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토마토 적심의 고민

찰라777 2014. 6. 19. 10:39

모든 일은 때를 놓치면 어려워진다

 

 

금년 텃밭 농사 중에 가장 잘 된 작물은 토마토다. 토마토 20그루를 심었는데 아주 튼튼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토마토는 토질에도 상당히 여향이 있는 모양이다. 작년까지는 앞 뜰 마당 앞에 모래땅에 토마토를 심었는데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 두 개의 가지가 올라온 토마토를 고민 끝에 한 쪽 가지의 정상 부위 순을 적심(줄기 싹을 자르는 것)을 했다.

 

그래서 금년에는 자리를 옮겨서 옆 뜰 자갈밭을 개간하여 띄엄띄엄 20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곁가지를 가차 없이 잘라주었다. 지주대도 튼튼히 세워주고 화방의 매듭이 올라올 때마다 지주 대에 토마토 줄기를 묶어주어 흔들리지 않게 고정 시켜 두었다. 벌써 5화방까지 열매가 잔뜩 열려 끈으로 묶어주고 있다.

 

작년에 자연농사 실습을 하면서 철저하게 한 줄기만 남겨 놓는 홍려석 선생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을 한 것이다. 그랬더니 화방마다 토마토가 4~5개 정도 아주 튼실하게 영글어 가고 있다.

 

▲ 한 줄기로 키운 토마토는 알이 굵고 건강하다.

 

현재 상태는 제7화방까지 토마토 꽃이 피어나고 있다. 토마토 재배 교본에는 제4화방까지 올라오면 그 위 정상 부위 순을 잘라주라고 되어 있는데 상품으로 내 놓을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그대로 두고 있다.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20그루 중에서 딱 한그루를 곁가지를 잘라내지 못하고 줄기가 두 개로 올라 온 것이 있다. 이미 두 가지다 다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 어느 한 가지도 적심을 하기에는 아까워서 그대로 두었더니 다소 문제가 생겼다. 비록 하찮은 일 같지만 모든 일에 때를 놓치면 반드시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토마토는 보여주고 있다.

 

▲ 곁가지 자르기를 놓친 토마토는 두 가지에 영양분이 나누어지기 때문에 알이 작고 비실비실하다.

 

한 줄기만 남겨 놓은 토마토보다 알이 굵어지지 못하고 좀 비실비실하게 자라나고 있다. 어떻게 할까? 나는 고민 끝에 일단 좌측에 있는 가지의 정상 순을 잘라주기로 했다. 정상 부위를 적심(摘心)을 하면 영양분이 열매 쪽으로 모여지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할 수 없구나. 대를 위해서 네가 희생을 해 주어야겠다."

 

 

나는 가위질을 하며 토마토 가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단호하게 정상부위 순을 적심을 했다. 다만 토마토가 이미 열려 있는 화방까지는 너무 아까워 남겨두었는데, 결국 양쪽 가지가 양분을 나누어 먹게 되어 다른 토마토보다는 튼실하지 못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장마철이 되면 토마토가 물을 많이 먹어 갈라지고 만다. 홍 선생님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토마토 위에 비닐을 높게 씌워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가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갈라진 토마토는 없다.

 

▲ 한 줄기로 튼튼하게 자라나 주는 토마토. 장마철에 비닐을 씌워주어야 할지 고민이다.

 

비닐을 씌우자면 높게 지주대를 세우고 그 위에 튼튼한 비닐을 쳐야 하는데 토마토 20그루를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할지... 송이송이 익어가고 있는 토마토 위해 비닐을 씌워주어야 할지 그냥 그대로 두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

 

어떠한 농약이나 화학비료도 주지 않았는데 이토록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는 토마토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 고마움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장마에 대비하여 멀칭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일에는 모름지기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인데 이러다가 때를 놓치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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