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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금대암 바위 틈에 피어난 제비꽃

찰라777 2010. 4. 1. 11:29

  

   지리산 금대암 바위 틈에 피어난 제비꽃

 

 

      지리산 금대암 바위틈에 피어난 제비꽃

 

      금대암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

 

 

칠선계곡이 흐르는 서암정사에서 내려와 남원방향 실상사 쪽으로 난 60번 지방도를 따라 1km정도 가다보면 오른쪽에 금대암이란 표시석이 나온다. 지리방장제일금대(智異方丈第一金臺). 지리산 제일의 수행처, 천하명당임을 알리는 표시다.

 

여기서부터 가파른 콘크리트길을 2.5km 정도 올라가면 지리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금대암에 이른다. 금대암은 해인사 말사로 656년 행우조사가 창건하였으며, 도선국사가 나한전을 중창하여 나한도량으로 알려져 왔다.

 

금대암에 도착하나 먼저 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하여 장엄한 영봉들이 줄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영봉들이 병풍을 이루듯 금대암을 둘러싸고 있다. 금대암을 지리산의 마천루라 이름붙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대웅전에서 바라본 지리산 

 

     금대암 가는 길 건너편의 다랑이 논과 길 

 

      금대암 전경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50m 호젓한 길을 걸어가면 바로 금대암이다. 금대(金臺)는 정토경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공덕이 큰 사람이 임종을 할 때에 서방정토로부터 수많은 성중과 아미타불이 나타나는데, 가장 공덕이 큰 사람을 금대에 앉힌다고 한다.

 

무량수경에는 극락에 이르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누고 있다. 상품은 스님이 되어 일심으로 무량수 부처님을 생가하며 선근공덕을 쌓아 보리마음을 얻은 수행자로서 임종 때에 무량수불(아미타불)의 영접을 받는다고 한다.

 

중품은 스님이 되어 공덕을 닦지는 못할지라도 일심으로 아미타불을 생각하고 불사를 지극히 하며 삼보에 공양 올리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를 말한다.

 

하품은 많은 선근공덕을 짓지는 못할지라도 한결같은 정성으로 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르며, 항상 좋은 법문을 청해 듣고, 부모님을 지극히 받들어 모시고 스승과 어른을 공손히 여기며, 10선업(十善業), 삼귀의계, 5계를 지키며, 인과(因果)를 믿고 수행에 힘스는 사람은 극락왕생을 한다고 한다.

 

 

      금대선원 

 

 

암자 입구에는 공양간이 있고, 공양간을 지나가면 하얀 회를 발라 지은 작은 금대선원(金臺禪院)이 있다. 이 작은 암자에 선원이라니? 선원의 마루에는 두 스님이 지리산을 향하여 앉아있다. 한 스님이 핸드폰으로 무언가 열심히 말을 하고 있어 고풍스런 절집 풍경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대웅전과 마주보고 있는 선원은 원래 마당 한가운데 있었는데, 대웅전을 새로 지으면서 지금의 자리로 물러나 앉게 되었다고 한다. 팔작지붕의 선원은 사랑채 같은 느낌이 든다. 금대암은 벽송사의 산내암자 중의 하나라고 한다. 벽송사는 근 200년 동안 조선불교의 선교 중심도량이 된 선교의 종풍을 선양해온 도량이다.

 

 

      금대암 앞에 서 있는 수령 500년, 높이 40m의 전나무

 

 

금대암 앞에는 전나무 한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 있다. 지리산을 바라보며 서 있는 전나무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위치한다. 높이 40m, 둘레 2.92m의 이 전나무는 수령 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전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로 추정되고 있다. 본래는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으나, 1998년 무렵 낙뢰로 부러져 없어지고 한 그루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남의 사림파 일두 정여창, 뇌계 유호인, 탁영 김일손 등은 이 전나무를 비롯한 금대암 일대의 송림을 찾아와 시비(詩碑)를 남기기도 하였다. 마침 답사를 한 날이 봄 날씨치고는 모처럼 시계가 가장 맑은 날인지라 건너편 창암산 뒤로 지리산의 일대의 준봉이 장엄한 파노라마가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인다.

 

조선조 탁영 김일손(金馹孫)이 쓴 기행문(1489년 4월 16일)의 기록에 일두 정여창 선생과 함께 산사를 찾으니 20여명의 스님이 정진도량 하고 있었다고 하였으며, 뇌계 유효인 선생의 시(詩)중에 '잘 있느냐 금대절아 송하문(松下門)이 옛날 같구나, 송풍(松風)에 맑은 꿈 깨어 문득 잠꼬대를 하는구려' 라는 시가 남겨져 있는 고찰이다.

 

 

    무량수전 측면

 

  

 

맞배지붕으로 지어진 대웅전은 앞면 5칸, 옆면 3칸 규모로 오른쪽 법당 출입문 외에도 왼쪽에 커다란 여닫이문이 있다. 이는 주거공간으로도 쓰이는 인법당(因法堂:넓은 법당이 없는 사찰의 다용도 공간)으로 보통 법당과는 달리 앞쪽에 툇마루 1칸을 덧대어 짓는다.

 

금대암은 일찍이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도를 닦았고, 고려시대에는 보조 지눌이, 조선시대에는 서산대사가 이곳에서 정진했다고 한다. 보조 지눌의 법맥을 이은 무의자(無依子) 진각 혜심(1178~1234, 鎭覺慧諶)은 금대에 앉아 눈이 이마에 닿을 때까지 고목처럼 움직이지 않고 정진, 생사를 초월하여 육체를 버린 수행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무의자는 '걸침이 없다'란 뜻을 가진 진각혜심의 속성은 최 씨로 나주 화순현 출신으로 신종 4년에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였으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조계산 수선사의 지눌을 찾아가 중이 되었다. 지눌은 진각혜심을 보고 다 헤진 짚신을 가리키며 "신발은 여기 있는데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하고 묻자, 혜심은 "왜 그 때 보시지 않았습니까?"라고 응수를 했다고 한다. '화두모음집', '선문염송'을 저술하기도 한 혜심은 57세의 짧은 일생으로 입적을 하였다. 지금도 금대암에는 무의자가 수행을 했던 대나무 숲이 있다. 그는 대나무가 그토록 좋아 눈이 이마에 닿는 줄도 모르고 참선 삼매에 들었을까?

 

竹尊者(대나무 어른이 좋아)

 

我愛竹尊者(아애죽존자) 내가 죽존자를 사랑하는 것은

不容寒暑侵(불용한서침)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음이라

經霜彌勵節(경상미려절) 서리 겪을수록 절개 더욱 굳세고

終日自虛心(종일자허심) 세월 깊을수록 마음은 비는구나

月下分淸影(월하분청영) 달빛 아래 맑은 그림자 만들어내며,

風前送梵音(풍전송범음) 부처님의 말씀을 바람에 전하고,

皎然頭載雪(교연두재설) 머리에 하얗게 흰 눈을 이고

標致生叢林(표치생총림) 숲속에 빼어난 자태 드러내기 때문이라

 

-진각혜심, 무의자-

 

 

대웅전을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른쪽 마루에 작은 동종(경남문화재 제 268호)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왼쪽 벽에는 신중탱화(경남문화재 제 269호)가 단정하게 걸려있다. 대웅전 안에는 목조 아미타불삼존상과 후불탱화가 봉안되어 있다. 대웅전을 지나 좁은 바위 틈새로 난 길을 지나면 지원당(智圓堂)이란 정자가 나온다. 금대암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지원당에 서면 마치 하늘정자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동종

 

    신중탱화

 

     아미타삼존불과 후불탱화

 

 

대웅전 뒤에 나한전으로 올라가는 바위틈새에는 제비꽃 네 송이가 보랏빛을 발하며 은은하게 피어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 있는 제비꽃을 보노라니 다시 무의자 혜심이 생각난다. 혜심이 저 제비꽃으로 환생을 한 것은 아닐까?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맞배지붕을 하고 있는 작은 나한전은 지리산 천왕봉을 향하고 있다. 나한전 기둥에 새겨진 주련이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인다. 현대 한국서단(書團)의 40대 기수인 일사(一思) 석용진(石龍鎭)이 쓴 글씨라고 한다.

 

白雲淸風自去來 (백운청풍자거래) 흰 구름 맑은 바람 스스로 오가는데

日落西山月出東 (일락서산월출동) 서산에 해지자 동녘에 달뜨도다

千江有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천개의 강물에는 천개의 달이 뜨고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리천) 만 리에 구름 없어 만 리가 푸르른 하늘이네

 

 

나한전 전경 

 

 나한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나한전의 주련

 

 일사 석용진이 쓴 나한전 현판

 

 

나한전 불단 위에는 나한상 5위가 봉안되어 있다. 나한전의 정면에는 작은 월석(月石) 하나가 달 모양의 흰 테두리를 하고 놓여있다. 월석은 우연히도 지리산 천왕봉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나한전을 내려오며 다시 바위 틈새에 피어난 제비꽃 네 송이에 눈길이 간다. 제비꽃은 봄바람에 살랑대며 무엇인가를 말려한다. 그는 이 풍진 세상에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할까?

 

 

     바위틈에 살랑이는 제비꽃

 

     천왕봉과 마주하고 있는 월석(月石)

 

     평상

 

     금대암을 내려 오면서 바라본 다랑이 논과 길

 

 

(지리산 금대암에서 찰라 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