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Greece

[그리스2] 올림포스 산으로 가는 기차

찰라777 2004. 8. 19. 14:02

▶▶▶ 올림포스 산으로 가는 기차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 소년은
어쩐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사랑의 신 에로스를 닮아보였다!







10월 19일. 올림포스 산으로 가는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라리시스 역으로 갔다. 라리시스 역은 그리스 북부로 가는 기차역이다. 인포매이션 센터 에 가서 올림포스 산 근교의 리트호로 행 기차를 물으니 편도 11유로, 왕복은 17.8유로라고 했다. 기차표는 따로 역무원에게 가서 사 야 한다고 했다.

기차표를 파는 역무원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고, 양 볼에 알밤을 두개나 물고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편도만 판다고 말했 다.
어? 이 친구 아침부터 마누라하고 싸웠나?
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자 마음씨가 좋아 보이는 노신사 한분이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구레나룻을 길러 내린 60대로 보이는 멋진 털보신사였다.

내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자 그 노신사는 역무원에게 그리스어로 무어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역무원은 여전히 퉁명스런 표정을 지으 며 왕복표를 팔지 않았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표를 사러 온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런, 우라질… 말이라 도 통해야 싸우기라도 하지.

노신사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는 다시 안내센터로 가서 항의를 했다. 당신이 왕복표를 판다고해서 역무원에게 왕복표를 달라 고 했더니 화만 내고 표를 안준다. 왜 그러냐? 그리스의 철도 역무원은 다 이렇게 불친절하냐?
(이거, 화가 나니까 영어가 더 잘 되네.... 사전에 없던 말도 막 튀어 나오고.. )
항의를 받은 그 안내원은 역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무어라고 한참 나무라더니 이제 가보란다.

다시 역무원에게 갔더니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표를 내준다. 여전히 양 볼에는 두개의 알밤을 물고 있는 체… 아 무래도 어젯밤 마누라한테 뒤지게 거더 채였나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디 저런 모래 씹는 표정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이 왕 고객에게 보일 수 있나?

아침 8시 22분. 우리는 어쨌든 리트호로 행 기차를 탔다. 열차에 올라 좌석을 찾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보고 웃으며 다가왔다. 가까 이 보니 그는 아까 만난 노신사였다. 그는 표를 보고 나의 좌석번호를 확인하더니 친절하게 좌석까지 안내해 주었다.

그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놀란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리스 선박의 선장으로 근무할 때에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매우 반가워했다. 부산항과 인천항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나.

그리고 한국의 아가씨들은 매우 친절하고 매력이 있다는 말까지도 덧붙이는 그는 만면에 묘한 표정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이 친구 좀 수상한데…)
선장이 한국아가씨가 매력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되지? 하여간 한국이 그리워진다는 선장은 우리 가 좌석에 앉은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예의 수상한 웃을 띄며 자기의 자리를 찾아갔다.



할머니와 함께 탄 그리스의 소년. 어쩐지 눈빛이 에로스의 어린시절 모습을 닮지 않았나요? 옷을 벗기고 에로스의 화살만 메어주면 비슷할것도 같다.


조금 있으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금발의 그리스 아가씨가 청바지차림에 푸른색의 티셔츠를 입고 우리들 옆 좌석에 앉았다. 키가 늘씬하고 긴 머리를 한 모습이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어느 여신을 닮은 듯해 보인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같은... 이건 어디 까지나 내 생각이다.

그 아가씨 뒤를 따라 전형적인 그리스 할머니 모습을 한 여인이 손자로 보이는 사내아이를 데리고 우리들 칸으로 들어왔다. 한 칸에 6 명이 탈 수 있는 좌석은 이제 다 채워졌고, 기차는 출발했다.

다행히 그 할머니와 아가씨가 다소 영어를 할줄 알아 우리는 서로 떠뜸거리며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다. 바야(Vaya)라고 자신을 소개한 할머닌 아테네에서 회계사 일을 하는데, 그리스 지방선거가 있어서 고향으로 내려가 투표를 하고 내일 다시 그리스로 올라온단다.
그녀는 독신여성으로 인생을 혼자 즐기며 산다고 했다. 독신? 그럼 미스란 말인가? 손자로 보이는 아이는 그녀의 조카의 아들인데, 그 녀는 그 아이가 너무 좋아 자신의 이름까지 그 아이에게 주었다고 한다.

아이의 이름은 토도리스. 너무나 천진하게 생긴 소년의 모습에서 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머리는 마치 고슴도치 같고, 얼굴모습은 귀여운 송아지나 토끼 같은 모습이다. 맑은 눈동자 속에는 아름다운 꿈이 영글고 있 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매우 에로틱하다. 이 아이에게 에로스의 화살을 달아주면 어떤 행동을 할까?

금발의 아가씨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신학을 전공한다는 그녀에게서는 웬지 베누스 적인 섹시함이 풍겨온다. 엷은 하늘 색 티셔츠 속에 비추이는 그녀의 풋풋한 살은 마치 막 꺼낸 싱싱 조갯살처럼 느껴지고 있으니…
사나이의 눈은 다 음흉한가 보다. 나의 눈 역시 자꾸만 그녀의 풋풋한 조갯살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베누스는 지중해의 거품에서 태어나 조개껍질을 타고 온 여신 ‘아프로디테’가 아닌가! 바로 음탕하기 그지없는 미의 여신.
독자 여러분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다 어떻게 태어났는지 이미 다 알고 있으리라. 그러나 혹 모를 분이 있으리라 생각되어 여러분과 함께 ‘음탕한 여인’ 아프로디테의 탄생설 속으로 다시 한번 들어가 보다.

우라노스, 즉 하늘의 딸 아프로디테가 지중해의 거품 속에서 태어나게 된 사연.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어느 날 밤, 그의 어머니인 대지의 신 가이아의 부탁을 받고 원치 않는 자식을 잉태하게 하는 우라노스가 다시 아이를 잉태하는 행위를 하려고 하자 탱탱한 우라노스의 거시기를 낫으로 싹둑 잘라버린다.
(아이고! 사나이들아 몸좀 사려라! 뿌리를 함부로 내둘리면 그런 꼴 당하지 않는다고 그 누가 보장 하겠는가)
이는 신들이 벌이는 희대의 엽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때 우라노스의 거시기에서 튀긴 피 중 일부는 가이아에게로 떨어져 다시 원하지도 않는 튀에리뉘에스 같은 복수의 여신을 잉태시키고, 일부는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로 떨어진다.

그런데 바다로 틘 피는 물에 섞이면 풀려서 사라져야 할 텐데, 우라노스의 거시기 피는 한 덩어리의 ‘아프로스’ 즉 ‘거품’이 되어 오랜 세월 동안 지중해를 떠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로스(거품) 속에서 아름다운 여신이 솟아올랐고, 바다의 신은 거대한 조개 껍데기 하나를 여신의 발밑에 받혀서 지중해로 밀어 올린다. 이름하여 베누스, 즉 아프로디테의 탄생이다!

이 때부터 여성과 조개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여간 중국의 민화에 등장하는 ‘패희’도 조개계집이란 뜻으로 조개에서 태어 났고, 우리나라 전설에 등장하는 ‘나희’는 고둥계집이란 뜻으로 소라고둥에서 태어났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다 조개 에서 태어나지 않았는가? 꺼이꺼이... 이거 함부로 입을 놀리다가 그 역무원처럼 채일라...^*

하여간 우리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개껍질을 타고 키프로스란 섬에 상륙한다. 아프로디테가 키프로스에 상륙한 이후 키프로스는 음란 한 섬의 상징이 되어 버린다.

아프로디테가 옮겨놓은 육제적인 사랑 병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는 육체적인 사랑이 없이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미의 화신이 아닌가! 누구든지 그녀에게 걸리기만 하면 여지없이 육체적인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는 제우스가 짝지어준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남자인 헤파이토스가 대장장이 일에만 푹 빠져 육체적인 사랑을 주지 않자,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밀회에 빠진다. 이를 본 헤파이토스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그물로 가두어 버린다.
(이 두 연놈들을 영원히 가두어 버리리다)
이게 대장장이 헤파이도스의 화풀이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본 헤르메스는 그 그물보다 세 곱절쯤 질긴 그물에 갇히더라도 헤파이토스의 그물에 아프로디테와 함께 갇혀 있 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얼마나 아르로디테를 좋아했으면 그런 말을 다 할까? 한 마디로 사랑에는 눈이 어두워지는 법이다.

속칭‘ 죽어도 좋아’라는 말은 여기에서 생긴 것이리라! 아프로디테의 음란성은 ‘아프로디테 포르네’란 별명까지 붙어 다녔다. 포 르네는 포르노그래피, 즉 ‘포르노’란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 포르노 영화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아프로디테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줄이자. 이 끝도 갓도 없는 게 그리스 신화가 아닌가?

남녀간의 사랑이란 ‘거품’과도 같지만, 사람들은 또 그 거품 속에서 죽고 산다. 내가 기차에서 만난 그리스의 아가씨 마리아에게서 거품같은 사랑의 미를, 어린소년에게서는 에로스의 화살을 상상하는 것도 아직 내 몸속에 에로스 적인 뜨거운 사랑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사랑의 뜨거운 피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