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흐르는 강물처럼-스네이크 리버

찰라777 2012. 7. 29. 16:41

 

스네이크 리버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촬영지

 

거기에 계곡이 있었다.

거기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뱀처럼 꼬불꼬불한 계곡을 따라 강물이 급류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깊은 계곡, 푸른 초원, 깎아지른 절벽……. 스네이크 강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스네이크 강은 뱀처럼 꼬불꼬불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발원하여 와이오밍을 거쳐 아이다호, 오리건 주, 워싱턴 주의 컬럼비아 강으로 흘러간다. 이 강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계곡인 헬즈 캐니언이 있고, 아름다운 쇼쇼니 폭포도 있다.

서부 개척 시대에는 포장마차를 타고 오리건 주로 가려던 사람들이 이 강 때문에 길이 막혀 애를 먹었던 강이기도 하다. 계곡이 깊은 만큼 스네이크 강의 급류 타기는 유명하다. 100마일에서 200마일의 거리를 급류를 타고 강을 모험을 하는 갓은 스네이크 강의 백미다.

 

“우리가 저 급류를 타고 간단 말인가요?”

“아마 그런가 봐.”

“와! 보기만 해도 아찔한데요.”

“어제 저걸 타고 싶다고 했지 않았소.”

“그랬긴 했는데…….”

아내는 급류를 타고 싶다고는 했는데 막상 아찔한 계곡을 보니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로버스가 우리를 내려준 곳은 깎아지른 절벽을 지나 급류가 거의 느슨해진 강변이었다.

“자, 내리시지요. 그리고 저 나루에 가서 몸에 맞는 구 명복을 입으시기 바랍니다.”

어제 오후에 알아보니 급류타기와 강을 다라 흘러가며 여행을 하는 보트여행 두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프로들이 하는 급류 타기는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제공 하지 않고 있었다. 해서 대신 나는 보트여행인 플로트 트립 다운(Float Trip Down)을 신청했던 것. 플로트 트립 다운은 조그마한 보트를 타고 말 그대로 강을 따라 흘러 내려가며 보트여행을 하는 것.

“여긴 급류가 아니고 그냥 느리게 흘러가는 강인데요?”

“급류타기도 느린 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구 명복을 걸치며 의아해 하는 아내에게 나는 아직도 급류타기를 하는 것처럼 말했다. 타기 전까지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두 대의 보트에 관광객들은 나누어 편승을 했다. 한 보트에 10명 정원으로 우리를 태운 보트는 드디어 스네이크 강을 출발하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존이라고 합니다. 이제부터 제가 여러분을 스네이크 강으로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이 스네이크 강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선장인 존은 스네이크 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급류타기 치고는 이상한데요?

“우리들이 탈 수 있는 급류 타기는 이 코스밖에 없어. 프로들이 타는 급류 타기는 너무 위험해서 아니 된다고 해서 이 코스를 신청한거라오.”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그래도 상관없어요. 나는 이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가는 것이 너무 좋아요. 이 물 흐르는 소리, 눈 덮인 산, 푸른 초목…….”

강물은 계곡을 따라 끈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강 옆으로는 그랜드 테톤 국립공원의 만년설이 눈에 덮인 채 병풍처럼 둘러 쳐져 있었다. 강물 위에 그림처럼 비추이는 만년설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운치를 보여 주고 있었다.

“당신 오늘은 강물에 사는 시인 같구려.”

“시인이 따로 있나요. 느낌을 소리로 내면 곧 시가 되겠지요.

“바로 맞는 말. 계속 읊어 보시구려.”

“시인들이 다 굶어 죽게요. 호호.”

“우리의 삶도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가는 거요. 역류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순리의 삶…….”

“그래야겠지요.”

“당신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영화 생각나요?”

“아, 그 젊은 미남 배우가 나오는 영화요?”

“만년 청춘 브레트 피트가 나오는 영화지. 그 영화의 촬영무대가 이 강은 아니지만 이 근처 몬태나 주의 로키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

“아, 그랬군요. 흐르는 강물에서 낚시 줄을 던지는 장면이 너무 멋있었어요. 난 그거 밖에 생각이 안나요.”

로버트 레트포트가 감독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이 지역에서 가까운 몬태나 주의 미줄라에서 촬영을 한 영화다. 스네이크 강의 물결은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빅 블랙풋 강의 분위기와 흡사했다.

브레드 피트의 강열한 미소만큼이나 찬란한 햇빛이 스네이크 강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햇빛이 흐르는 강물 위에 반짝반짝 거리며 부서지고 있었다. 강에는 드문드문 풀라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히 사랑을 할 수 는 있습니다.”

 

목사인 노먼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설교가 강물을 타고 흘러 내려오는 것 같았다. 과연 인간은 완전한 사랑을 할 수가 있을까? 25년간을 함께 살아온 이 한 여인을 나는 아직 완전히 알지도 못하고, 완전한 사랑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부란 두개의 강이 한데 합쳐지는 과정이 아닐까? 서로 낯 설은 강들의 줄기가 합쳐서 하나가 되는 과정. 따지고 보면 그 강의 원류와 최종 종착역은 같다고 생각이 든다. 허지만 강물이 어느 한곳에 멈추어 있을 수 없듯이 우리의 인생도 흐르는 강물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보트를 타고 흐르는 강물 위를 떠내려가는 아내의 표정은 마치 어린애와 같이 천진난만하게 보였다.

독수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독수리는 하늘을 날다가도 물고기가 보이면 마치 로켓처럼 급강하를 하여 물속에서 고기를 낚아채곤 하였다. 야생거위들이 물 위에서 헤엄을 치다가 물구나무서기를 하곤 했다. 그들도 먹이를 발견하면 물속으로 갑자기 잠수를 하여 먹이를 챙긴다는 것.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야생동물의 먹이사슬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야생동물들이 사람과 다른 건 배가 부르면 그냥 낮잠을 자거나 한가롭게 장난을 치며 논다는 것.

그들은 미래를 위해서 저축을 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인간은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의 필요한 것 이상으로 한없이 저축을 한다. 필요 이상의 인간의 욕망, 불행은 여기서부터 싹 트지 않을까?

“저희 들은 여름한철 벌어서 겨울까지 살아간답니다. 우리들의 삶은 마치 저 야생동물들과 같지요.”

존은 이 로키의 자연에서 사는 사람들, 특히 스네이크 강에서 안내를 하고 사는 사람들은 여름 한철 벌어서 겨울을 난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들의 삶이 야생동물들의 삶과 흡사하다는 것. 10년째 보트의 노를 저으며 살아가는 존은 그래도 이 자연의 삶이 너무 좋다고 했다.

“여보, 저기 숲 속에 사슴 좀 봐요!”

숲 속에서는 엘크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