 마일에 달하는 넓은 호수와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증기를 품어 대는 수많은 간헐천, 300피트 높이의 크고 작은 아름다운 폭포, 깊고 아름다운 계곡과 협곡, 1만 피트가 넘는 45개의 만년설봉의 장관, 1만 여개의 끓는 지옥 열탕, 진흙, 점토의 머드 팥과 온천들, 버펄로, 고라니, 곰, 사슴 등 수많은 야생동물과 이름모를 꽃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그랬다. 없는 것이 없이 다 갖추고 있었다. 만약에 지구상에서 단 한 개의 국립공원을 선택하여 가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들고 싶다. 그 만큼 이곳은 공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은 다 갖추고 있었고, 너무나 신비하면서도 아름답기 때문.

 

“우린 지상 최고의 공원에 온 거야.”

“화마가 휩쓸고 간 눈 속에서 새롭게 돋아나는 저 푸른 생명들이 깊은 감동을 주는 군요!”

“당신의 생명도 저렇게 새롭게 태어나지 않았소.”

“모든 게 당신 덕분이지요.”

“난 기적적으로 일어선 당신이 자랑스러울 뿐이요.”

잿더미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의 신비에 우리는 그렇게 감동을 받으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 허물을 벗고 숨 쉬는 땅의 신비

 

아이다호 주의 웨스트 옐로스톤에 위치한 모텔에 여장을 푼 다음날 우리는 옐로스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올드 페이스풀 Old Faithful'로 갔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간헐천의 신비를 보기 위해서였다.

올드 페이스풀 로지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올드 페이스 풀로 이어지는 길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모두가 간헐온천이 보여주는 자연의 쇼를 보기 위해서였다.

로지에 있는 시계는 이 간헐천이 솟아오르는 시각을 정확히 알려주고 있었다.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올드 페이스 풀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모여든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고, 물기둥이 솟아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을 보기위해 숨을 쉬는 것도 멋은 체 사람들의 눈과 카메라와 비디오가 둥그런 나무의 펜스 안에 있는 간헐천의 구멍으로 집중했다.

“와~ 와~ 와!”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고 드디어 거대한 물기둥이 하연 증기를 뿌리며 파란 창공 속으로 솟아올랐다. 도대체 이 무슨 조화일까?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은 듯 거대한 물기둥이 펼치는 파노라마에 취해 있었다. 물기둥은 쇼는 거의 10분 동안 연출되었다. 65분 또는 76분마다 이 물기둥은 주기적으로 솟아오른다고 했다.

“정말 자연의 힘이란 신비하군요.”

“신비하다 못해 오묘해!”

“그런데 어떻게 저런 온천물기둥이 솟아나올까요?”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이 지역은 지구 속의 뜨거운 부분, 즉 마그마 층과 매우 가까운데, 그 맨틀 층이 압력이 높아져 60만 년 전에 대 분출이 있었고, 오늘날 그 분출로 인해 흩어진 바위들 틈 사이로 지표위의 차가운 물들이 얇은 스며들어 맨틀 속으로 들어가 다시 그 끓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이렇게 땅위로 솟아오른다는 거야.”

“아이고, 복잡해라! 좌우간 다시 터질 수도 있겠네요.”

“여기 그렇게 쓰여 있네. 우리가 있는 동안에 화산처럼 왕창 터질 수도 있다고.”

“아이고, 무서워라!”

자연의 조화는 참으로 묘하고 묘하다. 대 폭발과 파괴,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생명들의 탄생! 이건 스티븐 호킹 박사의 빅뱅 이론이 이곳에서도 전개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팔자 형으로 되어 있는 공원 내의 도로를 따라서 돌아가며 지글지글 끓는 괴상망측한 온천지대를 걸어 다녔다. 다행히 온천 지대에는 전부 나무로 된 보행로를 만들어 놓아서 바로 끓는 온천의 아주 가까운 데까지 접근하여 그 신비한 모습들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지구가 이렇게 끊임없이 변하듯이 우리 인간의 육체도 날마다 변하는 것 같아. 아마 우리들의 몸도 날마다 몇 만개의 세포가 죽고 몇 만개의 새로운 세포가 형성 될 거야. 이 땅 덩어리처럼…….”

“정말 신비한 모습들이군요. 저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아요!”

옐로스톤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물이 나온다는 노리스 간헐천 분지를 거닐면서 아내가 겁에 질린 듯 조심스럽게 한발씩 옮기면서 말했다. 그 모습은 지구가 마치 오래된 지표의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현장을 보는 것 같은 같았다.

야생동물의 천국 옐로스톤! 아침이면 버펄로, 곰, 엘크 등 야생동물들이 눈 덮인 숲 속에서 나와 따뜻한 온천물에 세수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데, 저놈들은 사람들 신세보다 아무래도 나은 것 같았다.

이 공원은 원시림과 야생동물, 그리고 생태계를 보호 하기위해 어쩌면 100년간의 휴식 년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공원 관리자가 귀띔을 해주었다.

“우리도 저 땅들이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부패된 껍질을 벗어 던지고 다시 태어나는 거야.”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허물을 벗어던지고 숨쉬는 땅.

휴식 년에 들어가기 전에 내 생애에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 옐로스톤! 그곳에는 우주가 생사 소멸하는 신비한 비밀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