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에서 내려다 본 수평리마을은 약 30여호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오늘은 서울에서 <부부사랑> 친구들이 오는 날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고락을 함께 해오던 죽마고우들이다. 처음에는 열 쌍 정도 모임을 갖다가 지금은 일곱 쌍이 남아 있다. 매월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데 내가 시골에 묻혀 있다 보니 이번 5월 모임은 1박 2일 코스로 수평리 우리 집에서 하기로 하였던 것.
비록 낡고 비좁은 집이지만 멋진 호텔이나 편리한 콘도 보다는 농가에서 하루 밤을 묵으며 농촌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누추한 우리 집에서 함께 비비고 하루 밤을 지내기로 했다.
아내가 3년 전 심장이식을 한 후 공기가 탁한 서울생활이 너무 싫다고 하여 이곳 지리산으로 귀농을 하여 제3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아내는 텃밭을 가꾸는데 맛이 들어 절대로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한다. 서울만 가면 눈곱이 낄 정도로 어지럽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지인들이 우리집을 다녀갔지만 <부부사랑> 친구들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부터 온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뭐 그리 바쁜지 미루다가 백퍼센트 참석을 하게되었다고 기별이 왔다.
해서 아내와 나는 화장실과 세면대도 고치고 집안 청소도하며 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국빈을 맞이하면 나라가 깨끗해지고, 집에 귀한 손님을 맞이하면 집안이 깨끗해진다더니 내가 지금 그런 경우다. 아내와 나는 집 안팎을 슬고 닦았다. 거실에 케케묵은 먼지도 털고 전구에 쌓여 있는 먼지도 닦아냈다. 우리가 보기에도 전에 비해 집안이 훤해진 것 같다.
▲오늘 아침 계족산 풍경. 비가 온다더니 안개만 끼어 있다.
시골에 묻혀 살며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작은 설렘을 갖게 한다. 서울에서 이 먼 촌구석까지 찾아오는 친구들의 마음, 그리고 친구들을 기다리는 마음은 양쪽 다 어떤 그리움과 신선함을 갖게 한다.
그 느낌은 자기 자식이 찾아 올 때도 만찬가지다. 지난주에는 큰 딸 경이가 홀로 기차를 타고 이곳까지 왔다. 아내와 나는 경이를 맞이하기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먹을거리도 준비 해 놓고 구례구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시골 역에 내린 경이를 맞이하는 우리부부나 부모를 맞아하는 딸아이의 마음이나 양쪽 다 어떤 경이로운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경이를 구례구역에서 보내는 느낌은 또 달랐다.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이별이란 그런 것이다. 하물며 몇 십 년 만에 평생에 한 번 만났다가 다시 헤어지는 남북 이산가족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닭죽을 끓일 솥단지도 빌려왔다.
단순히 관광을 가는 것과 현지에 있는 누군가를 방문하여 만난다는 느낌은 매우 다르다. 이는 내가 그동안 세계의 여러 나라 여행을 통해서 체험한 일이다. 여행은 결국 모든 것들과 만남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그 여행지를 추억에 남게 한다.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서로 교차하는 여행의 느낌은 직접 체험을 해보는 자 만이 안다.
나는 친구들이 머물 거실과 방을 청소를 하고, 외식을 할 음식점도 예약을 했으며, 나름대로 친구들이 방문할 관광지도 계획을 짜보았다. 친구들이 서울에서 9시에 출발을 하면 아마 1시경에 구례에 도착할 것이다.
구례에 도착을 하면 섬진강다슬기 집에서 점심을 먹고 노고단으로 드라이브를 가서 걸을 수 있을 만큼 등산을 하고, 하산을 하여 제일가든 이란 섬진강 변 매운탕 집에서 민물 참게탕에 소주를 한잔 하며 회포를 풀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옛이야기를 하며 밤을 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