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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라의농사일지]기도하는 마음으로 볍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

찰라777 2013. 4. 23. 07:59

바쁜 농사철, 농촌은 일손이 부족하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4월 22일 아침 일찍 연이 할머니가 올라 오셨다. 볍씨가 싹이 나서 오늘 육모모판에 볍씨를 뿌리기로 했다며, 일손이 부족하니 좀 도와 달라고 하셨다. 곡우가 지나니 농촌은 참으로 바빠지고 일손이 부족하다. 마침 내 친구 응규는 벼농사를 지어 본 경험이 있기 도하고 해서, 친구와 나는 연이 할머니네 비닐하우스로 갔다.

 

곡우에 봄비가 내리니 농촌은 바쁘기만 하다. 일손이 턱 없이 모자라 농부들은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그런 차제에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풍부한 친구가 집에 와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볍씨를 파종하고 있는 모습.

마치 밀레의 <만종>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볍씨를 뿌리는 작업은 농부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못자리 농사가 반농사"라고 할 만큼 튼튼한 모를 길러내는 일은 농부들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우선 좋은 볍씨를 고르고 담가 싹을 잘 틔어야 한다. 작년에 귀농교육을 받을 때에 이론은 배웠지만, 볍씨를 파종하는 실무교육을 연이 할아버지한테 톡톡히 받을 기회가 온 것이다.

 

우선 튼튼한 볍씨를 골라 종자소독을 거친 후, 침종(볍씨 담그기)을 하여 수분을 흡수시켜 볍씨의 싹을 틔운다. 볍씨에 산소가 공급될 수 있도록 매일 물을 갈아주면서 3~4일간 수분을 흡수시키면 볍씨의 눈에서 어린 싹이 나온다. 연이 할아버지는 원래 23일 날 볍씨를 심기로 한 것인데, 담가놓은 볍씨가 생각보다 싹을 일직 틔어나 오늘 볍씨를 심기로 한 것이다.

 

 

▲ 담가 놓은 볍씨에 새싹이 움트고 있다.

 

 

이미 육모 상자에 비료 성분이 적절히 배합된 상토를 담아 놓아 비닐하우스 옆에 쌓아 두고 있었다. 먼저 비닐하우스에 육모상자를 놓을 모판 자리를 고르게 밀고, 비닐을 깔았다. 육모상자를 비닐하우스로 옮겨 놓고, 연이할아버지와 응규는 행여 밑에 깐 비닐이 손상이 될까봐 신발까지 벗고 육모상자를 옮겨 차곡차곡 줄일 맞추어 나가며 정성스럽게 놓았다.

 

 

▲ 육모상자를 놓을 자리를 고르고,  육모상자를 차곡차곡 옮기고, 육모판에 물을 충분히 뿌려 준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볍씨를 뿌리는 농부의 간절한 마음...

 

 

그 다음 물을 충분히 뿌리는 작업을 했다. 물을 뿌리는 작업은 내가 맡아서 했다. 스프레이로 물을 골고루 충분히 뿌려 주어야 발아가 잘 된다고 한다.

 

나는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세 차례나 물을 골고루 충분하게 뿌려 주었다. 내가 물을 뿌리면 연이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응규는 육모상자에 볍씨를 골고루 뿌려 나갔다. 볍씨가 한곳으로 몰리지 않도록 파종을 하고, 빈자리에는 다시 볍씨를 뿌려 보완을 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볍씨를 뿌리는 모습이 마치 밀레의 그림 <만종>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숙연해졌다.

 

 

 

▲ 육모판에 고르게 볍씨를 뿌려준다

 

 

볍씨의 품종은 <대한>과 <칠보>라고 했다. 종자가 섞이지 않도록 표시를 해 놓고 볍씨를 뿌리는 작업을 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 쪼인데다, 문을 닫아 놓은 비닐하우스는 마치 찜통처럼 더웠다. 땀으로 멱을 감으며 볍씨 뿌리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그 위에 상토를 뿌리는 작업을 했다.

 

볍씨 위에 상토를 덮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 너무 두꺼워도, 너무 얇아도 볍씨가 발아를 하는데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상토를 정성스럽게 덮어 준 다음 솜이불로 볍씨를 덮어주었다.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므로 따뜻하게 보온을 해주야 한다는 것이다.

 

 

▲ 파종을 한 볍씨 위를 상토를 골고루 덮어준다.

 

 

모든 일은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농부에게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볍씨를 담글 때는 여러 가지금기사항이 있다. 상가에 들렀거나, 부정한 일을 보았을 때는 집 앞에 불을 놓고 그 불을 쬐어 악귀를 태운 후, 몸을 정갈히 씻고 볍씨를 담가야 보정이 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은 부정한 채로 볍씨를 담그거나 파종을 하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보았다. 그만 큼 볍씨를 담그고 파종을 하는 일은 중요하다.

 

 

▲ 부직포로 육모판을 덮어주어 밤에 차지않게 보온을 한다

 

 

"곡우에 봄비도 내리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볍씨 파종을 했으니 금년에는 틀림없이 풍년이 들 겁니다."

"고마워요. 두 분이 아니었더라면 오늘 볍씨 파종을 다 끝내지 못했을 겁니다."

"덕분에 볍씨 파종하는 방법도 잘 배우고 밥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연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볍씨를 파종했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못자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러니 옆에서 볍씨 파종을 도와주는 친구와 나도 더불어 간절한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연이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 볍씨가 잘 자라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연이네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