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1000 줄기의 고구마 중 딱 한 송이 피어난 고구마 꽃

찰라777 2014. 7. 5. 18:14

행운의 상징 고구마 꽃이 활짝 피었어요!

 

 

▲ 아침 8시 11분 활짝 피어난 고구마 꽃. 1000 줄기 중에 딱 한 송이가 피어났다.

 

이른 아침 5시 30분. 오늘 아침은 고구마 밭을 먼저 가고 싶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텃밭을 먼저 찾는데, 날마다 가고 싶은 밭이 달라진다. 어떤 날은 토마토 밭, 어떤 날은 고추 밭, 당근 밭 등 그 날에 따라 무언가 나를 당기는 작물들이 있다.

 

 

▲ 잡초가 무성한 고구마 밭.

 

오늘 아침 고구마 밭을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것은 왜일까? 아마 고랑에 잡초가 무성하여 잡초를 베어주라는 텔레파시가 통 한 것 같다. 고구마의 자연령이 나를 그곳으로 인도하고 있는 것일까? 낫을 들고 고랑에 무성한 잡초를 베어나가는데 동트는 여명에 무언가 연분홍 꽃이 희끄무레하게 눈에 띠었다.

 

 

▲ 7월 5일 아침 5시 48분 현재 고구마 꽃이 맺혀있다.

 

 

"메꽃인가?"

 

다소 떨어진 고랑에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이 메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고랑의 풀을 베며 가까이 가보니 놀랍게도 100년 만에 한 번 피어난다는 고구마 꽃이 아닌가!

 

춘원 이광수의 회고록에는 고구마 꽃을 '백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귀하게 피어났다는 고구마 꽃은 1945년 해방 당시, 1953년 휴전, 1970년 남북공동성명발표 직전에 고구마 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연합뉴스 2012.7.16자 보도).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보기 힘든 고구마 꽃을 오래전부터 길조(吉兆)로 여겨 왔다.

 

 

 

 

▲ 아침 6시 51분 현재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 고구마 꽃

 

 

그러나 최근에는 이상기후 때문이지 이곳저곳에서 고구마 꽃이 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곳 연천군 미산면에 소재한 우리 집 텃밭에도 2년 전(2012년)에 고구마 꽃이 한 번 피어났고, 금년 들어 두 번째로 피어나고 있다.

 

 

▲ 오후 1시 28분. 입을 다물기 시작한 고구마 꽃

 

▲ 오후 5시 34분. 완전히 입을 다문 고구마 꽃. 밤이 되면 시들어 떨어지고 만다. 고구마 꽃의 일생은 매우 짧다.

 

 

허지만 고구마 꽃은 여전히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우리 집 텃밭에는 1000 줄기의 고구마를 심었는데 그 중 단 한 줄기에서 딱 한 송이가 피어났을 뿐이다. 그런데다가 오후가 되면 벌써 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고구마 꽃은 여전히 보기가 쉽지 않은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