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마지막 오아시스 마을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마을 중앙에 있는 산페드로 교회. 이곳의 건물은 하얀색 일색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황량한 사막위에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오아시스 마을을 본 순간 나는 문득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 속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황갈색의 사막 속에 살고 있는 푸른 나무들이 그저 신비롭고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 나무 밑에는 사막 속에 가장 진귀한 보석인 ‘우물’이 묻혀 있기에 푸른 나무들이 살 수 있다. 어린왕자의 말처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리라. 정말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우물처럼 ‘보이지 않는 그 무엇’들이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볼리비아에서 우유니 사막투어를 마치고 칠레로 입국하거나, 반대로 칠레에서 우유니 사막으로 넘어가는 경로에 있는 작은 오아시스 마을이다. 해발 2440미터 고원의 아타카마 사막 중앙에 위치한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아있는 ‘오아시스’마을이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마을을 맞나고 보니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아르마스광장에는 녹색의 큰 나무들이 파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데, 이처럼 건조한 사막지대에 물이 있기때문에 생장이 가능한 것이리라.
아타카마 사막이나 사하라 사막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 식물이 자라고 사람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물이 있는 곳 전체를 사람들은 오아시스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오아시스는 어떤 특정한 우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물이 있는 오아시스 마을 전체를 말한다.
산 페드로 마을은 걸어서도 1시간이면 족히 다 돌아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지도상에는 마을 앞에 ‘Rio San Pedro'라는 강이 표시 되어 있는데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흔히 오아시스 하면 우리나라식의 우물을 연상하기 쉬운데 그런 식의 우물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아르마스 광장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푸른색을 띄고 파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데 물이 있기에 저렇게 큰 나무들의 생장도 가능한 것이리라.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위에 우물이 숨겨져 있는 비밀스러움은 그 자체가 보석처럼 아름답다. 이 건조한 사막에서 물이 난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경이롭게만 보인다. 칼라마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마을은 1500여명 정도의 주민이 산다고 한다. 주민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거나 민박을 운영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버스가 마을입구에 정차하니 민박을 유치하러온 주민들이 안내장을 나누어주며 서로 자기내 집으로 가자고 한다. 냉방 버스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지글지글 끊는 가마솥처럼 뜨겁고 덥다. 이곳은 낮에는 뜨겁고 밤이면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일교차가 매우 심하다.
우린 솥뚜껑처럼 큰 손을 가진 어느 거인 원주민을 따라 갔다. 굵은 바리톤 음성에 우직하게 생긴 그가 어쩐지 믿음직하게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봉고차를 타고 민박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는 민박집을 알선해주고 아타카마 사막 투어를 하는 운전수 겸 안내인이다. 십여 명의 여행자들이 그의 봉고타를 타고 민박집을 찾아간다.
▲1730년경에 건설된 산 페드로 교회 입구. 하얀색으 벽이 이색적이다.
그는 마을의 민박집을 여기 저기 순회를 하며 여행자들을 민박집에 내려준다. 대신 사막투어를 이용할 때는 자기 봉고차를 이용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마을 중앙에는 작지만 의례적인 스페인식 콜로니얼 아르마스 광장이 있고, 그 옆에는 산 페드로 교회가 하얀 십자가를 중앙에 달고 서 있다. 마을의 집들 또한 대부분 낮은 담장에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이 지방의 건축물은 옛날부터 건축 재료로 선인장을 사용하고, 못 대신 라마의 가죽 끈으로 묶어서 사용한다는데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어 그 모습이 진기하게만 보인다. 마을 중앙에는 작은 시장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이 역시 천연 선인장 재료로 만든 지붕이라고 한다.
▲천연 선인장 재료로 만들었다는 지붕아래 펼쳐진 오아시스 마을의 시장 풍경
원주민이 민박집을 순회 하는 동안 여행자들은 마음에 드는 민박집을 골라 하나둘 내리고, 마지막으로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루나 Luna 모녀와 우리가 봉고차에 남았다. 아내는 루나 모녀가 머무는 곳에 우리도 함께 머물자고 한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인상이 좋고 우리에게 싹싹하게 대해주었기 때문. 스페인 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그녀와 동행을 하면 좋을 것아서이기도하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마을은 이처럼 벽이 모두 하약색으로 칠해져 있다.
달이라는 뜻의 가진 이름을 가진 그녀는 정말 달처럼 예쁜 여인이다. 그녀는 현재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데, 칠레 산티아고에 살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달의 계곡을 보기위해 이곳에 왔다고 한다. 칠레 사람들도 평생에 한번 와 보고 싶은 오지라는 것. 우리는 중심가에서 다소 떨진 엘 카르멘El Carmen이라는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루나의 어머니가 아주 오래전에 이곳에 한 번 온 적이 있었는데 이 민박집에서 머물렀다는 것. 우리는 5000페소(약 9천원-2인)를 운전수에게 지불하고 오후에 '달의 계곡’투어를 신청을 하고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엘 카르멘 민박집은 원주민이 경영하는 조그마한 게스트 하우스다. 민박집은 하루에 4000페소로 저렴하다. 우리는 방을 정한 뒤 맨 먼저 냉장고를 찾아 아내의 인슐린을 보관 했다. 더운 곳에서는 인슐린이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원주민 전통 부엌에는 다행히 냉장고가 있었는데 매우 작다. 작은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아르마스 광장 부근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그 원주민의 봉고차를 타고 달의 계곡 투어에 나섰다.
(칠레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