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녹색의 도시 멘도사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로 푸른 녹색의 도시를 일구어 놓은 멘도사의 거리
멘도사는 녹색의 도시다. 거리는 하늘을 덮고 있는 녹색의 플라타너스가 도열해 있다. 치렁하게 늘어진 나무가지는 바람에 하늘거리며 춤을 추듯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탱고를 추듯 부드럽게 흐느적거린다. 정말 숨쉬기가 훨씬 부드럽다.
인간의 힘으로 일구어 놓은 아름다운 도시다. 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안데스 산맥 아콩카과(6962m)의 눈 덮인 산이 바라보이는 멘도사는 일대에 광대한 포도밭이 전개된다. 안데스 산맥의 영향을 받아 매우 건조한 지질이었지만 안데스의 눈 녹은 물을 이용하여 거대한 그린벨트를 형성하면서 아르헨티나 제1의 와인도시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061km나 떨어진 아르헨티나의 서쪽에 위치한 멘도사는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멘도사 강과 뚜누쟌 강줄기로 변하여 농작을 하기엔 적합한 오아시스를 이루고 있다. 여름에는 섭씨 18°에서 33°를 오르내리며, 낮에는 강렬한 태양빛으로 매우 덮지만, 저녁에는 선선한 기온을 유지한다. 인간이 만든 500km에 이르는 수로가 도시 전체를 흐르고 있다. 매시간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흘러 보내 도시는 온통 녹색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매년 3월에는 와인 축제인 벤디미아 Fiesta de la Vendimia가 화려하게 막을 올리며 도시는 와인 향기로 가득하게 된다. 벤디미아는 1936년부터 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포도의 여왕'으로 선출하여 일년 동안 섬기는 것을 전통으로 삼아오고 있다. 축제는 여왕 후보들이 벌이는 시가행렬로 절정에 이르는데, 여왕 후보에 오른 미녀들이 던져주는 와인, 포도, 과일 등에 맞아 부상을 당하는 관중이 속출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는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든다.
1561년 칠레 총독의 이름을 따서 건립된 멘도사는 1861년 대지진으로 크게 파괴된 상처를 딛고 다시 건립된 아름다운 녹색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안데스의 최고봉인 아콩카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한 멘도사는 스키, 등산, 래프팅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또한 백년이 넘은 포도주를 생산하는 보데가Bodegas에서 와인의 향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와인 한잔에 여독을 풀고…
터미널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CATA 버스티켓을 미리 구입하고 우리의 보금자리인 멘도사 유스 호스텔로 들어가니 머리를 박박 깎은 털보가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함박웃음을 웃으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긴 얼굴에 구레나룻을 기른 턱수염이 희극배우를 연상케 한다. 호스텔은 젊음으로 가득 차 있다.
단층으로 되어 있는 호스텔은 아담하다. 방을 배정 받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와인이 진열되어 있다. 오늘밤은 멘도사 와인을 한자 마시는 거다. 화이트 와인을 한 병 사서 꼭지를 따고 식탁에 놓자 아내는 금 새 요리를 해서 가져온다. 체크무늬를 한 핑크 빛 식탁보를 덮은 테이블이 앙증맞다.
아내와 마주 앉아 와인을 한 잔 마시고 나니 온 세상이 다 부럽지 않다. 피로가 와인글라스 속으로 녹아든다. 싸구려 숙박에 손수 만든 음식이지만 일류 호텔의 부티 나는 침실과 음식이 전혀 부럽지 않다. 어쩐지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그런 분위기다. 탱고라도 한 번 추며 흐느적거리고 싶은 그런 밤……
그러나 와인을 한잔 마시고 나니 눈꺼풀이 저절로 덮여진다.
와인 한잔에 세상 없이 골아 떨어진 멘도사의 첫 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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