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찰라의세상보기

늦가을 남도여행-목포는 항구다

찰라777 2011. 11. 29. 07:32

 

 

▲호남선 종착역표지판. 목포역 표시간판

 

 

11월 24일, 9시 20분, 용산역에서 목포로 가는 KTX기차를 탔다. 목포로 가는 목적은 장인어른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지만, 홀로 기차를 타는 느낌은 마치 먼 남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아내는 허리가 아파 치료를 다니느라 부득이 홀로 떠나는 여행이 되어 버렸다. 지리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3일간 집에서 뒹굴며 이사 여독을 풀다가 모처럼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시다. 꼼작 않고 집에서 뒹굴며 요리를 해먹었다.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용산역으로 가는 중앙선 기차를 갈아탔다. 지하도를 따라 교차하는 기차를 타는 것이 어쩐지 낯설고 서투르다. 서울을 떠난 지 1년 6개월 만에 다시 서울 생활로 접어들지만 사람의 습관이란 이리도 무서운 것이다. 주로 걸어서 다니거나 아니면 승용차로 한적한 시골길을 휘파람을 불며 다니다가 빌딩과 아파트와 차량과 사람이 홍수를 이루는 서울 거리에 서니 어쩐지 낯선 땅에 선 촌놈이 된 기분이다.

 

 

▲한강철교

 

 

지하도를 요리저리 끼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여닫는 문을 통과하여 겨우 용산역에서 목포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용산역을 미끄러져 나갔다. 기차는 한강 철교를 지나고 영등포, 광명역을 지나 손살 같이 달려갔다. 드디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도심을 빠져 나오자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휴우~ 나는 아무래도 시골전원에서 살아야 할 팔자일까? 비로써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차창에 어리는 풍경은 생각의 산파를 열게 한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여행은 침잠되어 있는 마음의 문을 열고 대지와 우주의 기운을 받아드리게 한다. 뭐든지 고이면 썩는다. 음식이든, 물이든, 공기든, 생각이든… 한곳에 오래 고이면 부패되어 썩어버린다.

 

 

 

▲용산역 KTX 9시 20분발 전광판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 생각과, 마음이 변해야 한다. 물도, 공기도 흘러야 하고 음식은 새로운 것으로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만큼 생각을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떠나는 기차, 버스터미널,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노라면 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내 자신에게 외친다. "마음이 복잡하면 떠나라"

 

 

오늘도 나는 호남선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있다. 김제평야 이르자 너른 벌판에 하얀 곤포사일리지가 점점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설치미술 조각을 연상케 하는 곤포사일리지는 풍만한 가을걷이를 생각게 한다.

 

 

▲김제평야 곤포사일리지

 

 

12시 35분 기차는 금세 목포역에 닿았다. 기차가정차를 하고 플랫폼에 내리니 "목포는 항구다"란 흘러간 노래가 흘러나온다. 방아착! 고향의 향수와 항구에 닻을 내리게 하는 느슨한 마음이 들게 하는 노래다.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목포는 항구다 똑딱선 운다."

 

 

그렇다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이 울며 떠나 울며 종착을 하는 목포는 항구다. 모든 사람들의 종착역 목표는 항구다. 고 이난영이 1942년에 불렀던 노래다. 개항 114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노래는 지금도 어머니의 숨결처럼 다가온다.

 

 

▲호남선종착역 목포역에 도착한 여행자들

 

 

▲플렛폼엔 '목포는 항구다'란 이난영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호남선종착역 목포역에서 '목포는 항구다'란 노래를 오랜만에 듣는 감회가 새롭다.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 내리는 호남선에/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죄도 많은 청춘이냐 비 내리는 호남선에/떠나가는 열차마다 원수와 같더란다' 1914년 개통된 호남선은 갖가지 애환과 향수로 얼룩진 철길을 10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대전발 영시 오십분에 떠나는 임을 노래한 '대전부르스'는 도 어떠한가? 아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완행열차의 대명사 목포행 완행 열차여!

 

 

목포는 그런 곳이다. 어머니의 품  같고 아내의 가슴 같은 곳,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며 인간의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곳이 항구의 도시 목포다. 다도해로 가는 똑딱선이 울고, 이별이 서러운 항구의 도시 목포엔 높이 228.3m의 유달산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사고 있다. 유달산 정상엔 사람이 죽으면 영혼을 심판 받는다는 일등바위가 있다. 나는 이난영의 구슬픈 목소리에 목이 매어 갈매기 울어대는 목포항에 지친 영혼을 내 던지며 일등바위로 향한다. 과연 아직도 살아 숨쉬는 내 영혼은 어떤 심판을 받을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