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티벳일기3]하노이 안착-걱정도 팔자다

찰라777 2005. 7. 13. 22:41
 


 
 
 

2005년 4월 15일 22시30분. 우리는 드디어 베트남의 하노이 공항에 내렸다. 티베트로 떠나는 사람들이 하필이면 왜 하노이행인가? 티베트로 간다고 해놓고서… 이는 중국의 서장지역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평균 고도가 4000미터가 넘는 세계의 지붕으로 가는 길을 해발 ‘0’미터부터 육로를 통해 점점 고도를 높여가며 고소병을 예방을 하자는데 있다.


“당신 배 아픈 것은 좀 어떠세요?”
“응, 좀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시원치가 않아요.”


비행기의 트랩에서 내리며 아내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노이 공항에 내리니 더운 공기가 확 몸을 감싼다. 티베트로 가는 길은 출발부터가 쉽지 않았다.  그제 목욕 후 면봉으로 귀를 후볐는데 어제 밤에는 귀가 뜨거워 만져보니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면봉으로 귀를 후비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출발 당일 날은 이상하게 또 배가 아팠다. 그래서 공항으로 가기 전에 타이레놀을 먹고 1시간 이상을 누워 있다가 겨우 일어나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래도 배가 아픈 것이 낫지를 않아 공항약국에서 복통 약을 사 먹어야 했다. 아마 미리서 액땜을 하느라고 아팠던 모양이다. 어차피 여행은 트러블의 연속이다. 그래서 travel=trouble이라고 했던가? 출구 쪽으로 걸어가니 나가니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월남이 있었다.


“여보, 저기 당신 이름이 보이네요.”
“어디? 와, 정말이내!”
“아니, 어쩐 일이지요?”

 

사실 나는 서울에서 인터넷을 뒤져 미리 방을 예약을 해 놓고 픽업을 좀 나와 주라고 메일을 보냈었다. 공항에서 하노이 시내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비용이면 픽업비용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내용을 일부러 아내를 놀래주고자 말을 하지 않았었다. 

 

 

  


어느 나라를 가던지 여행 첫 기착지를 무사히 안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첫날밤부터 공항에서 내려 무거운 배낭을 걸머지고 숙소를 찾느라 헤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자신을 얀이라고 소개한 운전수는 영어를 조금 하는 친구였다. 그는 공항에서 출발하여 어두운 길로 가더니 또 매우 좁은 길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연신 영어로 이것저것 말하는데 잘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이렇게 좁고 어두운 길로 가느냐고 물었는데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지 그냥 계속 달려가기만 했다. 갑자기 2년전에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택시강도를 만났던 생각이 불안하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실 나는 그때 택시강도를 만나 수중의 현금을 몽땅 털린 후로는 택시 불감증에 걸려 있을 정도였다.

 

설마 픽업을 나온 택시인데… 그러나 설마가 사람을 죽이는 것 아닌가? 그런 저런 불안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행이 택시는 다시 밝은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이내 우리들의 숙소인 안다오 호텔 앞에 정차를 했다.


 
“휴, 안착이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지?”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서 걱정도 팔자라고 했던가?

 

 

 하노이 도착하여 가장 먼저 다가오는 이국적인 풍경은 내 손안에 꼭 들어올 아오자이를 입은 소녀다. 그 야들야들한 모습을 보면 사내라면 누구나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다.


그 다음으로는 여인들이 삿갓처럼 생긴 ‘농’(모자라는 뜻)을 쓰고 물지게 같은 곳에 짐을 지고 다니는 모습이다. 정말 열대 냄새가 물신 풍경이다.

 

 

 

 


또 한 가지 이방인을 놀라게 한 것은 오토바이 부대다. 거리에 신호등이 들어오면 줄지어 서있는 오토바이는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들처럼 보인다. 푸른 신호등이 들어오면 앞을 다투어 질주하는 모습은 과히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노이는 도시외곽으로 흐르고 있는 홍강(Red River)의 구부러진 강 안쪽이라는 의미를 담아 하노이(Ha Noi;河內)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전후 보수색인 강한 하노이도 개방정책의 바람을 타고 변화의 물결위에 출렁거리고 있다. 골목골목 마다 인터넷 카페가 들어서 있고,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상당 수 눈에 띤다.  

 

 

 

 
하지만 하노이는 여전히 전통적인 색채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거리에 서 있는 호치민 동상을 비롯하여 호치민 능묘 안에 안치된 호치민 시체, 호치민 박물관 등 거리는 전통과 보수색이 강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과 개방이 상호 대립되는 대립 갈등선상에 놓인 것처럼 비치는 도시의 풍경은 아무래도 개방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색채가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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