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핀란드3] 객실에 오줌을 갈겨대는 바이킹의 후예

찰라777 2005. 1. 3. 15:10

□ 객실에 오줌을 갈겨대는 바이킹의 후예


배안을 두루 돌아본 우리들은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7층 뷔페로 갔다. 뷔페에서 저녁을 먹는 동안 배는 이제 발틱해의 넓은 바다로 나온 모양이다. 그 큰 배가 가끔 지진이 일어 난 듯이 위 아래로 헐떡거린다.

“엇! 이거 괜찮을까요?”
“걱정 말아요. 이 배가 보통 배인가? 바로 바이킹의 배가 아니오.”

어차피 잠을 일직 잘 수도 없고, 우린 펀 클럽으로 들어가 와인이라도 한잔하며 선상의 밤을 보내기로 했다. 펀 클럽에서는 한참 춤사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대에서 음악에 맞추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남녀들의 모습이 매우 경쾌하다.

벌써 꼭지가 돈 취객들이 비틀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이 마시는 술은 하나 같이 독한 보드카다.


우리도 와인 두 잔을 시켜 발틱 해의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축배를 들었다. 무대에서는 춤을 추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승객을 불러내어 인터뷰도 진행한다. 바이킹 호를 타고 헬싱키로 건너가는 밤은 길다.

그래서 독한 보드카라도 한잔 마시고 그 지루한 발틱해의 밤을 잊어버리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먹고 마시고 춤을 추고 떠들어대는 바이킹호의 모습은 아수라장이다. 흔들리는 여객선에 술과 도박과 춤을 추는 여자와 남자…


밤이 깊어지자 점점 취객들이 늘어났다. 아내는 이제 들어가 잠을 좀 자자고 했다. 그러나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3등 객실 의자에 앉아 잠을 청했지만 쉽사리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객실의 문을 닫아놓으면 취객들이 왜 이리도 들락 달락 하는지… 히터를 틀었지만 북극의 발틱 해의 밤은 춥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수돗물 흘러내리는 소리가 난다. 이크! 배에 물이 새는 것 아닌가? 눈을 떠보니 맙소사! 술 취한 털이 부숭부숭하게 난 취객이 출입문에 서서 오줌을 신나게 갈겨대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자에게 여기가 화장실이 아니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막무가내다. 보다 못해 옆의 바닥에서 누워 자고 있던 사내가 그를 일어나 떠 밀치며 화장실로 가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보드카에 완전히 취한 그는 인사불성이다.

우리들이 앉아있는 선실 바닥은 이내 오줌으로 흥건히 젖어든다. 오줌 향기는 또 어떻고…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3등 객실은 만원이고 밖으로 나가면 춥다. 할 수 없이 코를 막고 있는데, 그 털보는 한 술 더 뜬다. 그는 오줌을 눈자리에 그대로 길게 십자가를 그리며 누워버린다. 그리고는 잠꼬대를 하며 한쪽 발을 내 다리에 얹어 놓는다.

‘끌끌… 야, 이 우라질 놈의 바이킹의 후예야. 다리는 제발 좀 내려다오. 내 다리가 부러질 것만 같다.’


그는 덩치가 워낙 커서 다리 하나만 내 성문에 올려놓는대도 내 다리가 그만 부러질 것만 같이 휘청거린다. 가끔가다 트림도 끄르륵거리며 뱉어낸다.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그렇다고 그 놈과 시비를 할 수도 없다.

저 무지막지한 주먹으로 한대 얻어맞는 날엔 내 몸의 어디 한구석이 날아가고 말게 뻔한 일 아닌가? 다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겨우 내 다리를 빼내고 나는 아내 쪽으로 기울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이 때는 웅크리며 내가 작아지는 게 대수다. 오줌 냄새, 술 냄새, 소음, 취객들의 비틀거림, 파도에 흔들리는 선채… 불안정한 발틱해의 오케스트라가 밤을 더욱 길게 한다.


발틱해의 깊은 밤
파도가 배를 흔든다.

배도 흔들리고
사람도 흔들린다.

세상이 흔들리고
세월도 흔들린다.

나는 흔들리는 물결따라
흘러가는 발틱해의 유랑별...



(2003.10.13 헬싱키로 가는 바이킹호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