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부러질 것만 같은 살구나무 어찌할까?-단비 오는 날에

찰라777 2015. 6. 5. 14:35

돌돌돌돌~ 홈통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 빗님이 내리시나?" 나는 언제부터인가 ''자에 ''자를 붙이고 있다. 그만큼 가뭄이 극심해서 모두가 빗님이 오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막강산처럼 고요한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우리 집은 아침에 이슬방울이 홈통에서 떨어지는 소리도 감지가 된다. 나는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다락방의 들창문을 열었다. 정말 비님이 부슬부슬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아니 비님이라기보다는 물방울님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마치 비가 이슬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듯 겨우 몇 방울씩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비님이시든 물방울님이시든 상관없다. 실로 오랜만에 하늘에서 비님이 오시는 것 자체가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직 밖은 어둡다. 임진강 건너 휴전선 동쪽에서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세상은 메르스 공포로 어수선 한데 이곳 최전방 연천은 고요하기만 하다. 메르스 공포에도 불구하고 빗님이 내리자 텃밭의 작물들은 생기를 찾고 있다.

 

 

 

테라스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블루베리 잎에 빗방울이 다이아몬드처럼 맺혀있다. 블루베리 나뭇가지에는 작은 열매가 마치 붕어가 입을 벌리듯 귀엽게 익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연두색이었다가 점점 진초록으로 변하더니 보랏빛으로 변하면서 블루베리 열매가 본색을 드러낸다. 블루베리 열매는 이렇게 익으면 머리통이 매우 커진다.

 

 

 

어제 옮겨 심은 메리골드도 댕댕하게 이파리 깃을 세우고 있다. 어제만 해도 주글주글 곧 시들어 죽을 것만 같았는데, 이 약비를 맞고 저렇게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장미도 더욱 싱싱하게 꽃을 피우고 있고, 당근 잎이 하늘 보고 웃고 있다. 고구마와 감자, 마늘, 토마토, 가지, 오이, 상추 텃밭에는 모든 작물들이 방글방글 웃고 있다. 목이 타도록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비님이 오시니 이렇게 생글거리며 웃고 있는 것이다. 고맙소! 빗님이시여!

 

 

 

  

그런데 살구나무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금년에는 예년에 비해 살구가 가지가휘어지도록 주렁주렁 열렸다. 알갱이도 매우 튼튼하고 굵게 여물어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지가 휘어져 곧 땅에 닿을 것만 같다. 1차로 가지에 끈을 달아 양쪽으로 묶어주었지만 비를 맞은 가지는 곧 땅에 닿을 듯 축 늘어져 있다. 그대로 두면 가지가 부러질 것만 같다 

 

   

나는 심사숙고한 끝에 살구나무 가지에 지주 대를 세워주기로 했다. 문득 작년에 김장독을 묻을 때 만들었던 인디언 공법이 생각났다. 나는 나뭇가지를 주어서 삼각형으로 묶어 세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살구나무 가지에 받쳐 주었다.

 

 

 

살구는 조금만 건드려도 목이 부러져 툭툭 떨어져 내리고 만다. 그러니 아주 살살 다루어야 한다. 더구나 살구나무 밑에는 여린 상추가 자라고 있다.

   

주금 어설프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삼각형의 지주대가 살구나무 가지를 받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인디언 공법으로 살구나무 가지를 받치고 나니 비로소 안심이 된다. 이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동안 살구나무도 비가 오지 않아 잎이 시들시들해 물을 주었지만 하늘이 내려주는 비를 맞고 생기를 찾고 있다. 매실나무와 자두나무에도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텃밭에 유실수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머지않아 살구도 매실도 자두도 수확을 할 것이다. 비를 맞고 더욱 생기를 찾고 있는 살구나무를 바라노라니 입에 행복한 침이 가득 고인다.

 

 

 

나는 홈통 밑에 몇 방울의 빗님이라도 받아두기 위하여 양동이를 총동원하여 받쳐 놓았다. 비록 이슬처럼 내리는 비라도 하루 종일 내려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메르스도 이 단비와 함께 빨리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