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고맙다! 더덕꽃아!-콩적심, 토마토 정리

찰라777 2015. 8. 2. 10:33

8월 1일 토요일 오락가락 장맛비

 

 

 

 

벌써 8월이다! 8월이 돌아오면 1년이 금방 지나간다. 곧 낙엽 지는 9월이 오고, 눈 내리는 겨울이 성큼 다가 올 것이다. 세월은 참으로 화살처럼 빠르다. 인생은 천년만년 살 것만 같은데, 백년도 못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찰나의 순간을 영원처럼 오늘을 살아가자.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며 내렸다. 변덕스런 날씨는 여자의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햇볕이 쨍! 하고 났다가 또 금방 우박처럼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장맛비가 내리면 금가락지는 타악기로 변한다.

 

지붕에서는 드럼소리가 들려오고, 테라스에서는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그런가 하면 홈통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때로는 첼로소리로(줄줄줄 내릴 때), 때로는 피아노 소리(한 방울씩 똑똑 떨어질 때)로 변한다.

 

 

 

▲콩 적심

 

햇빛이 나자 나는 콩 적심을 해주기 위해 텃밭으로 갔다. 요 며칠간 콩이 훌쩍 자라나 있다. 바람에 쓰러지기 전에 절반정도인 콩 허리를 잘라 주어야 한다. 애써 자란 콩에게는 미안하지만 적심을 해주어야 가지를 여러 개 퍼뜨려 콩이 많이 열리기 때문이다. 콩도 힘들면 종족을 더 퍼뜨리기 위해서 가지를 더 많이 뻗친다. 이는 모든 식물들의 본능이다. 힘들 때 꽃을 피우고 가지를 더 많이 뻗친다.

 

콩을 잘라주고 있는데 또 금방 비가 우박처럼 내렸다. 나는 콩을 자르다 말고 비를 피해 거실로 들어왔다.

 

여보, 비 오는데 일은 그만해요.”

그래야겠는데

 

오후에 비가 그치자 나는 다시 텃밭으로 내려가 콩을 잘라주고, 토마토 밭으로 갔다. 그동안 대박을 터트려 엄청나게 열매를 많이 맺어준 토마토다. 그런데 이젠 잎이 시들고, 빗물을 잔뜩 먹은 토마토가 여기저기 갈라져 터져가고 있다. 토마토 열과 현상이다.

 

 

▲거의 끝물인 토마토 밭

 

토마토 열과를 방지 하기위해서는 터널재배를 하거나 비가림을 해주어야 하는데 금년에는 이미 늦었다. 내년에는 꼭 비가림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비가림을 해주지 못해 배가 터지고 꼭지가 갈라지는 토마토를 보니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토마토야, 미안하구나.”

 

나는 배가 갈라지고 못생겼지만 익은 토마토를 하나하나 따냈다. 못생긴 게 누구 죄인가? 토마토 죄가 아니고 토마토를 기른 쥔장 탓이다. 그래도 무공해인데다 영양분은 풍부하다. 그리고 토마토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시든 잎을 잘라주고, 잡초를 제거해 주었다. 물론 이 작업도 오락가락하는 비를 피해 몇 번이나 왔다리 갔다리 해야 했다. 마침내 시든 곁순을 자 잘라주고, 잡초를 잘라주니 토마토가 마치 이발을 한 것처럼 단정하다.

 

 

▲시든 잎을 잘라주고 풀을 정리한 토마토 밭  

 

이제 토마토도 끝물이다. 한두 번 수확을 하면 금년 토마토 농사는 종을 쳐야 할 것 같다. 못생긴 토마토로 토마토케첩이나 만들어야할 것 같다. 토마토 시든 잎을 잘라주다 고개를 드니 더덕꽃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자주색 꽃 잎 안에는 우주선처럼 생긴 꽃술에 네 개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이 묘한 모양을 하고 있다. 더덕 꽃을 이처럼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꽃들의 세계는 보면 볼수록 참으로 오묘하다! 더덕 특유의 향을 품어내며 활짝 웃고 있는 더덕 꽃을 보고 나니 피로가 싹 가신다.

 

 

 

 

고맙다! 더덕꽃아!”

 

시골생활은 이런 재미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