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 간전면 수평리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오늘새벽엔 한바탕 천둥번개가 치며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일진광풍이 몰아치며 대낮처럼 훤해지는 번개의 번뜩임에 놀라 깨어나 보니
창문 안으로 비가 휙휙 날아들어 방안까지 적셨다.
번개는 계속 섬광처럼 번뜩이며 어둠을 밝혔다.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휘몰아치는 바람...
순식간에 사방의 문에서 물 난리가 나는 듯 여기저기로 빗물이 휘날려 들어왔다.
화들짝 일어나 문을 닫느라 소동을 피웠지만 이미 방 안으로 들어온 빗물이 홍건히 괘어버렸다.
창문을 닫고 걸레질을 하고 부산을 떨고 있는데
우탕탕 번개와 천둥이 치드니 설상가상으로 퍽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전깃불마져 나가 버렸다.
칠흑처럼 어두운 암흑속에서 순간의 공포가 몰려왔다.
변압기가 벼락을 맞았을까?
랜턴을 찾아 불을 켜고
드꺼비 통을 열어보니 누전 차단기가 작동하여 스위치가 "off"으로 내려와 있어다.
스위치를 on"으로 올리니 다행이 전기가 들어왔다.
휴유~ 한숨을 쉬고 방안에 적신 빗물을 닦아냈다.
다행히 천둥소리가 멀어져 가더니 비도 멎었다.
새벽 4시,
잠을 설친 나는 잠시 명상에 잠겨 있다가
닐 도널드 월시의 "신과 나눈 교감"이란 책을 펼쳤다.
유럽으로 스케치를 떠난 둘째 경이가 사온 책이었다.
그러나 책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문득 귀뚜라미 소리가 창가에 울려퍼졌다.
"똑 찌르르르르르~"
"똑 찌르르르르르~"
"아아, 벌써 가을이 오려나!"
어제까지도 들려오지 않았던 귀뚜라미 소리였다.
이렇게 계절은 귀뚜라미 소리를 타고 바뀌어 가고 있었다.
천둥이 먹구름속에 울고간 하늘에 터 오르는 여명
하늘은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고요하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다.
변화하는 것은 내 마음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번갯불이 콩을 튀우고
천둥이 먹구름속에서 울고가고도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하는 것은 그대 마음이다.
시간이 지나면 변화하는 마음도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 오는 것을...
그대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분노한다.
자연이 있는 그대로 이듯
그대 마음도 있는 그대로 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세상은 뿌옇게 보이지만
물안개가 걷히면 세상은 다시 그대로이다.
"모든 일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통해 일어난다"
-닐 도널드 월시, '신과의 교감' 중에서
(2010.8.16 천둥이 후려치고간 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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