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1년 마늘 농사 적자랍니다

찰라777 2014. 7. 13. 21:24

마늘을 엮어 말리면서...

 

 

▲ 1년간 지은 육쪽마늘 수확

 

드디어 육쪽마늘 수확을 완료하고 엮어서 천장에 매다는 작업을 시작했다. 장장 8개월이나 걸린 마늘 농사다. 마늘을 엮는 방법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엮은 방법을 애써 기억해내 보았다. 그러나 그게 너무 오랜 일이라 완벽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늘을 엮는 방법은 용마름을 엮는 방법과 비슷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한 후에야 겨우 방법을 알아냈다. 고향에서는 짚에나 새끼를 이용하여 엮었지만 짚이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나일론 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먼저 끈 길이를 세 갈래로 묶어서 양쪽에 날개를 펴고 가운데는 당김 줄을 늘어놓는다. 그 다음에는 마늘을 5개씩 놓고 양쪽 끈을 좌우로 비틀어서 엮는다.

 

 

 

 

▲ 마늘 엮기

 

양쪽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양쪽 발로 누르고, 가운데 끈을 한 바퀴 돌려 이중으로 엮는다. 옛날 어르신들은 매듭을 손으로 잡고 비틀었는데, 익숙하지 못한 나는 양발로 누르고 비틀어야 팽팽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단 한 매듭이라도 순서가 틀리면 마늘이 죽 빠져 흘러내리고 만다. 첫 작품은 역시 실패다. 가운데 몇 군데가 뒤틀림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엮은 마늘이 뒤틀리고 헐거워서 그만 마늘이 빠져 흘러내리고 말았다.

 

 

▲ 실패한 마늘 엮기

 

애써 엮은 마늘을 다시 전부 풀어내야 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다시 엮었다. 사실 예날 어르신들은 눈을 감고도 척척 해내던 일이다. 그것은 일에 대한 숙련도다.

 

어쨌든 어설프지만 그런대로 세 접의 마늘을 엮어서 천장에 매달았다. 마늘은 한 접이 100개다. 그러므로 5개씩 20묶음을 엮으면 한 접이 된다. 실한 마늘 한 접은 종자용으로, 나머지 두 접은 올 가을 김장용으로 사용을 할 예정이다.

 

 

▲성공한 마늘엮기

 

작년 가을에 종자마늘을 한 접에 4만원을 주고 사서 심었는데, 세 접의 마늘을 수확하였다. 개수는 늘어났지만 가격으로 따지면 적자다. 요즈음 마늘이 풍년이 들어 씨알이 굵은 마늘 한 접 시세가 1만5천 원 정도 하고 있다. 그나마 세 접중에 종자마늘로 골라 놓은 한 접을 제외한 나머지는 씨알이 작다.

 

 

결국 마늘 농사를 짓는데 들어가는 종자구입비 4만원에다 인건비, 퇴비 등의 비용을 제외하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 이렇게 적자 생산을 하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마늘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거의 7~8개월이 소요된다. 이렇게 장시간 공을 들여 마늘 농사를 지었지만 정작 적자생산을 하고나면 하늘을 보고 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단 마늘뿐만이 아니라 다른 농산물도 거의 비슷하다.

 

 

 

▲ 김장용으로 엮어 말린 마늘

 

예를 들면 이곳 연천군은 국산 콩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두부가 대기업 진출이 제한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지난 해 국산 콩 가격이 40%이상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부를 만드는 대기업들의 국산 콩 수매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국산 콩 수매량을 급격하게 줄이자 kg당 국산 콩 도매가격은 6,460원(2011년), 5,755원(2013년), 3,885원(2014)으로 급락하고 말았다. 반면, 같은 해 수입 콩 도매가격은 3,201원, 3,847원, 3,377원으로 오히려 상승세에 있다(콩 도매가격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작년에 콩 농사를 지었던 이곳 연천군 농민들은 거의 반값으로 폭락한 콩 가격 때문에 모두가 한숨을 푹푹 쉬며 울상을 지었다. 따라서 금년에는 이웃집에 사는 이장님과 현이 할머니 댁도 콩 농사를 대폭 줄이고 대신에 율무, 참깨, 고추 농사를 늘려서 짓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다른 농가들도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율무나 참깨, 고추 농사도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늘어나거나 수매정책이 변하면 가격 폭락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농수산물에 대한 정책은 생산 농가 현지사정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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