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 세계일주를 떠나는 바보의 辨

찰라777 2004. 2. 20. 16:22
이스터 섬의 모아이를 밀어올리는 바보.
왜 꿈쩍도안하지? 그럼 너도 바보구나.하하


□ 나는 바보....

이번 여행은 원래는 1년을 계획 했으나 아내의 약과 병원 문제로 불가피하게 단축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 월에 출발하여 금 년 1월에 돌아온 우리들의 여행기간은 우연히도 108일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108일간의 여정을 언어와 사진이라는 빛으로 이곳에 기록하고자 합니다. 사실은 노트북을 들고 가 그때그때의 느낌을 기록하 여 독자여러분에게 즉시즉시 전달하고자 하였으나, 아내와 아이들의 만류로 노트북을 두고 가야만 했습니다.

생각하면 두고 가길 잘했 습니다. 가지고 갔더라면 아마 도둑놈들 좋은 일만 시켰을지도 모르니까요. 도둑과 강도를 만나 수중의 현금과 여행기를 기록한 다이어리 와 수첩까지 몽땅 잃어버린 험한 여행 길이었기에......

108일간의 108 번뇌. 색성향미촉법(色聲響味燭法)의 오경이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육근이라는 창문을 통해 인식 되는 과거 현재 미래 3세의 번뇌를 과연 나는 조금이라도 덜어 내고 왔을까 하는 자문을 해봅니다.

여행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날들을 버스와 기차, 배, 비행기, 텐트 등에서 별을 벗 삼아 노숙과 야영했던 추억, 그리 고 많은 여행자들과 함께 누에고치처럼 도미토리에서 새우잠을 하며 지나온 여정은 결코 편하다고는 할 수 없는 고행 의 길이었습니다. 더욱이 몸이 성치 않은 아내와 함께 무모하게 세계배낭여행을 떠나는 나는 108가지의 번뇌를 가진 바보가 아닐까요?

또한 우리 부부만큼의 나이를 먹은 배낭여행자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다만, 아르헨티나의 맨도사에서 7년간 자전거여행을 하고있다는 이태리인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은 50세, 부인은 47세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40세에 자전거 두대를 가지고 이태리를 떠나 한번도 귀국하지 않은체 아직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맨도사에서 7일을 머문 후 자전거로 5000m의 안데스 산맥을 넘어 칠레의 산티아고로 간다고 하였습니다. 아이 구! 징그러운 사람들... 정말 이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 미친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아니 어떻게 자전거 한대로 그 험한 안데스 산을 넘어 갑니까? 하고 물었더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면 되요. 그리고 가다가 힘이 들면 그냥 텐트를 치고 잔답니다. 하고 대답을 하더군요. 아마 10일, 한달을 걸려서 가려고 하는 모양이지요?

아이들이 보고 싶지 않나요 하고 물었더니, 그 애들은 그들의 생활이 있고 우린 우리들의 세계가 있어요. 보고싶을 땐 전화나 인터넷으로 통화를 하지요. 인생은 참으로 너무 짧아요. 그 짧은 생애 동안에 우린 하고자 하는 일을 할뿐이랍니다. 여행은 우리들의 삶이구요. 베레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태리여인이 이렇게 말하며 씩하고 웃었습니다.

사실 우리부부는 산티아고에서 버스를 타고 안데스 산맥을 넘어오면서 어질어질하여 멀미를 하느라 생똥을 쌀번 했거던요. 이 베레나 부부들을 만난 뒤로는 우리가 다니는 여행은 그냥 가벼운 리허설에 지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부부가 우리들이 만난 부부배낭여행자 중에서 가장 우리들의 나이에 근접하는 배낭족이었습니다. 남편은 사진가라고 하더군요. 멋진 장면들을 사진을 찍어서 엽서도 만들고 팔기도 하며 여행비를 조달한다고 했습니다. 정말로 멋진 바보들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이들 부부에 비하면 무척 편한 여행이어야 할텐데 이번 여행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아직은 배낭여행의 초자중의 초보자들인 모양입니다.

□ 여행준비

여행에 대한 코스는 이미 다녀 온 곳을 피해서 직접 계획을 세웠습니다. 북유럽, 러시아, 동유럽, 이베리아 반도, 남미, 호주의 아웃백 지역을 중심으로 ... 이번 여행의 백미는 북극에 가까운 노르웨이의 최북단으로 가서 밤 하늘의 쇼 '오로라'를 바라보고, 지구의 최 남단 남미의 파타고니아까지 내려가서 남극의 백야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남태평양의 망망대해에 위치한 섬, 이스터 아일랜드로 날아가서 신비한 모아이 상을 바라보며 지구상에서 가장 고독한 밤과 낮을 경험하는 일이었습니다.

비행기표는 웹투어에서 구입한 '세계일주 항공권'. 여행국가는 4대륙 21개국. 여행짐은 큰 배낭 하나, 작은 배낭 하나. 항상 우려되는 것이 아내의 약이었습니다. 우린 의사와 여러차례 상담을 하여야 했습니다.

당뇨병에 대한 인슐린, 주사바늘 등 4개월분 어치의 아내 약만해도 작은 가방으로 거의 하나가 찰 정도였습니다. "아주 더운 곳은 피하는 것이 좋을텐데요. 일테면 적도근방의 나라라든지....." 그런데 우린 남미를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로 삼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가진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우연치 않게도 108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나는 바보. 나는 정말 108가지의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는 바보천치가 아닐까요? 아무튼 나는 바보중에서도 멋진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이 바보가 날려 보내는 여행기가 어느 날 문득 한줄기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 여러분의 창문을 조금이라도 비추어 주었 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써 내려가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108일간의 세계일주]
여행기는 다음과 같은 카테고리로 연재하고자 합니다

□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기차, 버스, 배 여행)
□ 체코스로바키아, 폴란드, 헝거리, 독일 등을 축으로 한 동유럽(기차,버스여행)
□ 유럽의 땅끝 스페인, 포르투칼(기차 버스여행)
□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타고니아, 이스터 섬 등 남미(버스, 기차, 비행기)
□ 오스트레일리아 대륙(버스, 비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