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덴마크 4] 코펜하겐에 인어공주는 없다?

찰라777 2004. 2. 17. 08:47
 

'코펜하겐에 인어공주는 없다?'

       

폭탄테러로 코펜하겐에 인어공주 없고,
그 자리엔 어느 여행객의 요염한 포즈만...

□ 안데르센의
산책길을 따라...


우리는 인어공주를 보기 위해 중앙역에서 내려 덴마크 시내를 걷기로 하였 습니다. 코펜하겐의 볼거리는 중앙역에서부터 시작하여 인어 공주의 동상이 있는 바닷가까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인 '티볼리 테마파크' 를 지나 시청사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안 데르센의 동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시청사의 한 귀퉁이에 오른 손에 동화책을 들고, 왼손에는 지팡이를 든 채 매우 인자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지 나가는 아 이들이 이 동상을 얼마나 만졌던지 손이 닳는 곳은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 있는 모습이 더욱 다정하게 보였습니다.


“이 분이 나에게 백조의 꿈을 꾸게 하여주신 어른이셔.”
“그럼 아예 큰 절을 하시지 그래요.”
“글 쎄.... 큰 절 대신 그의 발에 키스라도 해야겠어. 하하하.”

우리는 안데르센이 사색을 하며 자주 산책을 했다는 ‘스트로이에’ 거리를 따라 ‘인어공주’ 동상이 있는 링글리니 부두로 이어진 바닷가로 걸어갔습니다. 도중에 ‘뉘하운 항구’라는 곳에서 우리는 커피를 한잔 했습니다. ‘새로운 항구’라는 뜻을 가진 이 항구에 는 소박한 선술집과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 서 있는 곳입니다.


아마 안데르센도 스트로이에 거리를 따라 걸어와 이곳 값싼 선술집에서 한 잔술에 가난의 아픔을 달랬는지도 모르지요. 그는 방세를 내지 못해 이 항구의 근처인 18번지, 20번지, 67번지를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갔다고 합니다.


'장남감 병정'같은 근위병들의 교대식
아말엔보리 궁전. 근위병 교대식은 12시정각에 시작됨.
항구에 정박한 배를 바라보며 커피 를 한잔 마신 우리들은 다시 인어공주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아말리엔보리 궁전 근처를 지나가는데, 요란한 밴드 소리와 피리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덴마크의 여왕이 살고 있는 이 궁전에서 12시가 되면 근위병 교대식을 한다고 들었는 데, 때마침 우리가 그곳을 지나갈 때 12시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밴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곳에는 벌써 많은 여행객들이 근 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운집해 있 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왕궁의 근위병 교대식은 유럽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볼거리이기 때문입니다. 푸른 바지에 매우 큰 곰 의 머리 인형 같은 털모자를 쓰고 행진을 하는 병정들의 모습은 마치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장난감 병정’ 처럼 보였습니다. 이 근위병 교대식은 매우 오래 전부터 해 왔던 전통이라고 하니 안데르센도 이 교대식을 보았겠지요.


교대식이 끝나자 우리는 궁전 앞에 있는 시원스런 분수대 앞 정원에서 아내가 정성들여 싸온 햄버거를 하나씩 손에 들고 점 심을 먹었 습니다. 정원에는 ‘엄지공주’에나 나올법한 이상하고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불쌍한 제비를 보살펴 주어 후에 못생긴 두더지에게 결혼을 할 뻔한 엄지공주가 그 제비의 도움으로 꽃 나라로 가서 꽃 나라 왕자와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는 안데르센 동화를 기억하시겠지요?



꼭 '엄지공주'에나 나올법한 궁전 앞 정원의 꽃

□슬픈 인어공주

아내와 나는 비록 햄버거를 손에 들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지만, 마치 엄지공 주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꽃 나라에 와 있는 기분이었습 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 작했습니다.
“나의 엄지 공주님! 인어공주를 만나시려면 빨리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정말, 갑자기 웬 비가 오지요?”

우리는 비를 맞으며 인어공주 동상이 있는 바닷가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아하!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인어공주가 있어야 할 바위 위에는 정작 인어공주는 없었습니다. 인어공주 상은 어느 괴한의 폭발시켜 바다 한 가운데로 떠날려 가고 있었는데, 내부가 비어 있는 청동 조각상이라 가라앉지 않아 경찰 이 크레인으로 건져 냈다고 합니다. 인어공주는 무릎과 손목 부위에 구멍이 나있고, 다리에는 칼등을 사용해 화강암 받침대에서 뜯어 내다가 흠집이 잔뜩 나 있는데, 다행히 원상회복하여 제 자리에 설치 할것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된 후에도 서름을 당하고 있군요. 이 인어공주상은 안데르센이 1837년 쓴 '인어공주'의 주인공이 왕자를 기다리는 모습을 본따 1913년 이곳에 설치하여 해마다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데, 그 인기 못지않게 머리 부분이 2번, 팔이 1번 잘려 나가고, 6번이나 페인트를 뒤집어 쓰는 공격을 받았다고 하니, 인기를 누리는 대상은 살아있는 것이나 죽 어있는 동상이나 스토커 들의 공격대상이 되는 모양입니다. 그곳엔 인어공주가 파괴된 사연을 적은 표지판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 코펜하겐의 상징인 인어공주 동상은 없었습니다. 아아 , 슬픈 인어공주 ….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요? 인어공주를 보기 위해 이곳 덴마크까지 왔는데 ….”
아내는 너무나 허망한 듯 인어공주가 없는 바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그 때 갑자기 어떤 아가씨가 인어공주 동상이 서 있었던 바위 위로 올라가 인어공주 포즈를 취 했습니다. 살아있는 인어공주! 그녀는 정말로 요염(?)한 자태를 연출하며 바위 위에 앉았습니다.


“엄지공주님, 죽어있는 인어공주보다 살아 숨쉬는 저 인어공주가 더 멋있고 생동감이 있지 않습니까?”
“호호호, 정말 너무 재미있군요.”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인어공주를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비록 비를 흠뻑 맞아 옷이 다 젖었지만, 아울 러 안데르센의 동화 속 에 흠뻑 젖어서 흥미로운 하루를 보낸 날이었습니다.

코펜하겐의 항구에 정박하여 있는 무지무지 큰 배.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