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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16]전설 속의소년 이름을 딴 왕두포드랑 사원

찰라777 2014. 1. 26. 16:00

 전설속의 소년을 만나다

 

 

늦은 오후, 우리는 푸나카 사원을 출발하여 난공불락의 요새 왕두 포트랑 Wangdue Phodrang Dzong 사원에 도착했다. 푸나카의 관문인 왕두포두랑 스위스사원(스위스 정부가 원조하여 건립된 다리)를 지나니 강가의 높은 언덕에 부탄에서 가장 이니상적인 왕두포두랑 사원에 도착했다.

 

 

사원 입구에 도착하니 세 명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세 아이 다 어찌나 잘 생겼던지 부처를 만난 듯 반가웠다.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얼굴을 바라보면 괜히 내 마음이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저 이이들처럼 죽을 때까지 티 없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한 소년이 이곳 강가에서 모래사원을 쌓고 있었다. 마침 그 때 왕이 지나가다가 소년이 쌓은 모래사원이 하도 아름다워 이곳에 사원을 지으라고 명했다. 그리고사원의 이름을 그 소년의 이름인 <왕두>를 따서 왕두포두랑이라고 지었다.  

 

나는 지금 만난 소년이 마치 전설속에 나온  소년들처럼 보였다. 아이들에게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기꺼이 포즈를 취해 주었다. 부탄의 아이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단정하게 서서 아주 겸손한 태도로 포즈를 취해 준다. 세 아이 중에서 가장 어린 아이는 마치 왕자처럼 잘 생겼다. 목도리가 달린 파란 셔츠를 입고 보라색 모자를 쓴 아이의 표정은 면경처럼 맑다. 나는 그의 맑은 눈에 빨려 들어가듯 홀린 기분이 들었다. 아마 전생부터 오랜 수행을 쌓아온 아이들이리라.

 

 

못을 사용하지않는 부탄 건축법

 

왕두 포드랑Wangduephodrang Dzong 사원은 한창 복원 공사 중에 있었다. 인도의 지원을 받아 2009년 5월부터 사원을 재건축 중에 있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건축에 쓸 목재들이 사원 뜰에 널려 있었다.

 

목재를 자세히 살펴보니 요철의 형태로 홈이 정교하게 파져 있었다. 부탄 전통 무늬도 아주 정교하게 조각이 되어 있었다. 부탄사람들은 건축을 할 때 일체의 못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런데 요철의 형태를 어떻게 정확하게 맞추어 건축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더구나 어떤 설계도도 없이 그냥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집을 짓는다고 한다.

 

 

 

 

 

 

 

 

그런데 복원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갈 무렵인 지난 2012년 8월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하여 그만 전소가 되어버렸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다. 화재현장을 현 부탄 국왕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이 직접 방문을 하기도 했다. 왕은 부탄의 버팀목인 사원을 잃고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게 반드시 다시 재건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문화재는 도둑보다 무서운 것이 화재다.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도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전소를 했지 않는가. 

 

 

한국을 부러워하는 호텔 지배인

 

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푸나상추 강을 따라 숙소로 갔다. 우리 숙소는 파로의 시가지가 바라보이는 건너편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새로 지은 호텔이라 내부는 매우 깨끗했다. 이곳 역시 짐을 받아 옮기는 사람들이 모두 여성이다. 부탄의 여성들은 정말 억척스럽고 힘도 세다. 그 무거운 여행가방을 등에 지고 두개 씩이나 양팔에 들고 옮겼다.

끙~ 남자인 내가 좀 부끄러울 정도이다.  

 

 

 

호텔은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밤이 어두워지자 강 건너 산에 달이 뜨며 강물에 고고하게 비추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 부탄 맥주 'Druk'를 한 잔씩 마셨다. 물이 좋아서인지 부탄 맥주 맛이 생각보다 부드럽고 좋았다.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호텔의 여지배인이 테라스로 나왔다. 그녀는 매우 쾌활한 여성이었다. 한국은 물론 케이팝을 특별히 좋아 한다는 그녀는 한국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딸과 호텔 여자 종업원 한 사람은 한국에 다녀온 후 한국에 반해 미용기술을 배우기 위해 1년 간 서울에 머물며 미용기술을 배우기도 했다고 했다.

 

"한국의 어떤 좀이 좋지요?"

"한국 사람들은 노래도 잘부르고 연기도 잘해요. 모두 잘생기고요."

"하하, 난 부탄 사람들이 더 잘생기고 멋져 보이는 데요?"

"케이팝 가수들은 인형처럼 잘 생겼어요. 헤어스타일도 멋있고요.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역동적이에요. 한국제품도 품질이 좋구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참 사람은 남이 앉아 있는 잔디가 좋아 보이는 법임 모양이다. 호텔 지배인은 한국인을 부러워하고, 우리는 부탄을 부러워하니 말이다.

우리는 달빛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맛이 그만이었다.

 

달빛에 기우는 맥주잔

강물로 흘러가네

부탄사람은 한국을 부러워하고

한국사람들은 부탄을 부러워 한다네.

세상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부탄 푸나카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