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갑을 도둑맞은 양군과 함께 뚱보아줌마내 집으로 갔다.
뚱보아줌나는 내가 그냥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라싸의 한 간이식당이다. 이곳에는 녹두죽(稀飯), 쌀밥(米飯)도 있고, 만두와 뚝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절한 뚱보아줌마가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따시뗄레!"
"따시뗄레!"
내가 손을 들며 뚱보아줌마에게 인사를 건네자 아주머니도 싱긋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한다. 간이음식점 산성천채관(山城川菜館)은 야크호텔 인근에 있는 티베트 간이음식점이다. 남편은 면발을 뽑아내고 아주머니는 서서 요리를 하고 있다. 뚝빠(Thukpa, 티베트 칼국수)와 모모(Momo, 티베트 만두)를 시켜먹고, 붸차(티베트 버터차)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신 선생이 왔다.
5위안 정도면 간단하게 아침식가를 해결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티베트 순례자들이 먹는 음식에 비하면 이 음식도 고급에 속한다. 티베트 순례자들은 대부분 짬빠(Tsampa, 미숫가루처럼 생긴 보리죽)와 붸차(티베트 버터차)를 먹는다. 짬빠의 원래 이름은 짬빠팍으로 '짬빠'는 '보릿가루'를 의미하고 '팍'은 '반죽하다'를 뜻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짬빠라고 부르며 티베트 순례자들이 순례길에서 꼭 챙겨가야 할 음식이다.
▲뚱보아줌마집 만두가 김이 모락모락나고 있다.
짬빠는 보릿가루에 버터차를 반죽해서 주먹으로 짓이겨 먹는 음식이다. 순례자들은 짬빠 몇 개와 '붸차'라 부르는 뜨거운 버터차 한잔으로 끼니를 때운다. 붸차는 야크우유로 만든 버터차다. '붸'는 '티베트'를 의미한다고 한다. 붸차는 티베트인들에게 추위와 고산병을 막아주고, 입술에 바르면 립크림이 되고, 뺨에 문지르면 영양크림이 되며, 손과 발에 바르면 바셀린 연고가 된다. 버터차는 티베트인들에게 만병통치약처럼 쓰인다.
"찰라님, 오후에 세라사원을 갈 건데 함께 가실가요?"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가고 싶었는데.'
"오후 3시 경에 스님들의 선문답 토론이 벌어지는데 볼만 하대요."
"그것참 흥미롭군요. 그럼 어디서 만나지요?"
"조캉 사원 정문에서 오후 2시에 만나지요."
"그러지요."
신 선생과 함께 세라사원으로 가기로 약속을 하고 일어섰다.
"투제체!(감사합니다)"
"아하, 투제체!"
뚱보 아줌마에게 인사를 식당을 나서는데 아줌마가 손을 흔들며 빙그레 웃는다. 우리는 어느새 뚱보 아줌마와 정이 들었다. 양군과 함께 조캉 사원 광장에 도착하니 아침 8시인데도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서 인지 바코르에는 발 딛을 틈도 없이 순례자들로 가득하다. 라싸의 심장 조캉 사원은 티베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아내와 나는 조캉 사원 입구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마니차를 하나 샀다. 마니차(Mani) 안에는 불경을 새진 종이가 들어 있다. 문맹률이 높은 티베트인들은 이 마니차를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 마니차 한번을 돌리면 불경을 한번 독경하는 공덕을 쌓는다고 한다.
티베트 순례자들은 한손엔 마니차를 또 다른 한손엔 108염주를 들고 끊임없이 "옴 마니 밧메 훔"이란 주문을 외우며 바코르를 돈다. 가름과 먼지가 범벅이 된 남루한 옷을 입고,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얼굴이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순박하게 빛났으며, 표정은 편안하게 보인다.