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잡초가 준 선물, 마늘과 양파

찰라777 2014. 6. 19. 09:15

바랭이풀 속에서 마늘과 양파를 캐다

-잡초가 준 선물, 마늘과 양파

 

 

 

▲ 바랭이 풀 속에 묻힌 마늘

 

모래땅에 심은 마늘이 잎이 다 시들어 있다. 수확의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양파도 잎이 모두 시들어가며 누워있다. 그래서 비록 작은 양이지만 오늘은 마늘과 양파를 수확하기로 했다. 먼저 마늘을 캐기 시작했다.

 

마늘밭은 완전히 바랭이 풀로 덮여있다. 바랭이는 벼과 식물로 한해살이 풀이다. 밭, 밭두렁, 길섶 아무데서나 흔히 자라는 풀이다. 그런데 마늘밭에 자라는 바랭이는 왕바랭이 종류라 줄기가 매우 질기고 뿌리 또한 엄청나게 깊고 촘촘히 퍼져나가 있다.  

 

▲ 바랭이 풀 속에 묻혀 마늘 잎이 시들시들하다 

 

왕바랭이 틈새에서 마늘이 다 시들어 불쌍하게 보인다. 저 잡초 속에 과연 마늘이 온전히 달려있을까? 나는 그런 의구심을 가지며 먼저 낫으로 바랭이 풀을 베어내고 호미로 시들어진 마늘 잎 밑을 파기 시작했다.

 

땅은 의외로 촉촉했다. 아마 잡초인 바랭이가 하늘을 덮어 햇빛을 차단하고 매일 이슬을 머금어 습기를 보존한 덕분이리라. 어떻게 보면 바랭이는 건조한 모래땅에서 습기를 보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효자다.

 

 

▲ 바랭이 잡초 속에서 캐낸 마늘.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데도 땅이 의외로 촉촉하다.

 

마늘은 의외로 깊이 박혀 있다. 모래땅을 파고 들어가니 약 10~20cm 깊이에 잡초의 뿌리에 휩싸여 마늘이 생존을 하고 있지 않은가? 놀랍다! 마늘의 밑은 굵지는 않지만 의외로 단단하고 냄새가 강하다. 모래땅에 시험 삼아 마늘을 처음 심어본 것인데, 겉보기와는 달리 하나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

 

 

놀라운 것은 잡초들의 뿌리 속에서 생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왕바랭이의 뿌리가 가뭄 속애서 마늘을 보존해 준 것이 아닐까? 물을 좋아하는 마늘은 습기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지하수가 없는 관계로 모래땅에 물을 많이 줄 수도 없어 거의 물을 주지 않았다.

 

 

▲ 마늘이 바랭이 풀뿌리 사이에서

공생하며 자라나고 있다.

 

내 생각이 옳다면 마늘은 이 왕바랭이 덕분에 습기를 유지하고 살아남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자연농사 짓기 실습을 한 뒤로는 잡초를 뽑아내지 않고 가끔 베어주기만 하고 있다. 잡초는 습기를 보존하고 땅 속 깊은 곳에서 영양분을 흡수하여 목초식물에게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왕바랭이 뿌리 하나를 캐보니 엄청나게 많은 뿌리가 밤송이처럼 빽빽하게 달려있다. 잡초는 이렇게 뿌리가 튼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척박한 모래땅에서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저 뿌리들이 모래땅을 초지로 개간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엄청나게 많이 달린 왕바랭이 뿌리. 이 뿌리가 건조한 땅을 유지시켜주며 마늘을 자라나게 해주었을까?

 

'초지를 재건하는 데 있어서 잡초와 목초식물의 관계는 작은 키 목초식물이 자라는 지역은 말할 필요도 없고, 초원이나 목초지를 형성하는 모든 유형의 건조지역 목초식물에도 유효하다. 나는 아프리카 사막에서도 이러한 법칙이 작용하는 것을 보았다(조지프 코캐너, Weeds에서).  

 

조지프 코캐너에 의하면 잡초는 땅을 살리는 마법사이며, 초지개량의 선구자라고 한다. 지금 나는 이 척박한 모래땅에서 습기를 유지시켜주며 마늘을 여물게 하고 있는 왕바랭이의 역할을 보고 그의 주장을 더 믿기로 하였다. 왕바랭이는 모래 밖에 없는 땅을 살려주고, 텃밭으로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개량을 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 작은 이랑에서 캐낸 똘똘한 마늘

 

나는 이 고마운 왕바랭이의 뿌리를 뽑지 않고 베어주기만 하면서 마늘을 한광주리나 캐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서리태 콩을 파종했다. 물론 바랭이는 다시 돋아날 것이다. 그러나 콩이 싹을 틔우고 자라기 시작하면 서로 조력자가 되어서 함께 공생을 할 것이다. 다만 콩이 성장 할 때까지 바랭이 풀이 콩의 키를 넘지 않도록 베어내기만 할 예정이다.

 

 

▲ 바랭이 풀 속에 묻힌 양파

 

마늘을 다 캐고 나서 나는 역시 바랭이가 우거진 잡초 속에서 양파를 캐냈다. 양파는 뿌리가 그리 깊지 않고 땅 표면에 거의 나와 있다. 작은 이랑에서 나는 알이 제법 굵은 양파를 캐냈다. 다 캐내고 나니 양파는 양동이를 하나 가득 채웠다. 이 양파 밭에는 7월경에 당근을 심을 예정이다.

 

 

 

 

▲ 잡초 속에서 캐낸 양파수확

 

잡초 속에서 마늘과 양파를 수확을 하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다. 마늘과 양파는 씨알이 그리 굵지는 않지만 단단하고 똘똘하다. 즉 건강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농약이나 화학비료도 주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척박한 토양과 잡초 속에서 자라난 것들이다.

 

흔히 잡초를 일컬어 '제자리를 벗어나 자라는 왼갖 식물'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인간의 이해관계로 보아 부정적인 가치를 지니는 식물로 정의 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 잡초 속에서 캐낸 마늘과 양파를 보더라도 누가 어떻게 식물이 자라는 때와 장소의 옳고 그름을 결정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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