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찰라의농사일지]더덕을 심고 간장 달이다

찰라777 2013. 4. 23. 05:04

4월 21일, 일요일 맑음

 

■친구마중 길에 만난 할머니

내 친구 응규가 농사일을 도와주려 서울에서 왔다. 오전 10시에 전곡으로 그를 마중 나가 신선초와 대파를 추가로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왕징면서 할머니 한분이 배낭을 메고 손을 들기에 태웠다. 할머니는 마전리까지 가신다고 했다. 내가 숭의전 약수터에 물을 뜨러 간다고 했더니 할머니네 집도 숭의전 근처라고 해서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할머니 집은 숭의전 건너 산중턱에 있었는데, 대지가 꽤 넓다. 약 2천 평 정도를 할머니 호나 농사를 지으며 사신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극구 들어와서 차를 한잔 마시자고 했다. 아들과 딸은 모두 서울에 살고 있어 아들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우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올해 82세라고 하시는데 아직 정정하시다. 할아버지는 일직 돌아가시고 홀로 되어 사신지가 오래 되었다 고하셨다. 할머니가 주신 커피를 한잔 마시는데 검은 고양이가 배가 고픈지 응석을 부렸다. 할머니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배낭을 끌러 빈병을 여러 개 내어 놓았다. 서울 가실 때 반찬을 만들어 넣은 병인데, 빈병 속에는 헌 비닐봉지가 꼬낏 꼬낏 들어 있다.

 

한 달에 15만원씩을 아들과 딸이 보조를 해주어 생활비를 하는데, 요즈음은 그나마 받지 못하신다고 하신다. 불황으로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용돈이 끊겼다는 것이다. 그래도 주님이 마음속에 계시어 걱정이 없다고 했다. 전망이 좋은 할머니 집 정원에는 상사화, 붓꽃, 원추리 등 꽃나무가 많았다. 나는 할머니에게 원추리와 상사화 몇 뿌리를 얻어서 자동차에 실었다.

 

홀로 사는 것은 역시 고독하다. 할머니는 1000평 정도의 고추밭을 1년에 25만원을 받고 남에게 내주었다고 하시는데, 올 가을에 그 분이 짓지않으면 우리보다 그 밭을 임대해서 지으라고 하셨다. 아마 처음 만나는 우리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할머니는 우리 연락처를 하나 남겨 달라고 해서 응규와 내 전화 번호를 적어드리고, 할머니를 교회까지 모셔다 드렸다. ,

 

 

 

 

 

 

 

 

 

 

 

 

■더덕을 심다

할머니 집에서 가져온 원추리는 대문 옆 장독대에 심고 과곷과 봉숭아, 패랭이 씨를 장독대 안 빈 터에 뿌려 두었다. 목련을 텃밭 좌측으로 옮겨심고 그 자리에 상상화를 심었다. 목련과 벚나무 묘목이 너무 가까워 나무가 크면 서로 엉길 것 같아 띠어 심은 것이다.

내 친구 응규는 참으로 부지런 하다. 오자 말자 삽을 들고 더덕을 심을 밭을 일구었다. 함께 밭을 일구어 더덕을 심었다. 일부는 창고 뒤에 나머지는 보리똥 나무 옆 빈터를 일구어 50여 뿌리 정도의 더덕을 심었다. 작은 더덕이지만 향기가 그윽하다. 지난 18일 연이 할머니랑 전곡에서 상추 모종을 살 때에 사온 것인데, 신문지에 싸서 물을 부어 두었더니 더덕 싹이 돋아나 있다. 더덕을 깊이 묻어야 한다고 한다. 40~50cm 깊이 구덩이를 파고 더덕을 묻는 마음이 어쩐지 향기롭다.

 

 

 

 

 

■간장을 달이다

더덕을 심고 나서는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였다. 된장을 건져서 간장이 빠지도록 광주리에 얹어 놓고, 간장은 솥에 넣어 끓이기로 했다. 지난번에 만들어 놓은 솥단지에 간장을 넣고 장작불을 지펴 간장을 달였다. 채로 거른 간장 달이는 냄새가 구수하게 퍼져 나왔다. 간장이 펄펄 끓자 위에 흰 거품이 둥둥 떴다. 채로 거품을 거둬내고 어느 정도 끓여지자 불을 끄고 다시 한 번 채로 걸러서 간장 항아리에 담아 놓았다. 처음에는 황토색이던 간장이 점점 붉어졌다. 된장은 버무려서 속이 검은 부분을 추려내고 간장을 섞어 비벼서 된장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었다. 검은 부분은 좀 덜 뜬 부분으로 좋지 않은 곰팡이다. 하얀 곰팡이는 몸에 이로운 곰팡이인데 검은 곰팡이는 독성이 좀 있다는 것이다. 항아리에 담은 된장은 위에 소금으로 덮어두었다. 5개월 정도 숙성을 시킨 다음에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간장과 된장을 양지바른 곳에 나란히 놓아두었다.  간장과 된장을 담는 일은 아주 큰일이다.

 

 

 

 

 

 

 

 

 

 

 

 

 

 

 

■작은 솥단지를 추가로 만들다.

 

응규가 온 김에 큰 솥단지 옆에 작은 솥단지 걸이를 추가로 만들었다. 연이네 밭에서 황토진흙을 한 다라 파와서 짚을 잘라 짓이겨 큰 솥단지에 붙여 만들었다. 굴뚝은 큰 솥단지 옆에 구멍을 뚫어 한곳으로 연기가 나가도록 응규가 아이디어를 냈다. 친구는 참으로 멋진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 솥단지 두개를 나란히 만들어 놓으니 부자가 부럽지 않다. 진흙이 마르면 내일 시멘트를 추가로 바르기로 했다. 간장을 달이고, 된장을 담아놓은 다음, 작은 솥단지를 걸고 나니 노을이 진다. 오늘은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2013.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