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빙하가 녹아내린 호수 , 베어 레이크

찰라777 2012. 7. 29. 16:39

 

빙하가 녹아내린 호수

 

▪ 베어 레이크

 

다음날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출발한 버스는 89번을 타고 유타 주 북쪽으로 지쳐 올라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로키마운틴 깊숙이 파고들어 가고 있는 셈.

집들과 사람들은 구경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푸른 숲과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만 들려 왔다. 겨울동안 눈과 얼음 속에 덮여 있던 산천이 6월의 찬란한 태양아래 푸름을 더해가고 있었다.

우리는 카체 내셔널 포레스트(Cache National Forest)를 따라 계속 북상하였다. 6월인데도 숲으로 된 터널을 지나가는 숲 속의 날씨는 서늘하다 못해 추울 정도였다.

버스는 로간 시티를 지나 가든 시티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보이는 어느 언덕에 이르자 그림 같은 맑은 호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베어 레이크(Bear Lake)였다. 미국의 자연경관은 가는 곳마다 아내와 나를 놀라게 했다. 이곳 노스 헤드에서 바라보는 베어 레이크도 한마디로 “와와~”의 연속이었다. 풍부한 자연, 아름다운 자연! 미국은 과연 축복 받은 땅이었다.

베어 레이크는 아이다호 주와 유타 주에 걸쳐있는 로키산맥 내륙에 있는 빼어난 호수다. 물의 색깔이 너무 파랗고 아름다워 흔히 로키의 ‘카리브 해’라고 불리어 지기도 한다.

타원형으로 생긴 호수는 해발 6000여 피트(1800m)에 위치하며 길이 20마일, 넓이 8마일의 거대한 호수다. 이 호수는 겨울 내내 내린 눈과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라서 그런지 정말로 물의 빛깔이 파랗고 수정처럼 맑았다.

아내를 모델로 계속하여 비디오를 찍느라고 사진을 찍는 것도 잊어버렸다. 오늘따라 호수위의 하늘을 둥둥 떠가는 하얀 뭉게구름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우리는 노스 헤드 포인트에서 다시 89번 도로를 타고 아이다호 주로 넘어왔다. 호수로 향한 언덕에는 군데군데 펜스가 울타리처럼 둘러 쳐져 있었는데 이는 눈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버스가 호수 주변의 그림 같은 전원주택들을 지나 갈 때 마다 아내는 “와와! 좋다!”를 연발하며 환희에 젖었다. 내가 보기에도 에메랄드파란 호와 어울려 너무도 환상적으로 보이는 집들이었다.

버스는 피시 헤븐(Fish Heven)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스톱을 하였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들에는 드문드문 벤치가 놓여져 있었다. 아내와 나는 아예 잔디밭의 나무 밑에 앉아서 아침에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미리 준비해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버스는 우리들에게 점심거리를 살 대형 슈퍼마케트에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고, 점심도 캠핑 장소를 찾아 스톱을 해 주었다. 이스라엘에서 온 마이클과 영국에서 온 제니가 우리와 동참을 했다. 그들도 준비해온 음식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다.

 

 

▪ 레즈베리 딸기 아이스크림과 캠핑카

 

점심을 먹고 난후 우리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아내는 어차피 당요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의 레즈베리 딸기 아이스크림은 너무나 달콤하고 새콤했다.

“여보, 한입만 먹어봐, 너무 새콤하고 맛있는데.”

“우와~ 정말이내요.”

내가 먹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머금은 아내도 눈이 똥그래졌다. 그만큼 맛있다는 것.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아름다운 베어레이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데, 아주 멋지게 보이는 캠핑카가 눈에 띠었다.

가까이 가보니 땅에 착 붙은 흰색의 스포츠 카가 뒤쪽에 매달려 있었다. 선글라스 낀 50대로 보이는 동양인이 그 벤(RV) 안에서 나왔다. 척 보기에도 곱게 나이가 든 얼굴이고 아직도 아름다움이 넘쳐흘렀다.

같은 동양인이라 반가워서 인사를 했더니 자신의 고향은 일본인데 미국인가 결혼을 하여 미국에서 산다고 하였다.

“저는 한국에서 온 초이라고 합니다. 이웃나라 분을 로키에서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갑군요.”

“아, 한국! 저도 반가워요.”

“차 내부를 좀 구경해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남편이 리타이어를 하여 벤을 몰고 전국을 일주하고 있다는 그녀는 쾌히 벤의 내부를 구경하는 것을 허락하여주었다. 내부로 들어간 아내는 또 와와! 하고 입이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차의 내부는 무슨 호화 호텔을 방불케 했다.

부엌, 응접실, 아름다운 침대,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 차내에는 생활도구가 없는 것이 거의 없었다.

“차 안에 잇는 침대치고는 너무 좋아요!”

“이런 차를 한번 타보고 싶다 이거지?”

“물론이지요.”

“몇 년 만 기다려 보라고. 내가 반드시 이런 멋진 차를 몰고 다시 아메리카를 누비고 말테니까.”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군요.”

사실 RV를 몰고 미국을 여행 하는 것이 내 꿈이기도 했다. 차에서 먹고 자고하면서 천천히 미국대륙을 돌아보는 것. 이는 미국인들도 리타이어를 한 후 가장 해보고 싶은 꿈 중에 하나다.

“정말 멋있는 차군요. 구경한 번 잘 했습니다.”

“천만에요.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일본인 여자는 정말로 친절했다. 차 안에서도 시종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이 묻는 말에 일일이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는 꿈을 꾸듯 차안에서 내려와 다시 우리들의 버스를 탔다.

우리는 다시 89번 도로를 타고 파리스와 아프톤을 지나 와이오밍의 잭슨시티에 도착하였다. 미국 로키마운틴의 정수리인 그랜드 테톤 국립공원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버스가 산중턱을 지나는데 깎아지른 언덕 아래쪽의 계곡에는 뱀처럼 꼬불꼬불한 강이 흘러가고 있었고, 고무보트를 탄 사람들이 계곡의 물결에 휩쓸리며 아슬아슬하게 떠내려가고 있었다.

“와! 저거 재미있겠다. 아빠, 나 저거 태워줘요.”

스네이크 리버(Snake River)에서 플로우트 트립 다운(Float Trip Down)과 리버 래프팅(River Rafting)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하고 스릴이 있어 보였다.

“정말로 하고 싶단 말이요?”

“정말로 하고 싶어요.”

“좋아 그럼 오늘밤 잭슨시티에 가서 한번 알아보자고.”

아내는 정말로 강에서 보트를 타고 싶다고 했다. 아내가 타고 싶다는데 나냐 말할 것도 없는 것.

잭슨시내에 들어서니 이건 완전히 서부영화에나 나올법한 통나무집의 거리였다. 우리는 마치 포장마차처럼 웨곤 휠 빌리지(포장마차 여관)에 여장을 풀고 서부 영화에서나 몰 수 있는 거리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