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목숨을 걸고 항해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찰라777 2016. 5. 6. 08:10

목숨을 걸고 인도양을 항해하는 친구에게서 온 편지


보고픈 친우에게,
텃 밭 가꾸시느라 바쁘시곘네,
오늘은 어린이 날이라서 쉬고 내일은 건너뛰고 모래,

글페는 휴일(토요일, 일요일) 4-일 연 장 쉰다고
message가 왔구려, 육상 직원들은 쉰다는 ㅡMESSAGE를

그냥 연락 사항으로 보내지만 우리 선원들은 약 올리는 기별이구만,

작가님도 매일 일하시느라 고생하시니 ....
좋은 기별 기다리면서
인도양을 횡단하는 선상에서
친우 상일 올림
Thanks and B.Rgds








목숨을 걸고 항해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나의 소중한 친구여,

 

우선 무사히 항해를 하고 있다니 듣던 중 반가운소식이네.

항상 목숨을 걸고 항해하는 자네의 용기에 뜨거운 갈채를 보내네.

칠십이 다 된 나이에 인도양과 태평양을 건너다닌다는 것은

콜럼버스 보다 더한 용기와 노력이 있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래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멀고먼 항해의 길을 선택한

자네의 용기는 과히 그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값진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네팔에서 돌아와 농사일 때문에

자네 말처럼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네

작은 농사든 큰 농사든 농부가 일년중 가장 바쁠 때는 봄이 아닌가?

금년에는 다음과 같이 농작물을 심을 계획을 하였는데

가장 바쁠 때 네팔에 봉사를 10일간 다녀오는 바람에 

자네에게 편지를 쓸 여가도 없었다네.


2016년 농작물 배치도

들깨

 

고구마

감자

마늘()

 

더덕

(2013.4.21)

 

브로콜리

부추

토마토

(김장배추)

고추

가지

오이

소나무

치커리

청상추

적상추

케일

신선초

쑥갓

피망

(김장배추)

 

시금치

비트

딸기

창고

딸기

양배추

김장독

당근

찰라농장


  

네팔에서 오자 말자 밭을 일구어서

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감자, 당근을 심고

51일 날은 토마토, 고추, 오이, 가지, 그리고 고구마를 심었네.

다행히 파종을 하고 나서 단비가 내려 모든 작물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네.

벌레 방지를 위해 망사를 씌우고

토마토와 오이, 고추에 지지대를 세워주었지.









 

물론 응규의 도움이 컸네

응규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일세

 

된장과 간장도 건져내고  

두포리에 가서 대추나무를 심었네



  

윗집 장사장 댁에서 참나무 30토막을 얻어다가 표고버섯 종균도 심었네

물론 장사장내 참나무 베는 일, 종균 심는 일 등을 응규와 내가 함께 했다네.

나는 둘러리만 서고 실재 일은 응규가 다 했지.

응규는 참으로 일을 잘하는 진정한 농부일세


 

   

또 각하가 화단을 마들자고 하여 

현관 앞에 20여 평의 잔디를 까고 화단을 만들었다네

돌을 주어다가 경계석을 만들었는데

각하가 석축을 맡아 아주 잘 쌓았네

마추픽추 석공보다 더 멋진 석공이라고 치켜 세워 주었더니

좋아라 하더군 ㅋㅋ







각하가 워낙 꽃을 좋아하는지라 

현관 양쪽에 길게 화단을 만들어서

 

우선 주변에 있는 야생화를 파다 심고

아래 이장 집에서 20여 가지의 화초를 얻어다 심고

고향 시제를 모시러 갔다가 형님 댁에서 수선화를 캐다 심었다네

그리고 구례 혜경이 엄마가 보내준 

매발톱, 목단도 심었네

울밑에 무지하게 퍼진 꽃잔디를 파서 이식을 하고





 

연천 산림조합 나무시장에 가서

사과나무 한그루, 체리나무 한그루, 장미 두그루,

작약 한뿌리, 포도나무 3그루, 블루베리 5그루를 심었네

또 화원에 가서 마가렛, 펜지 등 몇 가지 화초를 사다가 심었더니

비로소 화단이 어느 정도 어우러진 것 같네

요즈음은 각하가 아침에 일어나서 화단의 꽃을 보는 재미로 산다네 ㅎㅎ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살아야 하는 것 같네

각하가 그 모델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항상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도 여행의 꿈을 꾸고

화단을 만들고

화초를 키우는 꿈이 오늘까지 각하가 살아 있는 원동력일세.

 

그런데 각하는 면역억제제를 오랫동안 복용을 해서인지

치아가 다 무너지고, 눈에 백내장이 와서

요즈음 아산병원에서 임플란트와 보철공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네

심장이식환자가 임플란트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데도 3개월이나 걸렸다네

전체 틀니를 해야 할지 임플란트를 할 수 있는지 엄청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는데

다행히 불편한 틀니보다는 임플란트를 할 수 있다는 진단이 떨어져서

지난 428일 날 임플란트 4개를 하고

나머지는 보철로 씌우기로 했다네

심장이식환자는 일반치과에서는 이빨 하나도 빼지못해서 아산병원에서만 치료를 해야하네



 

그러다 보니 이빨 공사비도 만만치 않군( 3천 만원).

백내장도 아산병원에서만 해야 하니

대학병원의 수술비는 일반병원의 3배는 되는 것 같네

 

다행히 집이 팔려 각하 이빨 공사비에 충당을 할 자금이 마련이 되었다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일세.

 

이번에 나도 아산병원에서 종합진단을 한 번 받았다네

앞으로 얼머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는 동안 큰 병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각하가 권장도 하고 또 최근에 충격적인 일이 있어서 거금을 들여서 정밀진단을 받았지.

54일 날 진단 결과를 받았는데, 다행히 암 같은 큰 병은 없다고 하는군.

위염이 조금 있고, 백내장 끼가 있고, 전립선 비대증이 생겼다고 하는군.

이 모두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의사가 말하더군.

눈은 3개월 후에 다시 진단을 받기로 하고

전립선 비대증은 약을 먹기로 했네.

의사 하는 말이 남자들에게 전립선 비대증은

50대에 50%. 60대에 60%, 70대에 70%가 온다고 하더군 ㅎㅎ



 

그리고 최근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을 보내고 말았네.

한 분은 각하의 막내 외삼촌 일세. 자네도 잘 아는...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마지지 않고 정말 FM대로 살아오시던 교직자이셨는데

작년 가을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진단을 해보니 신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네

서울 아산병원에서 딱 6개월 치료를 받았는데

그게 전이가 되어서 지난 3월 말에 작고를 하고 말았다네

얼마나 애석하고 충격을 받았는지. 정말 사람의 운명이란 알 수가 없더군

아산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고해서 고향으로 내려 가셨는데

그날 내 손을 붙들고 한 동안 눈물을 흘리시더군,

그리고 고향에 내려가신지 이틀 만에 운명을 하셨다네



 

또 한 분은 청도에 살고 있는 심장 이식환자인데.

항상 각하한테 누님이라고 부르며 철다라 복숭아도 보내주고

우리가 지리산으로 이사를 갈 때는 자기 봉고차를 청도에서 몰고와

서울에서 구례까지 이삿짐을 옮겨주기도 했던 절친한 환자일세.

그는 심장과 콩팥을 동시에 이식을 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항상 삼손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봉고차를 몰고 다니며 생계를 이어갔던 분일세

그런데 그 분이 갑자기 별세를 했네.

각하와 나는 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친구여,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칠십을 맞이한 요즈음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네.

 

돈이면 다 해결되는 걸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세상에는 돈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일은 더 많네.

아무리 돈이 많은 들 생명을 살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돈 많은 이병철씨도, 정주영씨도 저 세상으로 갔고.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자라는 이건희씨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채 식물인간이 되어있질 않은가?

그러니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명확한 것일세.




 

다행히 각하는 이빨치료가 순조롭게 잘 되어 가고 있네.

너무 큰 돈이 들어간다고 병원비 걱정을 하길래

 

여보, 우리가 죽고 나면 돈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어차피 우리가 빈주먹으로 시작을 했으니,

집을 팔아서라도 건강을 챙겨야지.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치료나 잘 받아요. 허허.”

 

하고 달랬더니 그래도 미안한 표정을 짓곤 한다네.

자네가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오던 날 나에게 하던 말이 생각이 나네.

 

친구, 나는 겨우 몸뚱이만 살아서 돌아왔네.

맨주먹으로 시작을 해서 다시 맨주먹으로 돌아왔네.”

 

자네 말이 백번 맞는 말일세.

우리가 산입에 풀칠을 하겠는가?

어차피 우리네 인생이 공수래공수거 아닌가?

사는 동안 남을 도울 수 있으면 최대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생각을 해보네.

무쪼록 건강 잘 챙기고 무사히 귀국하기를 기도하겠네.




 

54일 날 각하가 아산병원에서 임플란트를 한 실을 빼고

백내장 수술 준비하느라 서울에 왔다가

오늘 다시 연천으로 돌아갈 예정이네.

어제 응규가 누님이랑, 성순이, 성예랑 가족 모두가

쑥도 뜯고, 토종닭도 삶아 먹는다고 연천에 가 있네.

 

자네 돌아오면 금가락지에서 내가 텃밭에서 키운 상추로 쌈도 먹고

통닭도 푹 삶아 퍼질러지게 먹어보세.


올해는 금가락지에 꽃이 더 만발하게 피었네.


자네의 무사 항해를 간절히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