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검으로 물을 빼낸 호수에서 생겼다는 카투만두
- 스와얌부 사원에서 바라본 카투만두 시내 전경.
9월 30일 맑음
일어나 보니 새벽 5시다. 아내는 아직 정신없이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듯 나의 인기척을 모르고 있다. 눈섶에 찬물을 끼언고 캠코더와 디지탈카메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시간은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 산책하기도 사진찍기도 좋은 새벽의 시간과 공간을 나는 좋아한다. 솔티 호텔의 정원과 인근 거리를 배회하며 여명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호텔의 잔디와 수영장의 종이 너무 아름답다.
거리엔 새벽의 장사꾼들이 드문드문 분주하게 걸어가고 있다.
솔티호텔은 카투만두 시내 서쪽 링 로드(Ring Road) 근처에 위치 하는데 낮은 지대에 있다. 가까운 동산이라도 있으면 가고 싶은데...
하기야 이 곳도 해발 1300m지대라니 우리나라의 명지산(1267m) 높이만하다.
네팔Nepal은 산크리스트어로 '산 기슭'이란
뜻. 히말라야 산 기슭에 위치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카투만두Kathmandu는 타쿠리Thkuris왕조시대인 10세경
구나카나데바Gunakanaveva에 의해 건립되었는데, 카투만두란 도시이름은 그의 소유였던 카스타만다프Kastamandap(목조주택이란 뜻)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지금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 달발광장에 가면 이 목조건물을 볼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곳은 한 때는
호수였다고 한다. 호수로 담수된 카트만두 유역을 어느 날 만주스리Manjushri가 마검으로 그 벽을 뚫어 물을 빼낸 후 현재의 카트만두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떤이는 만주스리가 아니고 중국에서 온 스님이었다고 하고, 힌두교도들은 천둥번개를 뿌려서 쵸바르 계곡Chobar Gorge을
만든 전능하신 크리스나Krishna였다고 주장한다. 하여간 스야얌부 사원에서 내려단 본 네팔 시내는 물을 빼낸 호수에서 생긴 분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카투만두엔 1년 내내 눈과 얼음이 없다. 늘 만년설에 쌓여 있는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네팔의 지형도 해발
8,848미터에서 60미터까지 있다니, 절대로 사물을 상상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해가 뜨는 쪽에 히말라야가 있다고 호텔로비의
문지기가 말한다. 우측의 있는 산의 이름을 물어보니 그건 산이 아니란다. 이름도 모른단다. 아니, 우리나라 한라산이나 지리산보다 높아 보이는데,
하여간 산이 아니라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새벽 닭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 온다. 여명이 점차 거리의 어둠을 밝히더니
저만치 도시의 가로수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카투만두의 해돋이를 바라보는데 괜히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해는 지구 어디나 다 똑 같겠지만
그래도 중생인 나에게는 네팔에서 첫 아침이 새롭다.
해는 나뭇잎 사이로 잠시 고개를 내밀더니 이내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캠코더와
디지탈카메로 구름속으로 사라지는 해를 애써 촬영해 보았다. 닭울음 소리와 카투만두의 해돋이. 갑자기 시인이라도 된듯 저절로 읊조림이 나온다.
- 나무잎 사이로 떠오르는 카투만두의 태양
꼬끼오!
닭이 운다.
네팔의
새벽을 열며
카투만두의 닭이 운다.
눈빛 설산 해님 불러드리며
카투만두의 새벽 닭이 운다.
닭 울음소리와
함께 태양은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
나무 숲과 도시의 가로수 잎새 사이로
빛을 발하며 어둠을 밝힌다.
히말라야의
새벽도
이렇게...
새벽 닭 울음소리로 시작된다.
-- 카투만두에서 동트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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