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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역사를 가진 인천역이 철거 위기

찰라777 2009. 10. 4. 22:17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역이 철거 위기라니....

 

 

▲100년의 역사를 가진 추억의 인천역사가 도심재개발계획으로 철거위기에 놓여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서울역에서 전철을 탄 우리부부는 생후 1개월 된 아이를 안고 인천역으로 갔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1974년 8월 15일, 역사적인 수도권 전철 1호선 개통이 이루어진 후, 첫 아이를 난 기념으로 서울역에서 전철을 타고 인천역으로 갔었다. 인천역에 서 내린 우리는 어느 작은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한 그릇 식 사먹고 다시 전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돌아왔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9월 30일, '인천세계도시축전'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강변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탔다. 약 45분의 시간이 걸려 신도림역에 도착한 우리는 신도림역에서 다시 인천역으로 가는 전철1호선으로 갈아탔다.

 

신도림역에서 인천역까지는 약 50분이 걸렸다. 갈아타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거의 2시간이 걸린 샘이다. 실로 35년 만에 경인선의 종점, 인천역에 다시 찾아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더욱이 인천역사의 2층 회색건물이 그 때 그 시절 그대로여서 반갑고도 정감이 더 갔다.

 

▲국내 유일의 차이나타운은 인천역과 더불어 개항 100년을 넘은 인천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인천역은 평일인데도 생각보다 매우 한적하여 어느 시골 간이역에 내린 기분이었다. 우리는 35년 전의 중국집을 찾아 나섰으나 거리는 화려한 차이나타운으로 변해 있었다. 중화가(中華街)라고 세워진 차이나타운 대문을 들어서니 중국의 어느 도시 같은 번화한 거리로 이어졌다.

 

전국유일의 차이나타운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된 이후 중국인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거리로, 2003년도에 인천문화광광자원의 하나로 개발하여 현재의 차이나타운면모를 갖추게 되었다는 것. 고종 21년(1884년), 인천역에서 하차하여 중구 북성동,선린동 일대를 '청관거리'로 불렸는데, 청나라와 조계를 맺은 지역으로 청나라는 여기에 영사를 설치하고, 화교들은 인근에 소매잡화 점포와 주택을 짓기시작했다.

 

이후 화교상인들은 조계를 확장하고, 중국 산동반도에서 가지고 온 식료잡화, 소금, 곡물을 팔고, 우리나라의 사금 등을 사가는 등 세력을 넓혀갔다고 한다. 현재 화교 2-3세대들이 170여 가구 500여명이 모여살고 있는 차이나타운은 인천역과 더불어 개항기의 이국적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인천의 소중한 중요문화, 관광의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날 차이나타운에는 많은 중국인들과 외국인들이 추억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한중 수교 후 1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인천역 주변이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35년 전의 중국집은 찾을 길이 없어, 본토교자(本土餃子)란 간판이 걸린 중국집에 들어가 그 때의 추억을 상기하며, 옛날  자장면을 한 그릇씩 시켜 먹었다. 자장면을 먹고 거리로 나온 우리는 뿌듯한 마음으로 차이나타운 거리와 인천역사 주변을 거닐었다. 추억은 인간에게 이처럼 소중한 것이다.

 

 

개항 100년의 문화유산으로 보전가치 재검토를

 

그런데 이 추억의 인천역이 철거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최근 인천시가 인천역을 포함한 주변의 도시재정비사업을 추진하게되어 인천역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 그러나 개발이라는 명재로 문화유산이 마구잡이로 철거되는 것은 신중히 검토를 해야 한다.

 

▲차이나타운을 찾은 중국인들과 외국인들. 차이나타운은 인천역과 함께 인천의 주요관광명소로 자리잡고있다.

 

 

1900년 5월에 준공된 인천역은 한국 철도 사에서 가장 오래된 역이다. 특히 미국인에 의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일본식이 아닌 미국건축 양식이 반영된 귀중한 건축문화유산이라는 것. 1908년 5월 인천역-노량진역간 개통으로 영업을 개시한 인천역은 1950년 6월 30일 한국전쟁으로 인해 파괴되었다가 1960년 9월 17일 복원을 하여 현건물은 4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년만 지나면 '50년이 넘은 건물'로 문화재등록이 가능한 건물이다.

 

사실 인천시는 광역시로 지정된 이후 개발의 급물살을 타며 놀랍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은 이렇다 할 보존 문화재 건축물이 없다. 그나마 4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역은 대표적인 역사적인 건물이다.

 

인천역의 철거문제는 인근 차이나타운 등 도시의 역사, 문화적인 정체성을 고려하여 보존의 가치를 신중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는 한 번 훼손하면 원상대로 복구하기가 어렵기때문이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역사와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는 외국의 사례를 본받아 추억의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인천역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