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여행준비-10kg 배낭 줄이기 힘드네!

찰라777 2005. 7. 12. 08:01
 

 


* 라사로 들어가기위해 중국 거얼무역에 도착하여 배낭을 걸머진 모습

  

큰 배낭 하나, 작은 배낭 하나. 우리들 배낭여행의 짐 전부다. 큰 배낭엔 옷가지 등 여행필수품이 들어 있다. 큰 배낭의 무게가 10킬로그램을 넘지 않으면 배낭여행의 고수다. 15킬로그램을 넘으면 장기 배낭여행을 하기가 곤란하다. 20킬로그램을 넘으면 배낭여행을 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내 큰 배낭은 아무리 짐을 줄여도 13킬로그램이나 된다. 그러니 고수가 되려면 아직 멀었고, 여전히 보통 배낭 여행자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번여행지는 베트남 하노이에서부터 출발하여 중국남서부, 티베트, 인도까지 계획되어 있는 관계로 4계절이 옷이 다 필요하다. 그래서 내 주장은 무거운 겨울옷은 중국 서장지역이나 티베트에 가서 싼 걸로 사 입었다가 더운 지방에 갈 때에는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주어버리자는 것이고, 아내는 집에 옷이 다 있는데 굳이 돈을 들여서 새로 살 필요가 없다는 것. 결국 나는 아내에게 지고 만다. 겨울옷을 넣으면 배낭은 10킬로그램을 훌쩍 넘길 수밖에 없다.

  

내 작은 배낭엔 캠코더 1대, 디지털 카메라 1대, 리콘 미니자동카메라 1대와 필름, 필기도구 등이 들어 있다. 반면 아내의 작은 배낭엔 온갖 약들로 가득 들어있다. 거기다가 약을 차갑게 유지시켜주는 아이스 팩도 챙겨야한다.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란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여인.

 

그러나 아내는 오직 여행을 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그야말로 열심히 체력단련을 하고 의사의 지시대로 어김없이 행동한다. 매일 헬스클럽에서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을 한 시간 이상을 하고 최소한 일주일에 2번 이상은 가까운 근처의 산을 오른다. 언제나 제 시간에 식사를 하고, 인슐린 주사, 약 복용도 딱딱 어김없이 지킨다. 여행을 위한 노력은 처절하리만큼 철저하다. 그러니 아내의 여행희망을 그 누가말리겠는가? 여행은 아내를 지탱하고 치료하는 최고의 명약이기도 하다.

   

 



 

노트북을 들고 갈 것인가 두고 갈 것인가? 이 문제는 항상 여행을 떠날 때 아내와 나 사이에 갈등을 초래는 하는 문제로 제기된다. 나야 노트북을 들고 가면 엄청 편리한 점이 많다. 기록과 보관, 사진의 저장과 전송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입장은 정 반대다. 편리한 줄은 알지만, 노트북에 쏟아야 할 시간, 짐이 무거워지는 문제 등 이 그것이다. 여행을 즐기려 가는 것이지 기록을 위해서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런 경우 두 딸은 언제나 엄마 편을 들어준다. 우리 집엔 여성표가 압도적이니 나는 언제나 다수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그래서 노트북 대신 PD 수첩 2권과 스프링 메모지를 휴대하고 간다. 비용지출을 기록하기 위하여 소형 금전출납부도 가지고 간다.

  

또 한 가지는 카메라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휴대용 소형 디지털 카메라와 자동스틸 카메라다. 그러나 여행을 하다 보니 성능이 좋은 전문가용 카메라가 언제나 눈에 어른거린다. 가기 어려운 오지의 모습을 좀더 생생하게 담아보고 싶은 욕심에서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아내의 입장은 다르다. 그 카메라 살돈으로 여행을 한 번 더 가자는 것이고, 우리들의 추억을 담기엔 지금 자지고 있는 카메라로도 충분하다는 것. 따는 그렇다. 이 부분에서도 나는 판정패를 당하고 만다. 

 

항공권은 순전히 지금까지 쌓아온 마일리지로 커버를 했다. 마일리지를 체크해 보니 캐세이퍼시픽 65,772마일, 대한항공 62,571마일, 아시아나항공 23,608마일이었다. 이중 2년 전 세계일주시에 쌓은 캐세이퍼시픽은 5년이 경과하면 마일리지 효력이 없어진다. 어어 하다가 금방 마일리지 효력이 없어지고 마니 생각났을 때 써 먹자는 아내의 의견은 매우 현실적이다.

더욱이 금년 3월1일부터 마일리지 공제가 유럽과 미주지역은 1만마일 이상 올랐는데, 동남아시아는 오히려 5천 마일씩 내려서 적기에 사용할 수 있는 찬스다. 그래서 하노이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4만마일로(2인), 델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항공은 캐세이퍼시픽을 5만 마일로 예약을 했다. 

 

여행경비는 최소한으로 줄여서 잡아본다. 중국돈을 현금으로 5000위엔 정도 바꾸어 아내와 내가 반반씩 나누워 전대에 넣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발행 여행자 수표 1,000달러, 나머지는 시티은행과 조흥은행 국제현금카드, 신용카드 2개(비자1개, 마스터1개), 그리고 비상금으로는 미국 돈 500달러를 현금으로 바꾸어 역시 반반씩 나누워 넣었다.

 

하루에 지출은 의. 식. 주와 입장료, 교통비 등 모든 합하여 우리나라 돈 5만원으로 잡아본다. 3개월이면 토탈 4백 50만원(2인) 정도다. 이 돈은 우리나라에서 생활을 하더라도 들어갈만한 생활비 이하일 수도 있다. 지켜질지는 의문이지만 물가가 싼 지역이니 일단 그렇게 계획을 세워본다.

 
돈은 국제현금카드 80%, 여행자수표 15%, 현금 5% 정도로 분산한다. 여행을 하는 지역이 현금카드 인출이 어려운 지역일 경우 여행자수표 비율을 늘리는 것이 좋다. 도난을 당하면 보험처리가 가능하고 재발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아무리 오지라도 은행이 있는 지역은 전산망이 발달하여 현금인출이 가능하다. 티베트와 인도의 오지에도 이제 국제금융의 그물망 속에 들어있다. 

 

어쨌든 아내와 남편, 남자와 여자의 견해와 입장의 차이일지는 모르지만 여행 준비를 할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다소간의 갈등과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을 떠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도 다 그런 생각은 있으리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만도 너무나 큰 행복일진대 그만한 아쉬움도 없다면 또한 너무 싱겁지 않겠는가? 

 

 

 

 

* Copyright by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