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Greece

[그리스 5] '신들의 정원' 올림포스 숲속으로...

찰라777 2004. 8. 24. 09:00


□ 신들의 정원 속으로...



* '신들의 정원' 올림포스 산의 숲속으로...



★ 올림포스 산 : 2918m

- 1913 크리스토퍼 칵카로스 Christos Kakkalos 최초로 올림포스 정상 정복
- 1938 그리스 최초의 국립공원 지정
- 1981 UNESCO, 생태보존지역으로 선언
- 2002 10.19 한국의 찰라 부부 올림포스 산에 오르다.


새벽 4시.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일찍이도 우리들의 잠을 깨웠다. 그녀의 임무는 달의 여신 셀레네가 밤새 마차를 끌고 하늘을 건너 서쪽바다로 들어가려 할 때에, 자신의 마차를 이끌고 동쪽 하늘로 올라가 여명을 밝히며 곧 태양이 떠오를 것임을 신들과 인간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녀가 여명을 알리면 그 다음엔 태양신 헬리오스가 역시 자신의 마차를 이끌고 동쪽 하늘에서 떠 올라 세상을 밝히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신들이 머무는 바로 지척인 올림포스 산 바로 아래 있어서일까? 고요한 마을 리토호로엔 새벽의 여신이 유난히도 일찍 찾아오는 것 같다. 아침을 우유 한 잔과 빵으로 해결한 우리는 산에 올라가 요기할 먹거리 등을 등산 배낭에 챙겨 넣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아직 컴컴하다.



*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올림포스 산에 점점 여명을 밝히고 있었다.



어제 우리는 제1레퓨지(대피소)까지 갈 택시를 미리 예약을 해 두었는데, 택시운전수가 벌써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제1대피소 고지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지루할 것 같았기 때문. 택시로 1시간여를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아침 7시경에 1100m 고지인 디아스타브로시 Diastavrosi 레퓨지에 도착했다.

새벽의 신 에오스는 이제 점점 더 밝게 여명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겨우 지척에 있는 아내가 보일 뿐, 사방은 아직 어둡다. 적막에 싸인 숲 속은 오직 우리 두 사람 뿐이다.

“어쩌면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 않지요? 여보, 무서워요!”
“무섭긴… 걱정 말아요. 신중의 신 제우스가 우릴 보호해 줄 거요. 그리고 그대 옆에 내가 있질 않소이까.”
"아무리, 그래두요."

허긴 나 역시 등산객이 몇 명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아무도 없는 적막에 싸인 산을 올라가자니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는 새벽이슬을 털며 올림포스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우리 부부는 올림포스 산에 그 역사적인 발자국을 남기려고 한다.


* '신중의 신' 제우스. 그는 번개와 아이기스 aegis란 방패를 무기를 사용하며, 바람과 구름, 비, 천둥 등 모든 자연의 변화를 주관한다.


'신중의 신' 제우스가 열두명의 신을 거느리고 주석했다는 올림포스 산! 질투의 여신 헤라를 비롯하여 바다의 신 포세이돈, 곡물과 풍요의 신 테메테르, 지혜의 신 아테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 전쟁의 아레스, 태양의 신 아폴론, 달의 신 아르테미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전령의 신 헤르메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성스러운 신 헤스티아에 이르기까지....

오늘 따라 제우스 신은 바람과 구름, 비, 천둥, 번개 등 모든 장애 요인을 거두워 들여 버렸을까? 어제 저녁 까지만해도 올림포스 산은 비구름에 싸여 베일속에 가려 있었다. 좀체로 그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변덕스러운 산 올림포스!

그러나 오늘 아침 숲속은 고요한 정적 속에 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맞이 하고 있었다. 신은 정녕 우리 부부에게 올림포스의 정상을 오르는 승리의 월계관을 씌워주려는 것일까?

기원전 8세기에 호머는 그의 서사시 ‘오디세이’에서 올림포스를 이렇게 노래했다.


올림포스, 영원한 신의 권좌가 자리한 곳
폭풍도 숨죽이고, 폭우도 돌아가며
폭설이 침입하지 못하는 고요한 곳
구름 한 점 없는 창공에 해맑은 햇살이 내리 쬐는 곳.


오늘 아침, 올림포스는 호머가 노래한 것 같은 바로 그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가 초입에서 불과 10분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늑대처럼 생긴 하얀 물체가 우리들 앞으로 다가 왔다. -계속-



(2002.10.19 올림포스 산에서 찰라 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