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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2] 바이킹호로 발틱해를 건너간 이야기(2)

찰라777 2004. 12. 28. 08:04
□ 바이킹 호를 타고 발틱해를 건넌 이야기(2)



- 바이킹 라인 Mariell호의 구조, 길이 176.9m, 넓이 28.4m, 37,860톤, 8층


바이킹 호는 16시 50분 정각에 출발했다. 뱃고동을 길게 울리며 발틱해를 향해 닻을 올리는 바이킹 호는 과연 대단했다. 천으로 된 닻 대신에 굴뚝이 하늘높이 솟아있지만 하여간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내의 배낭과 내 배낭을 쇠줄로 엮어서 열쇠를 채워 의자에 걸어놓고 우린 갑판위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갑판위로 문을 열고 나가니 강한 바람이 다시 나를 배안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바람 때문에 안 되겠어요.”
“그럼 당신은 배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럴 수야 없는 일이지요.”

내가 조심스럽게 문을 붙들고 밖으로 나가자 아내도 기어코 따라 나왔다. 잘못하면 바람에 날려 발틱해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바이킹 호는 노을빛을 받으며 유르고덴 섬과 셰프스홀맨 섬 사이를 미끄러져 갔다. 우리가 산책을 했던 아름다운 유르고르덴 섬의 단풍 숲이 서서히 뒤로 밀려 나갔다.

“우와~ 잘 못하면 고기밥 신세가 되겠어요!”
“흠~ 갑자기 영화 타이타닉이 생각나네. "
"타이타닉 호보다 더 멋진 배 같은데요."
"허지만 나는 당신을 3등 객실에 재우는 가난한 화가 잭인걸.”
“그래도 백만장자인 칼 보다는 더 좋은 걸요.”
“그거 본심이오.”
“본심이 아니면 어찌 하시려 구요. 호호.”
“아마 저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말걸. 하하”

배가 유고르덴 섬을 빠져나가 넓은 바다 쪽으로 점점 가까이 나아가자 더 이상 갑판위에 서 있기기 어려웠다. 그대로 있다간 정말 바람에 날려 발틱해의 고기밥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점점 어둠으로 덮여가는 발틱해는 어쩐지 음산한 느낌마저 든다. 중세기 이전부터 제국의 열강국들이 전쟁터로 으르렁 거렸던 발틱해! 비운의 바사호를 잡아 삼키는가 하면, 한 때 독일과 러시아, 스웨덴, 프랑스 등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들이 성난 상어 떼처럼 먹이를 찾아 발틱해의 심연에서 헤맸던 곳이 아닌가. 지금도 발틱해의 깊은 심연에는 무슨 음모가 숨어 있는 듯하다.

우리는 갑판 문을 열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꼭대기 층부터 층계를 타고 내려오며 선실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배안에는 카지노에서부터, 나이트클럽, 디스코 클럽, 사우나, 회의장, 미니 바 등 거의 모든 편의 시설을 갖추어 놓고 있다.

1985년에 건조된 Mariell 호는 8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8층은 갑판과 회의실이 있고, 7층으로 내려오니 카지노, 나이트클럽인 Fun Club, 디스코 클럽, 푸드 가든, 미니 바, 퍼브(Pub), 뷔페식당 등이 있다. 벌써부터 복도에 비치된 카지노에서 코인을 넣고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6층에는 면세점, 각종 게임 룸, 어린이 놀이터, 사이드 카페 등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에는 벌써부터 각종 이벤트 행사로 떠들석 하다.

또한 6층에는 호화로운 캐빈(cabin)이 있는데, 슈트와 디럭스는 침대와 거실이 분리되어 있고, 욕실, TV, 전화, 냉장고, 안락한 소파 등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다. 이 정도 캐빈에서 하룻밤을 자려면 390유로(약 50만원)를 지불해야 하니 어지간한 비행기 요금보다 비싸다.

"이건 완전히 호화 판이네요!"

5층 이하부터 지하 3층까지는 등급에 따른 캐빈이 층층이 놓여 있다. 일류 호텔의 로비보다 더 깨끗하고 호화롭게 보이는 캐빈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우리들이 머물 3등 객실은 어린이 놀이터 옆에 의자가 몇 개 놓여 있다. 그래도 우리가 하루를 보낼 보금자리다. 이 객실은 지정석이 없고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우선이다.

디럭스 슈트 캐빈과 3등객실이 극한 대조를 이루고 있지만, 마치 영화관의 객석 같은 의자에 앉아 헤헤거리는 아내의 모습이 싱그럽기만 하다. 그러기에 세상사 다 맘 먹기에 매어 있지 않겠는가? 슈트 캐빈의 푹신한 침대에서 하루밤을 잔 사람에게도, 3등객실에 웅크리고 밤을 샌 사람에게도 내일아침 떠오르는 태양은 공평하게 빛을 비추어 줄테니까...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