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봄비 내리는 날 텃밭 풍경

찰라777 2013. 5. 10. 08:51

 

5월 들어 봄비다운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고, 땅에서 자라나는 작물들에게도 목을 적셔주고 있습니다. 공기가 한결 깨끗해진 느낌이 듭니다. 숨 쉬기가 훨씬 수월하군요.

봄비가 내리면 무엇보다도 산불을 예방 하고, 수자원을 확보하여 봄 가뭄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요. 아침 일직 봄비를 맞으며 텃밭을 돌아보았습니다.

 

 

 

먼저 테라스 화분에 키우고 있는 블루베리가 촉촉이 젖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고 귀여운 흰 블루베리 꽃들이 붕어처럼 입을 오므리고 있습니다. 파란 잎에 반작이는 빗방울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군요. 희고 작은 꽃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리고 있습니다. 아마 머지않아 탐스런 블루베리가 열릴 것 같습니다.

 

 

뒤뜰로 돌아가 보니 상추가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청상추, 적상추, 치커리상추, 케일, 비타민상추, 부케상추, 신선초, 파프리카, 피망, 겨자상추… 좁은 면적이지만 다양한 채소가 봄비를 맞고 더욱 생생하게 웃고 있네요. 어제 일부 잎을 뜯어냈는데 밤새 내린 비를 맞고 금세 또 자라난 것 같습니다. 상추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봅니다.

 

 

참취나물과 대파도 촉촉이 젖은 대지에서 쑥쑥 자라나고 있습니다. 참취나물은 이번 주에는 뜯어서 쌈을 싸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생 참취여서인지 매우 생명력이 강해 보입니다.

 

 

단 호박 잎사귀도 더욱 파랗게 보입니다. 아마 이번 비를 맞으면 줄기가 훌쩍 자라날 것 같습니다. 울타리 넘어 이장님이 심어놓은 보리밭이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을 띠고 있습니다. 노루와 고란이가 뜯어먹고, 꿩들과 까치, 새들이 봄철 내내 씨를 쪼아 먹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보리들이 아름다운 청보리 밭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매일 2층 다락방에서 고라니와 새들이 노이는 보리밭을 보아왔는데, 금굴산의 신록과 어우러져 오늘따라 한 폭의 풍경화처럼 너무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그동안 너무 가물어서 마늘 끝이 노래지고 있었는데, 봄비를 맞은 마늘이 춤을 추며 싱그러워져 가고 있습니다. 마늘 뿌리가 성장을 하는 데는 물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5월과 6월에는 물을 주어야 하는데 마침 비가 내려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사람이 주는 물과 하늘이 내려주는 비는 그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내려준 비를 맞으며 싱그럽게 자라나는 마늘을 바라보노라니 춤을 추고 쉽군요.

 

 

 

완두콩도 제법 많이 자라나 있군요. 이번 주에는 넝쿨이 편하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주를 세워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돌담에는 영산홍이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습니다. 돌담에 잡초를 제거해 주었더니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군요. 파란 보리밭과 잘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텃밭 코너에는 보리똥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저 하얀 꽃이 지고나면 빨간 보리똥이 탐스럽게 열릴 것입니다.

 

 

마늘밭 옆에는 고추와 오이 모종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심은 지 일주일 정도 됩니다. 모종 주변에는 풀을 덮어 두었습니다. 금년까지는 퇴비를 주었는데 내년부터는 퇴비도 주지 않고 그냥 자연 재배를 할 계획입니다. 저렇게 작은 오이묘목이 넝쿨을 뻗어내고 방망이처럼 큰 오이를 열릴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뛰는군요.

 

 

 

 

이제 산수유나무는 완전히 노란빛이 바라나고 연한 연두색 잎이 꽃처럼 돋아나고 있습니다. 그 연한 연두색 잎 사이사이로 빛 바란 산수유꽃 형태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잘 보이지를 않는군요.

 

 

감자잎을 좀 보세요. 비를 맞고 나니 엄청 푸르러지고 튼실해졌어요. 아마 저 밑에서는 감자가 영글기 시작하겠지요? 하이에 캐낼 감자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집니다. 앞으로 한 달 후면 감자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강낭콩도 잎이 넓어지고 가지가 벌어지고 있군요. 그런데 강낭콩 왼쪽에 심은 땅콩은 아직도 정중도! 싹이 나오지 않고 잠잠하기만 합니다. 언제쯤 모습을 보여줄지 조금 답답하네요. 오른쪽에는 야콘과 토마토, 그리고 당근입니다. 모두가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군요. 당근도 이번 주에는 솎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잎이 3~4장으로 뻗어나면 설 잎이 닿지 을 정도로 속아내어 주어야 당근뿌리가 실하게 여물겠지요. 7~8장으로 돋아나면 한 번 솎아내야 합니다.

 

 

 

 

오른쪽에는 수박과 참외를 심었는데요, 수박 잎이 어쩐지 힘이 없어 보입니다. 만약 잘 크지 않으면 다시 모종을 사다가 심을 계획입니다. " 박아 힘내라!" 나는 수박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봅니다.

 

 

  

 

잔디들도 봄비를 맞아 더욱 힘을 받고 있습니다. 장독대와 잔디밭이 살아있는 물체처럼 다가옵니다. 이웃집의 풍경도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고 생생하게 보이는군요. 유유히 흘러가는 임진강도 생명이 고동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봄비를 촉촉이 맞은 금가락지 풍경이 보기에 좋습니다. 온 집안에 생기가 돌고 살아있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의 손길을 받은 거실의 화초들도 오늘 아침엔 더욱 싱싱하게 보이는군요. 집이란 이렇게 안과 밖이 서로 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살아있는 생물과 죽어있는 무생물도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 행동에 따라 풍경과 모습이 달라집니다.

 

 

 

 

5월 1일부터 <해당물자연재배농장>에서 <해, 땅, 물>로만 농사를 짓는 자연농사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실습은 9월까지 계속 할 생각입니다. 내년부터는 모든 작물에 퇴비도 주지 않고 자연재배를 할 계획입니다. 밭을 갈지 않고, 비료와 퇴비를 주지 않으며. 농약도 치지 않고 풀도 뽑지 않는 농사를 지어볼 생각입니다.

단비를 내려준 하늘에 감사기도를 올려봅니다. 봄비를 맞은 땅, 그리고 그 위에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는 채소들에게도 뜨거운 갈채와 감사를 드립니다.

 

 

* 이 사진은 30년이 넘은 28mm 단렌즈를 사용하여 수동식으로 찍은 풍경입니다.

 

(2013.5.10 봄비 내리는 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