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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여행18] 해발 3000미터 호랑이 둥지에서 발견한 행운의 네잎 크로버

찰라777 2014. 1. 28. 07:14

호랑이의 둥지 탁상사원 

 

하늘엔 오색 타르쵸 무지개처럼 휘날리고

절벽엔 폭포수 감로수처럼 흘러내리네

호랑이 둥지 오르는 선남자 선여인이여

아아, 여기가 극락인가 천상인가?

 

▲ 부탄사람들이 가장 신성시하며 꼭 한 번 오르고 싶어 하는 탁상사원

 

호랑이 둥지 탁상사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자 행운이었다!

이렇게 맑고 온화하며 아름다운 날씨에 갖가지 꽃들의 향연과 새들의 축복을 받으며 유토피아처럼 아름다운 곳에 오르다니... 축복을 받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날씨, 동반자, 계절 등 3박자가 이렇게 꼭 맞을 수가 없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탁상사원에 오를 수 있는 날은 1년 중 손을 꼽을 정도로 드물어요. 그러니 미스터 초이는 아주 축복을 받은 사람임에 틀림없어요."

"아하, 쉐리 고마워요. 쉐리 덕분에 아주 놀라운 풍경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나에겐 정말 큰 행운입니다."

 

쉐리의 말에 의하면 부탄 사람들도 이렇게 좋은 날에 탁상 사원을 오르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딱 한 번 만에 이처럼 좋을 계절, 좋은 날에 탁상사원을 오르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탁상사원은 네 가지 주요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 째 문을 들어서니 동굴처럼 생긴 내부는 미로처럼 얽혀 있다.

 

"여기가 구루 린포체 파드마삼바바가 명상을 했던 자리입니다."

"오, 그래요! 역사적인 장소인군요."

 

첫 번째 동굴은 파드마삼바바가 암호랑이를 타고 날아와 내렸다 곳이다. 그 동굴을 지나니 파드마삼바바가 명상을 했다는 장소가 나왔다. 1200년 전 그는 암호랑이를 타고 와 이곳에서 깊은 명상에 들었다고 한다. 정말 명상을 하기에 좋은 장소다. 그 후 밀라레빠를 비롯하여 수많은 선지식들이 이곳에 와서 명상을 하였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설악산 봉정암에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후 수많은 선지식과 불교신자들이 기도 명소가 된 이치와 같은 맥락이다. 시대적인 배경도 거의 같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타르쵸로 연결된 사원

 

나는 잠시 파드마 삼바바가 명상에 들었던 장소에 앉아 눈을 감았다. 나는 갑자기 120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전율에 젖었다. 연화생보살인 구루 린포체 파드마삼바바, 그리고 히말라야의 위대한 요기 밀라레빠가 선정에 들었던 장소가 아닌가! 명당이란 그런 곳이다. 수많은 선지식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

 

생각 같아서는 며칠 참선을 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은 나에게 더 이상 앉아있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일어서야 한다. 모든 건축물은 암벽에 만든 계단과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명상 터를 지나 어둡고 좁은 통로를 따라가니 열두 보살을 그린 탱화와 파드마삼바바를 형상화 한 불상이 나왔다. 가이드 쉐리가 파드마삼바바의 불상 앞에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나도 그를 따라 정성껏 절을 올렸다.

 

"쉐리 당신의 소원은 무엇이지요?"

"아 네, 저는 몇 겁생을 지나더라도 환생을 거듭하는 훌륭한 툴구(환생자)로 태어나 저 위대한 구른 린포체처럼 되고 싶습니다."

""오, 쉐리, 당신은 그 꿈을 꼭 이룰 것입니다.

 

쉐리는 파드마삼바바 불상앞에서 정말 진지한 모습으로 기도를 올렸다. 그의 얼굴은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본당 주변에는 몇 개의 부속 건물이 연결되어 있었다. '포부 라캉' 사원 내에는 파드마삼바바가 당시 악마를 무찔렀다는 세 날로 된 금강저가 보존되어 있다. 본 당 위에 있는 건물은 '우겐 체모 라캉'사원이고, 그 위로는 파드마삼바바가 천상에 살고 있다는 도리천을 의미하는 '장포 펠리'사원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파로벨리는 여러 가지 동물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계곡 전체가 마치 거대한 하나의 수도원처럼 보였다. 그곳을 찾는 모든 부탄인들은 스님의 가사장삼 같은 고나 키라를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수도사들처럼 보였다.

 

사원을 나와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데 용모가 수려한 부탄 가이드가 부탄 전통복장인 고를 입고 여행자의 팔을 두 손으로 붙들어 부축을 하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다. 진지함과 정성이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온 정성을 방문객을 모시는 겸손한 태도다. 

 

어떤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사원을 참배하고 지친모습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아들의 팔을 잡고 있는 아버지의 표정이 사뭇 비장한 표정이었다.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소년은 지쳐 보이기는 하지만 티 없이 맑아 보였다.

 

바람에 펄럭이는 오색 기도 깃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폭포수, 수직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사원, 그리고 수도사들처럼 말없이 묵묵히 길을 걷고 있는 부탄 사람들… 이곳이 바로 극락이요 천국이 아니겠는가?

 

▲ 아버지의 부축을 받으며 탁상사원을 오르는 소년의 모습이 티 없이 맑아 보인다.

 

그 느낌을 말과 글로는 이루 표현을 할 수가 없다. 가서 직접 느껴보아야만 조금이라도 그들의 마음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부탄사람들은 사원 내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고 직접 와보라고 하는 모양이다.

 

부탄에서는 국왕과 왕비도 공식행사에서는 부탄 전통 복장을 하고 가사를 어깨에 두른다. 국왕은 몸소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고자 왕궁을 버리고 작은 통나무집에서 살며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와 농구를 즐기기도 한다.

 

▲ 파로밸리에 만발하게 핀 꽃

 

나라와 국민은 애써 돈을 벌어 부자가 되려고 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자연보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들은 자기를 내세우려고 하지 않고, 자기를 소멸시키기 위해 많은 기도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탁상사원을 돌아보고 전망대 근처에 있는 카페로 다시 내려왔다. 카페 앞마당 탁자에서 우리는 그 불가사의하게 생긴 탁상사원을 바라보며 툭빠로 점심을 먹었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탁사사원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인생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명예, 권력, 가족, 일…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중요도를 정한다. 경험에 따라 사람의 가치관도 변화한다.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건강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는 돈이나 명예보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삶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겨 출세를 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만이 인생의 승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의 수행과 자기 성찰, 그리고 소중한 경험들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이 300~400년에 걸쳐서 이룩했던 부를 불과 30~40년 만에 이루어 냈다. 그동안 사람들은 모두 물질의 풍요를 추구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돌파했고, 머지않아 3만 달러를 넘어 설 것이라고 한다.

 

▲ 오색 기도 깃발이 펄럭이는 탁상사원

 

이렇게 초고속 성장을 하여 물질의 풍요를 축적했으면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흐르고 행복이 넘쳐흘러야 할 텐데, 오히려 그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행복하다'는 말 대신, 불평과 푸념이 더 많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며 한숨만 몰아쉬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마음이 점점 더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정치권은 서로를 비방하며 한 치의 양보를 하지 않고, 집단이기주의는 점점 더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왜 그럴까?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국민의 97퍼센트가 행복하다는 나라 부탄, 그들이 행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부탄을 여행하는 내내 그 화두가 떠나지를 않으며 마음속을 맴돌았다.

 

히말라야에 산정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가 채 안 되는 나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총생산(GN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란 커다란 느낌표를 전 세계에 선사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보다 관계의 행복을 더 중요시 하는 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존재해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하고, 푸른 하늘과 천혜의 자연, 깨끗한 공기에 감사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늘 감사기도를 드리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족과 가축의 존재에 감사를 드린다.

 

그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상에 자심의 몸과 마음을 맡기고 행복해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행복의 근원은 그런 곳에 있지 않겠는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고 느끼는 것. 그리고 그 순간들을 만족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우리는 탁상사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대문에서 사업을 하는 청정남님은 이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엄청 바쁘게 세상을 살와왔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내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냈다.

 

처음에 그가 이번 여행을 나와 함께 떠나겠다고 말을 했을 때 나는 긴가만가 하며 도저히 믿어지지않았다. 그런데 그는 선듯 마음을 내서 함께 합류를 했다. 그것도 힘든 배낭여행을... 그는 여행 내내 즐거운 모양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이것 저것이 걸려서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이렇게 배낭을 걸머지고 여행을 다니다 도대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요. 집도 사업도."

"하하, 그래서 여행이 좋은 겁니다. 마음을 비우게 해서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여행이기도 하지요. 아마 돌아가시면 더 좋은 일들로 채워 질겁니다."

 

나와 무한도전님, 그리고 바다님은 말을 타고 올라왔는데도 헉헉 대는데, 그는 그 가파르고 험한 길을 걸어서 올라왔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않는다. 저 금빛 찬란한 탁상사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이 그를 환희의 세계로 몰아넣었을까? 그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나역시 마음이 심플해지고 행복해진다.

 

 

쉐리의 부축을 받으며 올라온 바다님도 탁상사원에 올라선 순간 피로를 잊은 듯 소녀처럼 생생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칠십을 넘은 나이인데도 그녀는 마치 열아홉 소녀처럼 싱그럽게만 보였다. 이처럼 놀라운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신선하게 만들어준다.

 

다만, 무릅이 좋지않은데다가 발목이 삐어서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한 아내가 너무 아쉽게만 생각된다. 다음에 다시한 번 오라는 신호일까? 그래도 베이스 캠프에 두고온 아내가 미안하기도 하고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미스터 초이, 다음에 사모님이랑 다시 한 번 오세요. 아마 구루 린포체께서 다시 한번 오라는 인연을 맺어주는 것 같아요. 꼭 다시 한 번 오세요."

"하하, 정말 그래야 할 것 같소. 다시 오게되면 반드시 쉐리에게 연락을 드리지요."

 

내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고 쉐리가 눈치를 챘는지 아내랑 꼭 다시 한 번 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탄은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형적으로도 그렇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 .... 

 

 

탁상사원에서 내려온 우리는 탁상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탁상 카페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일 것 같다. 절벽에 세워진 카페는 계곡 건너에 바로 탁상사원 절경이 보였다.

 

야외 탁자에 앉아 탁상사원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 기분이 그만이다. 누들과 툭빠를 먹고 나서 차를 한잔 마시다가 나는 우연히 발밑에서 행운의 네 잎 크로버를 발견하였다.

 

 

▲ 해발 3000미터에서 발견한 행운의 네 잎 크로버

 

"오, 행운의 네 잎 크로버!"

 

해발 3000미터 고산지대에서 행운의 네잎 크로버를 발견하다니...

이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다.

 

오, 신이시여!

감사를 드립니다.

머나먼 여정을 무사히 마치게 해 주시고

이렇게 행운의 네잎 크로버까지 내려주시다니...

 

 

이건 정말 너무나 큰 행운이다.

나는 부탄의 모든 신들께 감사를 드렸다. 자연과 사원, 부탄 사람들 그리고 함께한 일행들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히말라야의 위대한 스승 구루 린포체 파드마삼바바님께 깊이 감사를 드렸다.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으며, 두팔과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나는 부탄 사람들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며 행복하게 살아가겠노라고 굳게 서원을 했다. 더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두 발로 걷고, 두 팔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으며, 숨쉬고, 먹고, 배설하고... 이대로의 삶이 가장 최상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나는 3천 미터 산정에서 발견한 네 잎 크로버를 들고, 그 행운의 네잎 크로버 사이로 절벽에 걸려 있는 탁상사원을 바라보았다. 아아, 네 잎 크로버에 비친 탁상사원은 이 지상에서 마지막 남은 아름다운 샹그리라였다!

 

 

 

(부탄 파로밸리 탁상사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