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는 여행 시대는 끝났다. 세계여행의 추세는 보는 여행에서 체험여행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지 오래다. 보는 여행과 병행하여 어드벤처 투어 아니면, 체험여행으로 여행의 재미를 한 껏 더해가고 있다. 우리나라 여행 추세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모험과 체험여행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아름다운 제천 청풍호반에 작은 체험여행 공간을 만든 사람이 있다. 염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詩)를 쓰는 염색화가 박정우 씨(49). 4월 16일 그녀는 여행과 함께 염색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천시 청풍면 청풍문화재단지 앞 청풍호반에 <박정우염색갤러리>를 오픈했다.
▲4월 16일 청풍호반에 문을 연 박정우 염색체험 갤러리
염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박정우 염색화가
청풍호반 언덕에 위치한 갤러리를 찾아가니 박정우씨가 호수처럼 맑은 미소를 지으며 반겨준다. 아름다운 청풍호반이 바라보이는 곳에 전통 한옥 건물로 들어선 염색체험 갤러리는 제천시에서 3년간 임대를 받은 90여 평의 작은 공간이다.
1층에는 문화체험공간과 소품, 공예품 등 맞춤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2층에는 작가의 각종 염색작품 50여점을 전시하고, 넥타이, 스카프, 가방 등 소규모 아트 숍을 운영하고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아름다운 청풍호반이 바라보이는 곳에 90여평의 전시장과 체험장이 있다.
앞으로 청풍호반을 찾는 여행자들은 이곳에 들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수준 높은 실크염색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체험을 할 수 있어 문화체험과 함께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염색체험장에는 20여명의 여행자들이 박정우 화백의 지도로 각자에게 배부한 하얀 실크에 염색을 하며 신기한 듯 그림을 그려 나간다. 희고 부드러운 실크에 물을 먹이고, 실크의 감촉을 느끼며 비틀어 매듭을 짓거나 실로 묶고, 물감을 풀어 원하는 색을 물들이고… 손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여행자들은 염색 삼매경에 들어간다.
▲실크에 염색그림을 그려 스카프를 만드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박정우 화가
▲하얀 실크에 염색으로 그림을 그리며 삼매경에 젖어 있는 여행자들
염색 삼매경에 젖어드는 여행자들
잠시 후 매듭을 풀고 실크를 펴니 순식간에 멋진 그림이 펼쳐졌다. 체험자들은 자신이 만든 스카프를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피며 말리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청풍호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크스카프를 날리며 멋진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말려진 스카프는 열처리를 하여 멋진 완제품으로 탄생을 한다. 여행자들은 자신이 만든 스카프를 바라보며 저마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숍에서 완성품을 사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만든 제품이 대견스러운 것이다.
체험관광이란 그런 것이다. 단순히 보는 것보다 직접 체험하며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야 말로 현대 여행이 지향해야 할 과제다.
▲자신이 염색으로 그린 실크 스카프를 말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행자들
전시실에는 염색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들이 걸려있다. 20년 넘게 염색그림을 그려온 그녀의 작품에는 열정과 끼가 촘촘히 어려 있다. 작품처럼 화려하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여인, 여행 중에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무척 기분이 좋고 즐거운 일이다.
원래 서양화를 전공하던 그녀가 염색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대학교 4학년 때. 먹지처럼 염색으로 번지는 그림이 너무 맘에 들어 한 학기를 배운 것이 전부이고, 그 후부터 거의 독학으로 염색을 공부해 왔다고 한다.
▲전시실에 진열된 박정우 화가의 염색그림. 자연에서 소재를 얻는 그녀의 그림에는 유난히 꽃들이 많다.
제천이 고향인 그녀는 작품 아이디어를 시골의 자연 속에서 얻는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에 유독 들꽃이 많은 것도 고향 자연에서 느낀 아이디어라는 것. 그래서인지 염료를 써서 실크에 새긴 그림은 수채화 같은 한국적 정서가 물씬 깃들어 있다.
1996년 염색그림전을 시작으로 2001년 경인미술관 기획초대전, 2002년 파리 오니바갤러리 개인초대전등 10여 차례 개인전을 열어온 박정우 씨는 현재 제천 세명대학교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강의를 곁들여 하고 있다.
노력하며 희망을 키워 온 꿈 많은 소녀 같은 염색화가 박정우 씨는 염색체험을 하고 갤러리를 나서는 여행자들에게 호수처럼 맑은 미소를 지으며 활짝 웃는다. 여행자들은 자신이 만든 실크스카프 한 장씩을 가슴에 안고 무한한 행복을 느끼며 갤러리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