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잔디정원이 있는 집에서 산다는 것

찰라777 2015. 8. 6. 04:12

잔디정원이 있는 집에서 산다는 것

 


아내가 가장 살고 싶어 했던 집이 잔디정원이 있는 2층 집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300여 평의 잔디정원이 2층 집에서 4년 째 살고 있습니다. 비록 내 소유의 집은 아니지만 청정 남님과의 좋은 인연으로 금굴산을 뒤로 하고 임진강 주상절리가 바라보이는 확 트인 전망을 가진 명당 터입니다. 정말로 우연치 않게 아내의 소원이 이루어 지게 된 것입니다.

   

10일 전에 잔디밭에 거름을 좀 뿌려 주었더니 ​누렇기만 하던<!--[endif]--> 잔디가 한결 푸르고 생생하군요. 가뭄 탓도 있지만 모래땅에 몇 년동안 거름을 주지 않았을 터이니 잔디가 제대로 자라나기가 힘들겠지요. 그 동안 비를 흠뻑 맞아 많이 자라기도 했지만 10일 전 누렇기만 했던 잔디와는 확연히 대비다 됩니다.


 

▲7월 23일 거름을 주기전 잔디밭.



 

▲8월 3일 푸르게 변한 잔디밭


그런데 잔디정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좋지만 이를 관리하기는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잔디 밭이 있는 집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잔디관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잡초를 제거해도 계절 따라 종류가 다른 잡초들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제초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다 보니 잔디관리는 더욱 어렵습니다.


요즈음처럼 장마가 계속되는 우기에는 아무리 뽑아서 제거를 해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잡초들이 무수히 잔디밭에서 자라나곤 합이다. 봄에는 주로 쑥을 비롯해서 개망초, 바랭이 등이 많이 자라나고, 장마철에는 왕바랭이, 매듭풀, 토끼풀, 쑥 등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납니다. 5월경에 이미 잡초를 다 제거하고, 그 후에도 눈에 보이는 대로 잡초를 뽑아주었지만 여전히 역부족입니다.

 

▲  위에서부터 매듭풀, 크로바, 바랭이풀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는 잡초 



장마철에는 잡초가 자라나는 속도도 빠르지만 땅이 물렁물렁하여 뽑아내기도 수월합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매일 잡초를 뽑는 일을 하였습니다. 뽑아내지 않으면 금방 잡초 밭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매일 잡초를 뽑아내어 퇴비장으로 옮겼습니다. 잡초를 뽑는 일이 힘이 들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퇴비를 많이 모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뽑은 잡초로 퇴비장이 가득 차 있습니다. 덕분에 내년에는 천연 퇴비를 상당히 많이 장만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는 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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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은 잡초를 퇴비장으로 옮기는 작업



 

▲잡초로 가득찬 퇴비장 


 

퇴비장을 바라보니 어린 시절 해마다 정부에서 퇴비증산이란 구호를 내 걸고 퇴비 만들기를 독려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 땐 오로지 퇴비를 만들어 거름으로 썼습니다. 생각해보면 퇴비는 가장 좋은 무공해 천연 거름이지요.

 

잡초들은 특성에 따라 자라나는 곳도 다릅니다. 매듭풀(애기땅빈데), 토끼풀 등은 주로 잔디밭 가운데서 자라나고, 쑥은 잔디밭 주변에서 많이 자라납니다. 바랭이 종류는 텃밭과 인접된 곳에서 왕성하게 자라납니다. 개망초는 어느 곳에서나 자라납니다 

 

 

▲코스모스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야생콩

야생콩은 무엇이든지 감고 올라 갈수 있는 기둥이 있으면 돋아납니다. 해바라기, 돼지풀, 울타리, 메리골드 등 자신들이 의지할 기둥이 있으면 야생콩은 어디나 자라고 있습니다. 잡초들도 자기들이 생장하기 좋은 곳을 골라 터를 잡는 것이지요. 그러니 식물들도 다 생각이 있는 듯합니다.

 

엉덩이 갈개에 앉아 잡초를 뽑다가 문득 어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잡초를 뽑거나 텃밭에서 일을 할 때에 엉덩이 깔개는 참으로 편리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때 우리네 어머님들은 이런 엉덩이 깔개도 없이 그냥 쪼그리고 앉아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릎과 허리에 자연히 신경통이 오게 된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왜 이런 것 하나 만들 생각을 못했을까?

 

▲잔디밭이나 텃밭에서 작업응 하기에 편한 엉덩이깔개​



잡초 같은 자식의 존재

어머님은 겨울을 제외하고는 늘 밭에서 쪼그리고 앉아 일을 했습니다. 더욱이 더운 여름철에는 조, , 깨밭 등에서 잡초를 뽑느라 몸에 땀띠가 숭얼숭얼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제초제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모두 논밭에 잡초를 뽑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 품앗이를 해가면서 돌아가며 논밭에 잡초를 뽑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간절합니다. 부모님은 살아계실 때에는 고마운 줄 모르다가 돌아가신 후에는 참으로 그리운 존재입니다. 나 역시 그랬지만 세상의 자식들이 부모님의 은혜를 제대로 알기나 합니까? 자구만 뭘 해달라고 원하기만 하고, 재산이 많은 집안은 유산다툼 때문에 늙으신 부모님 앞에서 싸우기나 하지요.



 

 

그러다가 부보님께서 돌아가신 다음에는 아차!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되지요. 한 번 돌아가신 부모님은 다시 만날 수가 없습니다. 효도를 하고 싶어도 효도의 대상이 없어지고 말지요. 세상에 부모님만큼 자식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존재는 없습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은 무한대의 사랑이지요. 이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똑 같습니다. 그러니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에 효도를 해야 합니다.

 

자식이 원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자식들 때문에 속을 끓는 부모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느 스님께서는 과거 생에 지은 업장 때문에 자식이 되어 빚을 받으러 부모의 몸을 빌어 태어난다고도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 듯합니다.

 

 

 

잔디밭에 잡초를 메다보니 어느덧 날이 어두워져 가며 밤하늘에 별이 하나 둘 빛나기 시작합니다. 나는 잡초 뽑기를 접고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내 귀가 빠진 날이군요. 이 더운 여름철에 나를 잉태하시느라고 어머님께서는 얼마나 소생을 했을까? 어머님은 막내인 나에게 온 정을 다 쏟아 나를 길러 주셨습니다.

 

그런데 자는 정작 어머님께 무엇 하나 잘 해드린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불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님께서 저 세상으로 가신지 벌써 27년이 되었는데, 요즈음 어머님이 종종 꿈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인간이 윤회를 한다면 지금 어머님은 어느 별에 계실까?

 

▲어찌보면 자식은 부모님께 잡초처럼 귀찮은 존재가 아닐까?


 

요즈음 어머님을 위해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습니다. 경을 독송한다고 불효의 죄가 씻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꿈에 나타나신 어머님을 위해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어느별에 머물고 계시나요? 부디 이 불효자를 용서 하십시오.”

 

나는 무수히 빛나고 있는 별을 바라보며 가만히 어머님을 불러보았습니다. 그러나 불러도 불러도 어머님은 대답이 없습니다. 어머님께 용서를 빌었지만 역시 대답이 없습니다. 어찌보면 자식들은  부모님께 잡초처럼 귀찮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