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상추도 따고...텃밭에서 힐링 체험을...

찰라777 2015. 6. 4. 05:32

세상에서 가장 출세한 친구들

 

일곱 쌍의 친구들은 모두가 성실하고 부부간에 사랑이 돈독하여 모임이름도 <부부사랑>이라고 이름지었다. 세상에 부부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무두가 결혼을 한지 40여 년이 넘도록 건강하고 사이좋게 살고 있다. 그들은 모두 출세를 한 사람들이다.

 

 

출세란 무엇인가? 큰돈을 벌거나,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출세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평범하게 살면서 건강하고 바르게 살며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면 그것이 바로 출세가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일곱 쌍의 친구들은 아직 어느 한 사람 결손을 한 부부가 없이 잉꼬부부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출세를 해도 크게 출세를 한 사람들이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길러서 사집 장가를 보내고 손자도 보고, 그리고 아직까지도 건강하게 자기의 일을 매일 하고 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출세를 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귀한 친구들을 어떻게 대접을 할 것인가? 농촌 오지에 살고 있는 내가 친구들에게 특별히 잘 대접을 해 줄만한 것은 없다. 다만, 모두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살고 있으니 시골 오지에서 텃밭체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다.

 

상추도 따고...텃밭에서 힐링 체험

 

그래서 친구들 부부가 도착을 하는 대로 텃밭에 가서 상추를 따고, 김을 매고, 물을 주는 일을 시켰다. 대접이 아니라 일을 시키는 것이다. 스스로 딴 상추를 정성껏 씻어서 점심에는 친구들이 준비해온 삼겹살과 반찬으로 상추쌈을 먹었다. 적새에 고기를 굽는 일도 스스로가 했다

 

 

 

 

친구들은 각자가 자기 집에서 가장 맛있는 밑반찬을 한 가지씩 가져왔다. 그리고 그 밑반찬을 식탁에 올려놓으니 진수성찬이 되었다. 모두가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큰 바구니로 한소쿠리 씻은 상추가 다 없어졌다.

 

 

 

싱싱한 상추를 텃밭에서 따는 노동을 하고, 그 상추를 즉석에서 싸 먹으니 맛이 있을 밖에 없으리라.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이곳 연천까지 오다 보니 배도 고프리라 시장이 반찬이 아니겠는가?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정자에 앉아 커피 한 잔과 과일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었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로 박장대소를 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어떤 친구는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환담하니 저절로 졸음이 오는 모양이다. 시원한 바람이 정자에 불어왔다. 상추쌈 후에 오는 오수는 달콤하다.

 

 

 

하하, 친구, 이거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 여기가 바로 극락일세.”

그러게 자주 오시게나. 장소는 언제든지 제공을 할 터이니.”

 

점심을 먹고 정자에서 오수를 즐긴 후 4시경에 허브빌리지로 향했다. 친구들에게 라벤더 향기를 맡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임진강변에 핀 보랏빛 라벤더를 보자 모두들 좋아했다. 모두가 커플끼리 라벤더 꽃밭에 들어가 기념 촬영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 동심으로 돌아간다. 라벤더 가든을 돈 후 야외에 설치된 허브 족욕장에서 발을 담근 친구들은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과수원길등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우리는 커피숍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더위를 식힌 후 다시 금가락지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금굴산 자락에서 토종닭을 키우는 집에서 토종닭 다섯마리를 사왔다. 강원장이 가마솥에 물을 부어 불을 지피고 있었다. 토종닭을 씻어서 엄나무 토막과 마늘, 녹두를 섞어 넣었다. 야외에서 가마솥에 불을 때는 체험도 특별한 체험이다.

 

 

 

 

오디고 따고...

 

백숙을 쓰는 동안 나는 친구 부인들을 모시고 금굴산 자락으로 오디를 따러 갔다. 금년에는 예년보다 더 빠르게 자연산 오디가 익어가고 있었다. 바람에 불자 오디가 우수수 떨어졌다. 오디 비를 맞은 사모님들이 오메!”, “아이고!” “으악!”하며 환호를 질러댔다. 기분이 좋다는 소리다. 내친 김에 나는 오디나무에 올라가 오디가지를 흔들었다.

 

아이고, 이건 소낙비네요!”

 

 

 

 

정말 오디가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미리 망사를 땅에 깔아 놓았기 때문에 오디를 줍는 일은 어렵지가 않았다. 오디를 다 줍고 나니 거의 한소쿠리가 되었다. 오디를 이고 지고 집에 돌아오니 백숙이 다 되어 있었다. 우리는 다시 식탁에 앉아 닭고기와 백숙으로 저녁을 먹었다.

 

닭고기 맛이 고소하네요. 좀 질기기는 하지만.”

그게 토종닭 맛이 아니겠소?”

 

저녁을 먹고 나니 시간이 훌떡 지나갔다. 친구부인들은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했다. 각자가 먹은 그릇을 닦고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를 했다.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리고 달빛이 비추이고 별이 쏟아지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우와, 천국이 따로 없네요. 여기가 바로 천국이네요.”

저 하늘에 별 좀 봐요.”

개구리 소리도 참 멋지네요!”

 

 

 

각자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쏟아냈다. 어느새 밤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하룻밤 묵고 갔으면 좋겠는데, 다들 바쁜 사람들이다. 모두가 내일 아침이 오면 일찍 일터로 나가야 한다.

 

친구들이 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아내는 친구부인들 손에 텃밭에서 딴 상추, 오디 봉지를 하나씩 들려주었다. 우리가 친구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텃밭에서 일을 시키고, 텃밭에서 난 상추 한 줌, 산에서 단 오디 한 줌을 주는 것이 전부다.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져간 금가락지는 다시 고요해졌다. 적막해진 금가락지가 갑자기 공허해진 느낌이 든다. 역시 사람 사는 사회는 사람이 찾아오고 만나야 한다.

 

이미 모두 육십 세를 넘은 친구들은 모구 건강하다. 아직은 노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활기차다. 우리나라는 65세를 기준으로 노인으로 구분을 하지만 아마 10년은 더 늦추어야 할 것 같다. 평균수명이 자꾸만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0세시 대에 우리는 노년을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나는 친구들이 돌아 간 뒤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