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서울

덕수궁 돌담길에 멈춘 가을

찰라777 2008. 11. 5. 22:19

 

덕수궁 돌담길에 멈춘 가을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고 하는데...

 

가을 아침, 눈을 뜨면 괜히 즐겁다. 그것은 어디서나 창문을 열면 만추의 가을 단풍을 구경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창문을 열면 바로 은행나무 단풍이 출렁거린다. 어디 그뿐인가? 거리거리마다 활활 타오르는 단풍은 거대한 꽃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단풍만큼 아름다운 단풍이 있다면 썩 나와 보라고 해라. 사실 우리 것 만큼 단풍이 아름다운 곳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아름다운 풍경은 부자에게도 가난한 자에게도 차별을 하지 않고 공평하게 보여준다. 고급차를 차를 타고 다니는 부자들보다 걸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더 부자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나는 부자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사계가 다 있고 맑은 물을 그대로 퍼 마실 수 있으며,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과연 부자 나라다. 상대적 빈곤감, 한탕주의, 체면, 욕심, 남과의 비교... 이런 것들이 우리들 마음을 가난하게 만든다.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들은 부자다.

 

 

 

  

캐나다와 알프스, 중국, 북유럽 등의 단풍이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우리나라 단풍처럼 빛깔이 곱지가 않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곳의 단풍을 보아왔지만 우리 단풍만큼 아름다운 단풍은 보지 못했다. 방대하고 넓기는 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에 수채화처럼 빚어내는 고운 빛깔을 내는 단풍은 우리나라를 따라갈 자가 없다.

 

 

 

 

지금 서울은 단풍의 물결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창덕궁 후원, 여의도 윤중로, 하늘공원, 잠실올림픽공원, 북한산, 관악산, 수락산, 불암산, 도봉산, 아파트의 돌담길, 주택의 담장길 … 바야흐로 서울은 갖가지 색깔로 치장한 단풍으로 바다를 이루고 있다.

 

 

 

  

단풍들 중에 덕수궁 돌담길에 타오르는 단풍을 빼놓을 수가 없다. 설악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단풍은 돌고 돌아 덕수궁 돌담길에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있다. 만추晩秋의 단풍 길을 이만큼 만끽 할 수 있는 곳도 드물지 않다. 더구나 도심의 중심부에 덕수궁 돌담길처럼 붉게 타오르는 단풍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분명 축복 받은 민족이다.

 

 

 

 

때마침 군복을 입은 남자와 단풍처럼 고운 아가씨가 손을 다정하게 잡고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있다. 단풍만큼이나 아름답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으면 머지않아 헤어진다는 전설이 있다는데… 설마 헤어지려고 걷는 것은 아니겠지?

 

 

 

 

덕수궁 돌담길을 걸은 뒤 이별을 한 연인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확인 된바가 없다. 다만, 이조시대 덕수궁의 후궁들 가운데 왕의 부름을 받지 못한 여인들이 질투가 나서 그런 터무니없는 전설을 퍼트렸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는 또 다른 설이 있다.

 

 

 

 

덕수궁 돌담길 옆에는 이혼을 재판하는 가정법원이 있었다. 그 법원으로 남녀가 이혼 수속을 하러 돌담길을 걸어서 갔다. 그래서 [덕수궁 돌담길=가정법원=이혼=헤어짐] 이란 공식이 성립되었던 것.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설에 그칠 뿐이다. 전설이 그렇고, 노래가 그렇게 불리어지고 있을 뿐이다.

 

 

원더풀! 코리아!

 

 

 

 

우리 것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우리 것이 우월하고 좋은 것은 적극 홍보를 하여 세상에 알려야 한다. 왜 모든 호텔, 음식점, 골프장, 간판들의 이름은 외래어로 치장이 되어있는가? 그것은 사대주의에 물들어  오랫동안 기죽은 우리들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생각이 아닐까? 외국인들은 오히려 외래어로 치장된 간판들을 보고 의아해 한다. 아름답고 좋은 우리말이 수두룩 한데 왜 하필 외래어를 쓰는냐는 것이다. 

 

 

 

 

물론 글로벌화 된 세상에서 왜 그런 고리타분한 말을 꺼내느냐고 반문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덕수궁 돌담길에 불타는 단풍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고, 자랑스러우며, 세상에서 으뜸이라는 자부심으로 충만해 진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나라 국민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의 단풍도 외래어로 치장을 할 것인가? 그것은 특색이 없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것은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색과 전통문화를 체험하고자 오는 것이다.

  

덕수궁의 대한문 앞에는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결같이 “원더풀 , 코리아!”다. 때마침 대한문에서는 조선시대 전통 복장을 한 포졸들의 교대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단풍을 배경으로 전통복장을 한 포졸들의 모습이 기가 막히도록 절묘하게 어울린다. 외국인들은 “원더풀!”을 연발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한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는 외국인도 있었다. 도심에서 우리의 한복을 입고 행복해 하는 여성외국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 모습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파란물이 뚝 떨어질 것만 같은,

높고 푸른 가을 하늘!

눈이 시리도록 단풍 색깔이 고운 한국의 가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

원더풀 오텀 리브스!”

"Korea,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Wonderful Autumn Leaves!"

 

이런 카피라도 앞세우고 홍보에 전력투구하여 외국의 관광객을 적극 유치한다면 어떨까?

 

 

(11월 4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