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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6] 보행자 천국, 코펜하겐을 떠나며

찰라777 2004. 2. 21. 05:30


□ 보행자 천국의 도시, 코펜하겐

버스 유모차 안에 편하게 누워있는 아이.
코펜하겐은 장애인, 노약자를 고려한 보행자 천국.


다음 날 아침,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맑게 개어있다. 호스텔 앞의 뜰에 이름모를 빨간 꽃이 파란 하늘에 붉은 물을 들일 듯 화사하게 피어 있다. 열매인지 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마침 전철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 우리는 버스를 탔다.

“어머, 귀여운 아기!”

버스에 오르니 유모차에 누워있는 아기가 노란 우유 꼭지를 물고 천진하게 눈동자를 굴린다. 유모차에 걸어놓은 장식이 너무 인상적이다. 빨. 주. 노. 주. 파. 남. 보 ……. 색깔도 형형색색이다.

코펜하겐의 버스들은 이렇게 유모차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도로엔 계단이나 육교도 없다. 물론 지하도도 없다.

계단이 없는 도시. 상상이 잘 안되겠지만, 도시전체가 장애인이나 걷기가 불편한 노약자들을 우선 배려하는 차원에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펜하겐은 보행자 천국으로 통한다. 아이의 엄마들은 굳이 차를 몰고 다닐 필요가 없다. 보행자는 어떤 거리에서나 안전하게 보호를 받으며 걸을 수 있다.

아이의 엄마들은 유모차를 몰고 약속장소에 나가거나 쇼핑을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이처럼 유모차를 실을 수 있는 버스를 탄다. 버스의 문 계단도 유모차를 편하게 실을 수 있도록 낮게 설계되어 있다.

코펜하겐엔 6층 이상의 높은 건물이 없다. 시내의 모든 건물은 시청사보다 낮게 지어야 한다는 법에 따라 건물 높이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 어느 곳에서나 시청사의 멋진 종루가 보인다. 이는 마치 로마의 건축물이 베드로 성당보다 높게 짓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마치 공용의 등뼈 같은 중앙역의 천장
동화속에서나 상상할수 있는 역의 구조다
□ 낮은 건물
한적한 산책로


그러나 베드로 성당은 136.5m으로 상당히 높다. 이에 비해 코펜하겐의 건축물들은 이보다 훨씬 낮고 안정감이 있다. 도시 전체가 매우 투명하다고 할까? 작지만 느리게, 편안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덴마크 정부의 노력이 돋보인다. 사실 코펜하겐은 서울의 어느 한 구 지역 정도의 작은 도시다.

코펜하겐은 보행자 전용 도로인 ‘스트로이에(Stroget)'가 있다. 덴마크어로 ‘산책’이란 뜻. 시청 앞에서 콩겐스 뉴토우 광장까지 5개의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다. 그 옛날 안데르센도 이 길을 즐겨 걸었다고 한다. 어제 그 중의 하나를 우리는 걸어갔던 것.

‘보행자의 천국’ 코펜하겐은 말 그대로 동화속의 작은 도시다. 코펜하겐은 밤이 더욱 아름답다. 니하븐 항구에서 링글리니 부둣가로 이어지는 길은 환상의 아베크 길이다.

아름다운 도시의 조명과 항구에 정박한 여객선에서 뿜어내는 불빛이 바다위에 비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이제 이 동화 속의 도시를 떠나야 한다. 우리는 운전수도 없는 전차에서 내렸다. 보이지 않는 외계 투명인간이 몰고왔을까? 꼬리가 긴 UFO를 타고온 기분이다. 공용의 등뼈처럼 천장을 둥글게 만든 중앙역의 철골 골조도 동화속의 정거장처럼 보인다. 오후 1시 36분. 아내와 나는 오슬로 행 특급, 린스(Linx) 2000에 몸을 실었다. - 찰라-


코펜하겐 시청사. 코펜하겐의 건축물은
시청사 높이로 제한하고 있어 시내 어디서나 종루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