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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푸르고, 푸르게!-환경칼럼

찰라777 2004. 7. 11. 19:18

◐ 서울을 푸르고, 푸르게-환경칼럼


※ 본 칼럼은 필자가 지난 2004년 6월중 서울시 [정책토론-친환경 주거단지 조성]에 제출하여 선정된 내용입니다. 우리모두가 [친환경 주거단지 조성]을 다함께 생각해 보는 의미에서 이 글을 게재 합니다.


- 인왕산에서 바라본 청화대. 뿌연 안개에 쌓여있는 모습은 안개가 아닌 스모그 현상이다.
(2004.06.22촬영)

 



◐ 집집마다 지렁이를 키울 수만 있다면...

친환경 주거 단지는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는 더욱 만들 수 없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고 관민(官民)이 합심하지 않으면 결코 이룩할 수 없다.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오래전부터 생태도시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왔다. 생태도시는 반드시 돈 많은 부자나라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돌아 본 나라 중에서 아르헨티나의 맨도사, 쿠바의 아바나는 매우 가난한 나라의 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는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서울시가 친환경주거단지를 만들자는 청사진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 시민들의 인식과 협조정신 없이는 생태도시로 가는 길은 멀다!

생태적인 친황경주거단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다시 강조를 한다. 친환경주거단지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협조와 노력이 없이는 절대로 이룩할 수 없다! 정부의 지원이나 정책은 주민들의 친환경적인 정신적 바탕에 의하며 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주민들이 할일을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집집마다 지렁이를 기를 수 있을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얼굴을 찌푸리지 말라! 주민들이 지렁이를 기를 수 있는 마음의 각오가 없으면, 친환경주거단지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저 보기 좋은 잔디나 심는 게 친환경단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잔디는 오히려 생태적 환경 조성에 방해(아스팔트보다는 낫겠지만)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잔디 대신 잡초를 심어야 한다.

지렁이는 흙을 살려 내는 주역이다. 지렁이는 땅을 숨쉬게 한다. 지렁이가 분해한 분변토는 유기질이 풍부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질 좋은 지렁이는 흙을 숨 쉬게 하는 쟁기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녹색도시 쿠바의 아바나는 질 좋은 지렁이를 계획적으로 배양하여 키워서 흙에 살게하여 흙을 숨쉬게 하고 있다.

둘째, 생 쓰레기로 천연비료를 만들자. 주민들은 1년에도 십 수조원이나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하여 천연비료를 만들어야 한다. 매주 천연비료 만드는 날을 지정하여 버려지는 음식물로 천연비료를 만드는 공동작업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본보기는 세계 제일의 생태도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주민들이 그 좋은 본보기다. 내가 가 본 프라이부르크 주민들은 음식물을 썩히는 저장장소를 별도로 만들어 풀과 적당히 섞어 썩혀서 천연비료를 만든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정원이나 농산물 재배에 활용하고 있었다. 이른바 공해가 없는 비료로 활용 하는 것이다. 생 쓰레기로 만든 비료는 화학비료가 아닌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는 좋은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과거 아파트에 쓰레기 장때문에 여름이면 썩은 냄새에 시달려왔는데, 스레기 분리 수거를 한 후 부터는 1층에 살아도 냄새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는가? 천연비료를 만드는 것도 이와 같은 각오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셋째, 공터에 잔디 대신 잡초와 나무, 그리고 야채를 심자. 잔디는 보기만 좋다. 더욱이 일정기간 내에 잘라버리는 잔디는 생태계를 단절시킨다. 정원이나, 공터를 몇 단위로 분할하여, 잔디 대신 생명력이 강한 잡초를 심고, 유실수나 야채를 심어야 한다. 꼭 정원이나 공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옥상, 베란다, 층계… 등 도심의 어느 곳이든 빈 곳이 있으면 푸른 식물이 자라도록 활용해야 한다. 꼭 보기 좋은 정원만이 우리들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쿠바의 아바나 시민들은 폐비닐, 못쓰는 양철냄비, 폐타이어 등 흙을 담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화분으로 활용하여 야채와 식물을 심는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흙에서 갓 캐낸 야채를 먹을 수 있다.

"유네스코스위스위원회"가 발간한 "노아 씨의 정원"이라는 책을 읽어 보면, 어떤 도시에 살고 있는 노아라는 사람이 자기 집의 정원에 자라나는 잔디를 깎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잡초를 키우며 잡초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정원에 잔디를 키울 때에는 결코 없었던, 나비와 벌들이 찾아서 날아들고, 다양한 곤충이 살게 되는 것을 발견한다. 즉 생태계가 살아나는 것을 몸소 체험을 하게 된것이다. 이처럼 잡초는 위협받고 있는 다양한 생태계가 살아나도록 도와준다.

끝으로, 아이들에 대한 생태교육이다. 우리 어른들이 위의 여러가지 상황을 몸소 실천 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자연적으로 생태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친환경주거단지, 즉 생태도시건설을 위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절대로 필요하다. 이는 몇 대를 걸쳐야만이 이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직공원에서 바라본 인왕산. 조선시대까지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무공해의 산이다.
(2004.06.22촬영)



▶ 서울시 당국의 장기적인 정책과 지원이 지속 되어야...

다음으로 정부나 서울시에서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당국의 친환경주거정책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단순한 구호나 일회성 정책은 괜히 예산만 낭비할 뿐,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하여 서울의 도심에 냇물을 흐르게 하는 것은 어찌되었던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도심에 냇물을 흐르게 하는 것! 우리는 이를 정치적인 제스처로서만 미화시켜서는 안 된다. 청계천의 복원은 서울시가 생태도시로 가는 첫 신호이자, 친환경주거단지 조성으로 가는 믿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빨래터가 복원되고, 올챙이가 살 수 있는 서울의 청계천! 그러한 생태 도시로 가기위하여 당국이 구체적으로 하여야할 것이 무엇일까?

첫째, 서울근교의 산과 강, 주거단지로 이어지는 환경 띠를 복원해야 한다. 환경 띠란 생태통로(nature wild life)를 말한다. 산과 산, 한강과 그 지천들, 들판, 주거단지…를 서로 연결하는 생태띠를 복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 같은 환경주거단지만 만든다고 해서 친환경주거단지가 조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울은 그나마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주위에 많은 산들이 있어서 푸르게 보인다. 그러나 최근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산과 산, 강과 들 아이를 무분별하게 잘라서 시멘트로 포장하여 생태계를 차단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찢어질듯 아프다.

인왕산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하면 오늘날 누가 그런 말을 믿겠는가? 먼 예날 동화 속에서나 나왔던 이야기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기록에 의하면 인왕산에 호랑이이가 있어서 매년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게 양호했던 생태계의 보고인 산들은 매년 0.52㎢(1985년 이후부터인데 그 전에는 더욱 심했을 것이다)씩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은 서울시 전체 면적의 26.1%인 158.02㎢로 푸른 숲을 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생태단지다(1998년 서울시 자료). 그러나 이런 추세로 자르고 뚫려서 무분별하게 개발된다면, 생태띠는 고사하고 푸른 산마져 모두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이 정치적 제스처로 끝나서는 절대로 아니되며, 청계천을 살리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실제적으로 생태계를 살리는 개발에 보다 세밀한 역점을 두어야 한다. 산과 산을 끊어버린 도로는 생태적 환경터널을 만들어 생태계의 이동을 도와주어야 한다. 한강둔치에도 군데군데 시멘트가 아닌 흙으로 된 생태띠를 만들어 생태계의 이동을 도와 주어야 한다. 실제적인 친환경단지는 이러한 생태띠야 복원되여야 함을 명심하여야 한다.


- 안데스 산맥 아콩과과 산에서 눈과 얼음이 녹은 물을 끌여 들여 녹색도시를
일구어 놓은 아르헨티나의 맨도사 도시의 푸른 모습.
나무 밑에 흙도랑이 파져 있어 수시로 물을 흘러보내
나무가 수분을 섭취하게 한다. 이 지역은 사막지대다.
(2003.12.2 촬영)


둘째, 흙 도랑을 파자. 그리고 흙 도랑에는 잡초가 자라게 하자. 때마침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하는 계기가 그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산에서 강으로 흘러가는 흙으로 된 작은 도랑을 여러 갈래로 내서 주거단지로 흐르게 하는 실제적인 시냇물을 만들어야 한다. 흙 도랑은 주변의 식물에 생명 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가 주거단지와 자유롭게 이동하여 살아 숨쉬게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다. 필자가 방문했던 아르헨티나의 도시 맨도사는 사막위에 세워진 생태도시다. 그들은 안데스 산맥 아콩카구아 산의 눈과 얼음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이용하여 댐을 만들고, 이를 맨도사 시로 끌어들여 세계제일의 녹색도시를 만들었다.

맨도사의 중심가 도로와 가로수 사이에는 흙으로 된 도랑이 여러 갈래로 파져 있다. 도랑에는 하루에 몇 번씩 물을 흐르게 하여 가로수와 식물들 들이 물을 빨아들이게 하고 있다. 공원에 가도 예외없이 수갈래의 도랑물이 물이 주기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들은 또한 포도 농장에도 물을 같은 방식으로 끌어들여 아르헨티나 포도 생산량(세계 4위)의 70%를 맨도사 시 주변에서 생산하고 있다. 사막의 도시에서 이런 기적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라고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못할수 있는가?


셋째, 야생 습지와 초지를 많이 만들자. 공원이나 광장에는 시멘트 바닥이나 잔디밭, 체육 레저시설 대신, 생존하기 쉬운 야생습지와 초지를 많이 만들어 곤충이나 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살아있는 생태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한강둔치와 탄천, 양재천, 중량천 등 한강 지천에는 체육시설, 위락시설, 잔디밭 보다는 습지와 야생식물 서식지를 늘리고, 물에 잘 견디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너도 나도 생태띠를 자르는 레저시설 개발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 현실을 부면 부아가 치밀어서 나는 종종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런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설보다는 정화 작업이 뛰어난 갈대와 나무 등, 물에 생육이 강한 식물을 심어서 싱싱한 자연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 네덜란드의 자전거 파킹장.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003.10.2촬영)



넷째, 생태적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지렁이를 기른다던지, 생 쓰레기로 천연비료를 만드는 등 생태적 환경주거단지를 조성하고자 하는 마을부터 여러 가지 지원책을 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공동 지렁이 밭, 공동 천연비료 저장 탱크 보조 등이 그것이다. 찾아보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자에게 큰 돈을 드리지 않고도 인센티브로 할 수 있는 일이 지천에 널려 있다.

그렇게 스스로 친환경주거단지를 조성하고자 하는 마을은 정책적인 지원과 인센티브 뒷 받침으로, 자연히 시범단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범단지가 여러곳에 생길 수록 서울의 도시는 점점 생태도시로 변해 가는 것이다.

다섯째, 새로이 건설하는 주거단지는 물론, 기존 주택에도 태양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태양열 에너지시설을 설치하도록 촉진한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시가 그 좋은 본보기다. 프라이부르크시는 태양열 에너지를 시설을 설치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설치시에 시에서 일정한 보조를 하고 있다. 또한 남은 전력은 전력관리 당국에서 사들여 타 지역으로 공급하고 있다. 태양열은 공해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여섯째, 자전거 도로를 만들자. 가까운 시장이나 백화점, 전철역에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자전거를 세워 놀 수 있는 자전거 파킹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유럽의 모든 도시, 중국과 대만, 일본에도 가까운 거리를 가는데는 결코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매연을 줄이고 교통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또한 건강을 위해서도 자전거 탈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일곱째, 주기적인 환경교육 및 캠페인이 필요하다. 이는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홍보를 할 수 있도록 당국은 분위기 조성만 해 주면 될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것 외에도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담배꽁초, 휴지, 패스트 드링크 팩 등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일. 한강이나 지하철, 공원, 산에 가보면 지천에 쓰레기다. 몰라서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하는 곳이 큰 병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생태도시 아르헨티나의 맨도사, 쿠바의 아바나, 독일의 푸라이부르크는 그냥 이루어 진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뜨거운 열정과 정부의 리더 등 관민 합동으로 이루어진 기나긴 노력의 결정체다. 우리도 민과 관이 생태도시로 가는 꿈을 접지 않고 피와 땀을 흘려 함께 노력을 한다면, 분명 서울시의 중심가에서도 맨발을 냇물에 적시며, 개구리와 뻐꾸기가 우는 친환경주거단지, 아니 생태도시로 가는 꿈은 이루어 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일은... 지렁이가 자라나지 못하는 토양과 곤충이 번식 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친환경주거단지로 가는 꿈은 멀어지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