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오감"을 만끽하는 이색 피아노 독주회
2010년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피아니스트 윤철희 씨의 '쇼팽오감' 피아노 독주회
2010년 쇼팽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피아니스트 윤철희(국민대 음대 교수)씨가 이색프로젝트를 준비하여 쇼팽마니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쇼팽의 피아노 작품을 다섯 차례에 걸쳐 탐구하는 윤씨의 '쇼팽오감' 연주회가 그것이다. 지난 5월 국민대 콘서트홀에서 발라드와 스케르초 연주를 시작으로, 10월 21일에는 두 번째 연주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소무대에서 열렸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게된 쇼팽 초상화)
21일 저녁 7시 30분, 체임버홀 소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 윤철희 씨가 연주하는 건반에 쇼팽 마니아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무대는 심플했다. 피아노 한 대에 연주자 한 사람, 윤철희씨는 검정 싱글을 입고 등장하여 곧 바로 연주에 들어갔다.
쇼팽의 야상곡 녹턴(Nocturnes) 32번, 27번, 15번, 48번이 차례로 연주 되자, 청중들은 숨소리를 죽인 채 윤철희 씨의 독주에 몰입해갔다. 녹턴에 이어서 화려한 변주곡 Op.12 내림나장조(Variations Brillantes Op.12)의 연주가 이어지고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피아니스트 윤철희 씨의 연주를 기다리고 있는 피아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2부에서 연주한 쇼팽의 왈츠(Valses)는 청중들을 한층 더 사로잡았다. 특히 '이별의 왈츠'라고 불리는 Op.69 No.1 in flat major는 매우 밝고 우아하면서도 슬픈 느낌을 주는 묘한 매력을 안겨주었다.
다섯 곡의 왈츠 이어 영웅 폴로네즈(Polonaise Op.53 in flat major 'Heroic') 연주를 끝으로 공식 연주는 끝났다. 그러나 열광하는 청중들의 앙코르 성화에 못 이겨 윤철희씨는 무려 4곡이나 쇼팽의 피아노곡을 더 연주 해야 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청중들은 윤철희 씨의 완숙한 피아노 연주로 '쇼팽오감' 푹 빠져 들어갔다.
윤철희 씨는 오는 12월 10일 마주르카(Mazurkas)에 이어, 2010년 1월에는 윤 씨가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Opus5(데니스 김, 배상은, 홍웨이 황, 박상민)와 함께 피아노 콘체르토 1,2번을, 그리고 2010년 2월에는 즉흥곡과 프렐류드를 끝으로 5회에 걸친 쇼팽 연주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특별히 의도적으로 나만의 쇼팽을 내세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내 개성이 투영될 수 있도록 마음에 충실한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쇼팽과 데이트를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흠뻑 빠져 즐길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 순간입니다."
(▲연주회를 마치고 청중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는 윤철희 씨)
한 때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에 나오는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피아노 음률에 매료되어 필자는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영화 '피아니스트'는 오직 쇼팽 피아노 곡만을 연주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나치시대에 거리에 버려진 깡통 통조림을 뒤져 먹으며 기사회생으로 살아남은 절박한 생애를 담은 영화다.
▲피아니스트 윤철희 씨의 "쇼팽오감"연주 계획
바르샤바는 세계 2차 대전시 나치의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잿더미로 변했다가 다시 재건되었지만 전쟁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었다. 바르샤바의 '성 십자가 교회' 기둥에 안치된 쇼팽의 심장을 참배하고 나오는 기분은 묘했다. 분노와 배고픔, 체념, 좌절, 그리고 슬픔과 기쁨, 애수와 낭만의 양면이 공존했던 쇼팽의 세계!
그 복잡하고 예민한 감수성 속에서 작곡된 '인간 쇼팽'의 피아노 세계를 윤철희씨의 연주로 다시 느껴보게 된 것은 쇼팽마니아들에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쇼팽 탄생 200주면을 맞이하여 윤철희씨가 마련한 이색 연주회! '쇼팽오감'을 만끽할 윤철희씨의 다음 연주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